안녕하세요?


2008년 부터 운영해 온
사이트 <류창희 수필산책>을 새롭게 단장하였습니다
<화양연화 - 여행, 독서, 사진, 하루, 책이야기>
<수필산책 - 류창희 에세이, 여행수필, 논어에세이,  매실의 초례청, 평론>
<고전의 향기 - 소학, 논어, 일반고전>
<엽서한장>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여 10년 세월동안
인테넷의 발달은 상당하였습니다
컴퓨터를 켜야만 많은 것을 검색하고 공유하던 시대가 지나갔습니다
하여, 모바일버젼에서 익숙하도록
'리모델링' 하였는데요

사이트 구조를
집의 큰놈 도움을 받은지라
지금 저도 제 홈피에 들어오면
코너를 찾지 못하여 절절맨답니다
곧 익숙해지겠죠

이 다음,
내년, 후년, 더 더 더 아주 먼 훗날 .....
기동이 불편하더라도 손과 정신은 자유롭고 싶습니다

그동안 재미있게 잘 놀다가
한 동안 시들하다가
문을 닫을까 해마다 고민하다가
제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공간이라
도무지 유익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또 다른 나의 공간,
이곳에서 앞으로의 삶
자유의 경지,  '소요유'를 누리려고요
그리고 찾아오시는 님들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려고요
순간 순간,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습니다

 

 

 



생일

병신년 유월 스무나흗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하얀원피스를 입었다
보랏빛 사발만한 수국코사지를 가슴에 훈장처럼 달았다

남천동 해변시장, 떡방에서 하나씩 포장된 모듬떡 50개와 식혜 두병을 찾았다
종이컵 50개, 프로방스에서 사온 꽃무늬 내프킨도 준비했다

동서고가에 차를 올려 학장램프로 빠져나가 강변도로를 달려
은빛 아침햇살을 받으며 몰운대 다대도서관으로 갔다

아침부터 푹푹 찐다

어제, 친정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내가 너를 낳던 날도 중복날이었다"
61년 만에 네 생일과 중복이 곁치는 걸보니,
그래서 환갑(還甲)인가보다고 축하말씀을 하신다

맞다!
나는 오늘, 6학년 1반 회갑을 맞이했다
누가 알아주던 모르던,
나는 내 나이가 자랑스럽다
그냥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생각'이라는것을 하는 순간부터
나는 날마다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런 나에게 오늘 스스로 자신에게 상을 내려주고 싶다

<논어 에세이> 문학 수업반 문우들과
'건배'를 했다
혼자 감흥에 젖어 신나는데
35명 정원의 문우들이 더 흥기되어 기뻐하신다



이제, 나는
아름다운 화갑(花甲, 華甲)을 맞이하여
해질녘처럼, 그윽해지고 싶다
세상을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옥탑방 별당 마님으로써
극성스럽게 아이들 살림에 참견하지 않고
동네 일에 원로인척 나서지 않고
조촐하게 차츰차츰 소멸하는 삶을 진행할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남항대교 북항대교 광안대교를 거쳐 신세계로 갔다
4층 아이스링크 옆 푸드마켓에 들러
'미역국 정식' 을 한상 받아, 우아하게 홀로 먹었다 (가격 6천원)

이 염천 더위에 어느 누가
나를 위해 따끈한 미역국을 끓여주겠는가
목젖이 뜨근한가 싶은데,
대책없이 물밀듯 쳐 올라오는 행복이 있다
주억거리며
식당안에 가득한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휴~ 휴~ '행복'을 다독였다


지하에 내려가 하얀 침대패드 두 장을 샀다
딸의 환갑을 위하여
서울에서 친정어머니와 동생내외가 함께
새로 이사한 부산 해운대의 뾰족탑에 오신다
드디어, 나를 낳고 기른 내 편이 오신다
외치고 싶다

"나도 내 편이 있다!"

* 친정 엄마는 늘 돈이 없으셨다.
딸이 친정에 가도 차비 한번을 내 손에 쥐어주지 않으셨다.
그러니 밥값이나 양말 한 짝은 어림도 없다.
그러던 엄마가
"내가 그동안 너에게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며
그럭 저럭, 올해가 네 환갑이구나
너도 이제 나이가 들어
" 네몸 네가 알아서 돌볼 나이다" 며
올 봄에 "내가 돈을 좀 송금했다"라고 하신다

엄마의 수준으로 '좀'이려니 했다

통장을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0을 헤아려봐도

거금, '10000000'이다

기절할뻔 했다

나도 이 다음, 

우리엄마처럼 자식 환갑에 1천만원을 슬며시 송금할 수 있을까.
요즘 나의 뒷모습이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어깨가 '으쓱' 조금 올라갔을 것이다

엄마에게 1천만원은 거의 전재산이다
못난 딸이 전재산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동백섬, 도 청 도 설


1월이 되어 방학동안

날마다 동백섬을 걷는다
낮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다
주로 중국 단체객이다

그들은 워낙 왕성하니, 왁자하다
그들의 시간을 피하려면 점심시간 직후가 좋다

동백섬의 특징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게 되어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없으니
눈을 감고 걸어도 부딪힐 일이 없다

문제는 한 방향으로 걷는데에 있다
누군가 큰 목소리로 말을 하면 듣지않을 수가 없다

어느 중년의 여인이 둘이 걷는데,
그 중 한 여인이 한탄인 듯,
아들이 대학병원의 수련의라서
와이셔츠를 샀다고 말한다
의사이니 체면상 싸구려는 입힐 수가 없어
5만원짜리로 30개 1백50만원 어치란다
그거 빨아댈려니,
"쎄가 빠진다!"

그러게 쎄가 빠지겠다

그녀의 자존감 있는 자랑질에
'난 뭐지?'
옳은 와이셔츠 하나 사주지 않았던 아들에게 미안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

"나중에 한 번 당해보시요"
장가가면 그 아들이 어미의 자존감따위는 있는 줄도 모르오

내가 요즘, 마음이 사납다

나의 심술통이 왈칵 뒤집혔다


나란히 한 방향으로 걸을 수 없어
<孤雲> 최치원 동상으로 올라갔다
혼자 걷는 것,
외로운 구름처럼 나는 혼자 걸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동백섬답게 동백꽃이 붉다
해운대 파도소리 "쏴아 ~쏴아~"
동박새도 덩달아 이 꽃 저 꽃으로

포로롱 포로롱 날아든다

오늘의 道聽塗說 이다  

 

 

 

 

스토리텔링 인문학

 

송태인 / 미디어 숲

 

머리말 - 사람은 한 번 태어나서 살다가 떠납니다. 태어남은 세상과의 만남이고, 산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과의 주고받음이며, 떠난다는 것은 세상과의 분리입니다. 여기서 삶의 초점은 보고’, ‘주는데 있습니다. ‘본다는 것은 아는 것이며 준다는 것은 에너지의 순환행위입니다. 잘 보고 잘 주면 에너지가 선순환합니다.

인문학은 를 찾는 공부입니다. ‘가 바로 서야 나와 관계 맺는 수많은 대상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줄 수 있습니다.

 

예쁜 것들은 다 이유가 있다.

여러분은 자녀들이 내가 살아왔던 길을 가기를 원합니까. 아니면 내가 살아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가기를 희망하나요?

당신은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당신은 가치 있는 삶을 사고 있는가?’

우리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기대를 하고 되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더구나 우리네 사회구조가 자녀의 문제는 단순히 집안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사회적 위신과 체면과도 결부되어 있어요. 학교에서 자녀의 서열은 부모의 사회적 체면 서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행복을 운운하지만, 내면에는 부모의 자존심이 깔린 겁니다. 이른바 학부모는 많아도 부모는 적다는 이야기지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녀를 출세가도에 몰아넣은 것은 사랑을 가장한 부모의 욕심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삶은 평생의 관계입니다. 평생의 관계 속에서 자녀의 학교생활은 성장기 일부분의 과정일 뿐이에요. 더구나 학교성적은 성장기 생활 가운데 일부에 불과해요.

 

맹자고자 편 - 맹자는 대안과 소인의 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인은 마음의 이치를 깨달아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그것을 주인으로 삼습니다. 반면에 소인은 외부의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다른 사람의 말과 시선에 판단을 맡겨 손님처럼 이끌려 갑니다.

자녀를 위해 최신정보를 얻으려 여기저기 설명회를 많이 다니는 것일까, 좋은 학원과 족집게 과외 교사 선택을 잘하는 능력일까, 공부전략 잘 세워 좋은 학교에 보내는 능력일까. 그것도 아니면 경제력이 실력이라며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일까.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사람은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아요.

대인이 길을 가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부모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가장 큰 예입니다. 부모는 잘났건 못났건 자녀의 눈에는 큰사람이에요. 부모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자녀가 더 잘 알고 있어요. 대인이란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허점을 가리고 회피하는 사람은 소인이에요.

 

티끌이 세상을 움직인다

맹자 고자 편 - 사람들은 자기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고, 자기 마음을 잃어버리고도 찾을 줄을 모르니 애처롭구나.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방심(放心)하고도 찾을 줄을 모르는구나. 학문하는 방법은 다름이 아니다. ‘방심한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는 를 위한 공부가 아닙니다. 이것은 를 위하는 척하는 도구적인 공부일 뿐이에요. 진정으로 를 위한 공부는 순간순간 의 변화가 느껴지는 공부예요.

잘하려는 사람은 실패하고, 꽉 잡으려는 자는 놓친다. 그러므로 성인은 잘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실패하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으므로 잃지 않는다. 사람은 일할 때 언제나 일이 다 될 즈음에 실패한다. 끝을 조심하기를 처음처럼 한다면, 실패하는 법이 없다.

공부의 첫 단추는 내 마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초가 튼튼해져요. 우선 당장은 자녀교육에서부터 부딪치기 시작합니다. 내 마음과 자녀의 마음이 항상 같지가 않아요. 사춘기가 되어 자녀가 엇나가기 시작하면 내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실의에 빠지게 돼요.

사람은 만남을 통해 주고받으며, 만나기 전에는 깨끗한 상태였는데 만나서 주고받다 보니 욕심의 이기가 생기고, 기대와 섭섭함이 생겨 원래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없어져 버려요. 변하기 전의 처음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 그것이 공부입니다. 나도 살고 다른 사람들도 살릴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자녀는 내 마음을 가르쳐주는 최고의 스승입니다.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마음을 다시 살펴보라는 신호예요. 마음은 유전됩니다.

 

 

밥상은 영혼이다

먹는 행위는 삶의 종합예술.

 

자녀는 부모 마음의 거울이다

부모의 눈에 자녀는 항상 어린 자녀입니다. 자녀가 결혼해 간 가정의 가장이 되어도 부모 눈에는 걱정의 대상으로 보입니다. 잘나면 잘난 대로 걱정이고, 못났으면 못난 대로 더 큰 걱정이에요.

부모는 왜 자녀에게 잔소리할까요. 그것은 자녀에 대한 부모 자신의 걱정을 덜어내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입니다. 걱정이 많을수록 잔소리가 많아집니다. 자녀에게 진정한 사랑을 주어야 해요. 한 인간으로 내어난 이상 내 품에서는 하늘처럼 존중해주라는 것입니다. 다른 집 자녀들과 비교하는 순간 존중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맙니다.

노자 도덕경 29자녀를 소유하려는 것은 천하를 차지하려는 것보다 더 큰 집착입니다. 억지로 하면 무너지고 집착하면 잃어버려요. 자녀를 유치원 시기부터 꽃을 피우게 하려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는 것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억지교육입니다. 사람마다 가 다르고 이 다릅니다. 요즘 자녀들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다는 걱정의 소리가 높습니다. 자존감은 사람으로 대접받을 때 좋아지고 무시당할 때 낮아집니다. 가정은 따로같이를 동시에 충족하는 영원한 보금자리입니다.

 

감각을 살리면 텔레파시는 통한다

화는 관계가 막혀 있다는 양심의 신호’, 즉 불통의 알림이에요. 소통이 잘 되면 양심은 화를 내보내지 않아요.

우리는 크고 작은 싸움을 하다가 마지막까지 해결이 안 되면 양심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당신은 양심도 없느냐!” “너는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봐라.” 등 양심은 신성한 영역의 심판기준으로 사용해요. 그래서 전통적으로 양심은 법과 사회규범보다는 상위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양심은 사람을 살리려는 신호체계.

 

왕자와 거지는 공통점이 더 많다.

 

비교는 건강한 목적을 충족시키려는 방법으로 그쳐야 합니다. 비교 그 자체를 목적에 두기 시작하면 본래의 목적을 잃게 됩니다. 목적을 잃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구에 묻히기 쉬워요.

노자 도덕경 47노자는 다른 점을 찾는 공부는 바쁘기만 할 뿐 얻는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지식은 쌓고 쌓아도 끝이 없으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지물이 된다. 노자는 근본 이치를 공부하라고 권하고 있다.

 

마음에도 먼지가 쌓인다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며, 이름을 이름 할 수 있으면 이름이 아니다. - 노자 도덕경 1. 여기서 무()는 없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다른 이름이에요. 그래서 무의 세계는 섣불리 눈으로 드러나 보이는 말이나 글로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의 세계는 우주 만물의 시작이며, 움직임이며, 근본법칙입니다.

자녀들의 학교성적은 눈에 보이는 결과의 세계입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 반드시 호연지기를 기르려고 노력하되, 미리 그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마음에 잊지 말고, 억지로 조장하지 마라. ‘오늘은 심히 피곤하다. 싹이 자라도록 도와주었더니알묘(揠苗)조장(助長) 봄이 되면 새싹은 때를 알고 돋아납니다. 지금 인류는 새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부모는 기존의 틀과 그 기준에 강요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입니다.

 

그래도 정은 남는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인사하는 법, 식사예절, 걸음걸이 등 사소한 예절부터 가치관과 인생관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려 애를 쓰셨습니다. 지금도 자식들과 손자들을 만날 때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지금도 인성교육을 잘 받는 것에 대한 감사보다는, 따뜻한 정을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공손추가 물었다. 군자들이 자녀를 직접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옛날에는 자녀를 서로 바꾸어 가르쳤었다. 부모 자녀 간에는 책선(責善)하지 않는 법이다. 책선하면 정이 떨어지게 된다. 정이 떨어지면 불쌍함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 - 맹지 이루편. 부모의 올바른 말은 머리로는 맞다 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맹자는 부모와 자녀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관계를 맺으라고 권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만남, 주고받음, 헤어짐을 반복합니다. 사람이 만나서 주고받음이 없었다면 도 없고 기억도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주고받다 보면 욕심이 생기게 되고 그 욕심이 커지게 되면 집착이라는 기억의 경계가 발생합니다. 부모는 자녀들의 작은 소리라도 잘 듣고 정서를 체크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서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사랑의 눈빛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리고 자녀들에게도 예를 갖추어 대해야 합니다. 자녀들을 무시하거나 거부하고 그로 인해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 자녀들의 정서는 상처를 받습니다. 그 상처는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오래 기억합니다.

 

바람은 흘러가기 때문에 다시 온다

한동안 담장 허물기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웃과 이웃 사이의 담장을 헐고 그 사이에 화단을 만듭니다. 하지만 정작 마음의 벽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어요. 스스로 똑똑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 벽은 단단합니다. 왜냐하면, 아쉬울 게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사람은 주고받을 것이 있다고 판단할 때 마음의 문을 열어요. 내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서예요. 외형으로 비친 나의 잘난 이미지가 손상될까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의 벽을 쌓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마음의 벽을 쌓는 사람들은 외롭습니다. 그래서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어요. 특수한 비즈니스클럽에서부터 일반적인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까지 다양합니다. 그 속에서 유유상종의 심정을 털어놓지만, 그 속에서도 또 다른 끼리끼리의 파벌이 생겨요.

장자 제물로네 원래 자연은 하나입니다. 도도 하나입니다. 사람도 하나입니다. 그런데 말이 생기면서 나누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쪽과 왼쪽, 옳다는 것과 그르다. 좋다는 것과 싫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합니다. 그리고 똑같은 말이라도 자기가 선택한 편을 유리하게 듣습니다. 우리는 말에 의해서 스스로 벽을 만들고 구속합니다.

위령공편에 공자왈 더불어 말할 만한데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다.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도 말한다면 말을 잃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공자는 관계 맺기의 대가입니다. 그는 행복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마음의 벽을 없애는 데 있다고 단언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계속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합니다. 공자는 그 비법으로 시중(時中)을 제시합니다. ‘때에 알맞게 적절한 빈 곳을 찾아주라는 이야기. 타이밍이다.

 

내 마음을 아는 자가 세상을 이끈다

어릴 때부터 필요 이상의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은 자칫 아는 체하는 병을 키울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배움으로 이르는 길을 방해하거나, 진정한 깨달음의 귀함을 배울 기회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만심이 생깁니다.

 

사람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학습이야기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용할 수 없는 공부는 내 것이 아닙니다.

맹자는 공자가 이야기하는 적극적인 공부를 자득이라 표현합니다. 자득의 공부는 외부의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근본 이치를 스스로 왜 그런가에 대한 질문으로 터득하는 것.

 

공자 왈 싹이 나도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있고 꽃은 피워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유치원 때부터 꽃을 보아야 직성이 풀려요. 꽃은 피면 지는 법입니다. 빨리 피면 그만큼 빨리 집니다. 그래서 꽃은 중년에 피어야 합니다. 인생의 열매는 말년에 맺어야 단단합니다. 열매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새로운 사랑의 에너지’.

 

사랑과 짝사랑은 눈빛의 차이다.

집중력이란, 나와 대상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정도를 말합니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다다르면 나와 대상의 사이가 없어져 하나처럼 느껴집니다. 남녀가 열애 중일 때는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애정표현에 과감해집니다. 그들 사이에 다른 것들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

장자 대종사편 좌망(坐忘)의 공부법좌망이란, 앉아서 고스란히 나를 잊는다는 말. 좌망은 하나하나 잊어갈수록 더 많이 아는 공부입니다. ‘인의을 잊고 예악을 잊고 나중에는 나를 고스란히 잊는경지에까지 도달하는 공부법.

생각의 방은 정리정돈을 하지 않으면 생각도 또 다른 생각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킵니다.

교과서는 그 사회가 합의한 공동체 가치의 결정체입니다.

공자 왈 옛날에 배우는 자들은 자기 수양을 위해서 공부했는데 오늘날의 배우는 자들은 남에게 발탁되기 위해서 공부하는구나. 한문 편

 

뿌리는 아래로 향하고 싹은 위로 향한다

대한민국은 교육의 초강국. 인구대비 선생님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나라입니다. 교육은 서비스로 인식되면서 더 빠른 속도로 양질의 교육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는 소비자의 만족도가 경쟁력이에요. 서비스업은 소비자의 불만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강사는 지식과 기술을 파는 서비스맨이에요.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강생이 왕입니다. 하지만 강사가 학생에게 아부하는 순간, 교육은 본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는 게 너무 많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는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삽니다. 믿음이 깊어지면 신념이 생기고 신념이 강해지면 고집으로 굳어집니다.

부모는 교사를 조건 없이 존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녀를 돕는 길입니다.

노자 도덕경 76- 사람은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뻣뻣하고 굳어진다. 풀과 나무는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죽으면 말라서 딱딱해진다. 그러므로 뻣뻣하고 굳는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로 처지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놓이는 것이다. 정신도 마찬가지. 사고가 딱딱한 사람은 쉽게 부러집니다. 사고가 유연한 사람은 생명력이 길어요. 나이가 들수록 딱딱해지는 사람은 존중받지 못합니다. 자연스러움의 가르침은 큰소리치지 않아도 자녀들이 순종합니다.

맹자 진심 편- 귀한 신분을 믿고 와서 묻거나, 현명함을 믿고 와서 묻거나, 연장자임을 믿고 와서 묻거나, 공로가 있는 것을 믿고 와서 묻거나, 연고를 믿고 와서 묻거나 할 때에는 모두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 응하지 않는 것도 교육의 한 방법입니다.

본래 시험은 평가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공자 왈 남이 나를 몰라줄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할까 걱정해야 한다. 공자는 늘 를 걱정하라고 당부합니다. 모든 문제는 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부실하면 이 화려하고 단단해 보여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아이스크림은 여름에만 먹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살려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 많습니다. , 외모, 연줄, , , 여유. 그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학벌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옷으로 통해요. 아무리 외모가 출중해도 거기에 걸맞은 멋진 옷을 입어 주어야 폼이 납니다. ‘옷이 날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같은 옷이라도 값비싼 옷이 더 좋아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옷(학벌)을 마련하는 데 시간, , 에너지를 아끼지 않습니다. 옷의 가치를 아는 사람일수록 과감하게 투자하고 배팅합니다. 학벌은 그 사람의 배움 정도를 그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무형의 가치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일종의 프리미엄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프리미엄은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교육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행복은 어떤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활동이다. 행복은 또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아리스토렐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

대학선택은 생계와 직결된 선택이니 초 중 고 의 목표는 더 나은 대학입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취업했다고 해서 마음 놓고 여유를 즐길 시간도 없다. 그 틈에서도 퇴직 후 연금 등 노후 걱정도 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미래 가치에 치중하느라 현재 가치를 못 보거나 포기해야 하는 구조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장수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나비는 훨훨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유유자적하면서 재미있게 지내는데, 자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장주가 나비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 없었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어떤 구분이 없다. 이것을 물화(物化)라고 한다. - 장자 제물론-

 

즐겁지 않으면 진짜 공부가 아니다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이끄는 위치에 서 있다 보면 서서히 자만심이 싹트기 시작해요. 자만심은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먹고 쑥쑥 자랍니다. 자만심이 커질수록 배움에는 장애가 됩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움의 문은 닫혀버리기 때문입니다. 공자 왈 배움에서는 항상 아직 미치지 못한 듯이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오히려 배운 것조차 잃어버릴까 두려워해야 한다.” 공자는 배움에서 겸손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배움에는 겸손이 스승입니다. 배울 때는 아무리 겸손해도 지나침이 없어요. 설령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이 다시 가르치려고 해도 자세히 듣는 태도가 배우는 자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들숨보다 날숨이 더 편안하다.

도덕경 48배움은 날마다 쌓는 것이고 도는 날마다 덜어지는 것이다.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게 된다. 유위(有爲), 무위(無爲). 유위는 지식을 쌓고, 학력을 쌓고, 보이기 위한 직업을 쌓고, 돈과 권력과 명예를 쌓습니다. 무위는 남을 의식하는 지식, 졸업장, 직업, 돈과 권력과 명예를 덜어내는 것. 유의의 삶이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이라면, 무위의 삶은 자연스럽게 가는 길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유위는 남의 길을 가는 인생. 밖에서 보면 그럴듯하게 보이는 포장. 주면 돌아옵니다. 빼앗으려 하면 도망갑니다.

도덕경 44장 명예와 생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절실한가. 나의 몸과 재산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얻음과 잃음 어느 쪽이 더 해로운가. 만족할 줄 알면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이제는 가치가 경쟁력입니다. ‘를 찾으려는 노력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

 

무궁화호는 KTX를 먼저 보낸다

카드보다는 현금을 선호합니다. 외상이 싫어서입니다.

맹자 신심 편 공자 왈 나는 사이비(似而非)를 싫어한다. 강아지풀을 싫어하는 것은 벼 싹과 혼동될까 두려워서이다. 말재주 있는 자를 싫어하는 것은 의를 어지럽힐까. 정 나라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자줏빛을 싫어하는 것은 주황빛과 혼동될까. 항원을 싫어하는 것은 덕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다. 짝퉁이 판을 치는 시대는 짝퉁이 주인이에요.

플라톤 국가- 사람은 물욕에 한번 빠져들면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남의 것도 착각이 아니라 실제 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에요. 가난한 사람은 노예근성이 생기거나 성품이 삐뚤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도덕경 52우주 자연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무시무종(無始無終). 돌고 돌뿐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혼돈 속에서 욕심을 키우게 됩니다. 욕심은 곧 근심입니다.

자녀는 본래부터 내 것이 아닙니다. 자녀가 내 것으로 생각하면, 욕심이 생깁니다. 자녀에 대한 걱정은 대부분 욕심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내 것으로 생각하면, 자녀는 평생 손님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녀가 성장하여 손님 행세를 하면 손님이 아니라 원수로 돌변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짐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스스로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과감하게 마음에서 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도덕경 16. 노자는 자기 본성을 찾는 것. 말은 쉬워도. 자기 본성이란 근본으로 되돌아가라는 이야기.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는 현재의 위치는 근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

도덕경 27참으로 잘 달리는 사람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참으로 잘하는 말에는 흠이 없다. 참으로 셈을 잘하는 사람에겐 계산기가 필요 없다. 참으로 잘 닫힌 문은 빗장이 없어도 열지 못한다.

 

육신의 안위를 위해 영혼을 팔지 않는다

육신의 안위를 위해 영혼을 팔지 않는다. 좌우명입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돈이 조금 더 많았더라면심보가 항상 달려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 철학의 핵심은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상당수의 아이는 돈을 버는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합니다. 그때마다 요즘 아이들은 돈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공자 왈 부와 귀는 사람들이 모두 원하는 바이지만 정당하게 획득된 것이 아니면 누리지 않는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극 정성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입니다. 밥을 먹건 구차한 때를 당하건 위급한 순간이건 일관되게 사람을 정성으로 대해야 군자입니다.

돈은 있으면 쓸 궁리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버는 게 아니라, 쓸 만큼 벌면서 삽니다. 돈의 주인 된 마음입니다.

 

꿈은 주려는 마음에서 싹튼다

누구나 인생의 스승은 있습니다. 무문(無門) 선생, 그분은 내 것 아닌 것을 되돌려주고 가는 것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분의 철학 핵심은 주는 것이었습니다. 만물은 주는 시스템입니다. 주면 받게 됩니다. 부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 주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넉넉합니다. 받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불안합니다.

장자는 개념을 깨는 도사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라고 말합니다. 장자는 주는 척하는 것과 실제로 주는 것은 다르다고 합니다. 명예에 얽매어 주는 것은 주는 척하는 것입니다.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모략의 곳간이 되기 쉬워요. 장자는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억지로 주는 것은 이미 가식이라고 합니다.

청소년기는 줄 것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더 낮은 곳으로 가면 줄 것이 보입니다. 주는 행위가 행복한 이유는 더욱 적극적인 인생을 사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도덕경 8장 가장 훌륭한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물기 때문에 도에 가깝다.

노자는 줄 곳을 낮추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려면 물처럼 살라고 권합니다.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물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어요. 경쟁자가 없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줄 수 있기에 마음은 깊고, 어진 사람과 사귀며, 진실한 말을 하고, 정의롭고, 일은 효과적으로 하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싸울 일이 없습니다.

사람의 에너지는 주면 더 강한 에너지가 생깁니다.

비우면 다시 찹니다. 주는 것은 적극적인 삶의 태도예요. 비우지 않고 쥐고 있는 것도 게으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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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수대다.

아들들아, 며느리들아.

너희가 힘들어서 짜증을 내면, 내가 깨끗이 씻어 엎어놓으마.

언제든 나를 사용할 때는

잠시, 햇볕을 한번 쐬고 사용을 하렴.

그래야, 엄마의 노고가 하얗게 소독된다.

 

-스토리는 우리의 작은 삶을 확장해주는 훌륭한 장비.

똑똑한 리더는 이야기로 설득하고 멍청한 리더는 그저 명령만 내린다

이야기가 당락을 결정한다. 면접에서는 일단 말을 잘해야 한다. 약장수처럼 막힘없이 말하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조리 있게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격조건은 면접의 기회를 만들어줄 뿐 스토리텔링이 좌우한다. 자기소개서에 나열했던 많은 내용을 어떻게 바로잘 엮어내는가가 면접관의 관건이 된다.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바다로, 달로, 대통령궁으로, 농부의 집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우리가 세상에 눈뜨고 세상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게 해 주지요. -로버트 맥기-

 

 

 


 

두 아들녀석들 혼사시키고

매일 후렴처럼 하는 말


빨리 70이 넘었으면 좋겠다.”

고희에 만날 첫사랑을 기다리는 시간도 아닌데

어서어서 숙제 끝내듯 돌아가고 싶다.

곁에서 듣는 식구들,

특히 내 짝지를 얼마나 김빠지게 하는 소리인가.

 

 

여든이 되어보렴

한계주 시집 / 시학

 

여든이 되어 보렴(시학시인선 58)

 

 

 

여는 말 - 장을 접을 나이에 손 바닥만한 멍석을 편다.

어느 어린이날 - 육십 먹은 아들이 보챈다 / “어린이날 뭐 없어?” / 엄마는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자신을 가리키며 까딱까딱 / “그러게, 엄마가 어린이지” / 엄마와 아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 이마의 주름도 마주 보며 웃었다

 

여든이 되어보렴 1-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그저 고맙고

여든이 되어보렴 2- 손자 업고 어슬렁거릴 일도 없고 / 고추 다듬고 마늘 깔 일도 없고 / 긴 담뱃대 꼬나물고 허공에 연기 날릴 일도 없지만 / 노인은 노인다워야 하는데 / 언제 철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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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주 선생님은 어른이시다

2001년 내가 처음 <빗금>이라는 작품으로 완료추천을 받던 겨울,

한참 후배, 한참 변방에 있는 문학의 꼬맹이이게

장문의 세장이나 되는 육필편지를 보내셨다.

'내려놓으라구' 선생님도 그러셨다고 위로를 주셨다

 

해마다 

문학세미나에 서울을 가면,

한 번은 부산에서 개최한 세미나 때도

늘 내 가방을 열어 슬며시

립스틱이나 손수건 작은 핸드크림이라도 슬며시 넣어주셨다

그 어른께서 말년에 쓰신 

<여든이 되어보렴> 시집을 다시 꺼내 읽는다

 

한 줄 한 줄,

한계주 선생님 말씀에서 해 맑은 미소가 보인다

그 모습, 너무도 그립다 

위로가 그립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진경문고

 

벼리야!

책을 읽으라고 하면 여전히 공부하라는 말처럼 들리는 걸까? 책가도(冊架圖) 책을 얹어 둔 시렁. 책이야말로 선비의 거처를 꾸며 주는 최고의 장식품.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눈빛이 달라지고, 마음속에 무언가 뿌듯한 것이 들어앉게 된다. 참 멋진 변화가 아니겠니?

 

 

책 이야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는 적어도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뜻. 중국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두보의 시에 나오는데, 원래는 도가(道家) 사상가 장자(莊子)가 자기 친구 혜시(惠施)가 책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며 한 말.

위편삼절(韋編三絶)’ 공자가 유교 경전인 주역을 하도 열심히 읽는 바람에 가죽으로 엮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말.

훈고학(訓詁學)’, 후학은 글자의 원래 의미를 따지는 학문이고, 고학은 죽간의 차례를 따지고 당시의 관습에 비춰 해석하는 학문을 말한다.

수진본袖珍本’, 옛날 선비들이 도포 자소매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란 뜻으로 손바닥에 올려놓고 볼 수 있는 문고본만 한 책.

다산 정약용은 책의 여백마다 자기 생각을 적는 메모광. 다산이 읽은 책을 보면 온통 메모로 가득하다. 그 책을 읽으면 마치 그분의 독서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한 책을 다시 읽으면,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기억이 나곤 하.

 

 

, 어떻게 읽어야 할까?

꼼꼼히 읽을까, 많이 읽을까. 다독과 정독. 많이 읽을수록 좋은 책들은 많이 읽고, 꼼꼼히 읽어야 할 책은 꼼꼼히 읽으면 된다.

 

이덕무 사소절 - 글은 온화한 소리로 읽되 힘없이 읽어서는 안 된다. 맑은소리로 읽어야지 서둘러 읽어서도 안 된다.

 

옛사람들이 중요한 경전을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씩 읽은 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읽고 또 읽어 다 외우고 자서도 다시 읽고 또 읽었지, 사실 늘 곁에 두고 소리 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일 것 같구나.

송나라 때 예사(倪思) - 솔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 풀벌레 소리, 학 울음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두는 소리, 비가 섬돌 위로 떨어지는 소리, 창문에 눈발이 흩날리는 소리, 차 달이는 소리 등은 모두 소리 중에서도 지극히 맑다. 하지만 낭랑하게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좋다. 다른 사람이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은데, 자식의 책 읽는 소리만큼은 기쁨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독서백편의자현 讀書百遍意自見,’ 책을 1번 읽으면 의미를 굳이 알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뜻.

전기수(傳奇叟), 직업적으로 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

옛 사람들은 소리를 내서 읽어야만 책에 기록된 내용이 죽은 기호에서 살아 있는 말로 깨어난다고 생각했다. 좋은 글을 소리 내서 읽으면 읽기뿐 아니라 쓰기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리듬이 자연스러워 읽기가 참 편안하게 느껴진다. 말이 입에 잘 붙지 않고 뻑뻑하게 느껴지면 좋은 글이 아니다.

표맥 漂麥,’ 후한 때 고봉이란 사람이 하루는 그이 아내가 시장에 가면서 하늘이 찌푸린 것을 보고 비가 오면 마당에 널어 둔 겉보리를 잊지 말고 거둬 달라는 부탁했다. 아내가 돌아와 보니 소낙비에 보리가 다 떠내려가고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빗물에 떠내려간 보리라 하여 글을 읽는데 몰두하여 다른 일을 모두 잊어버린다는 고사. 속된 말로 공부는 머리보다 엉덩이로 하는 거다.

 

 

읽으면서 기록하자

포쇄 暴曬,’ 책에 바람과 햇볕을 쐬어 주는 것. 햇볕과 바람을 쐬어 책을 말린다. 책을 펼치면 눅눅해서 손에 찐득찐득 달라붙던 책장이 파닥파닥 되살아나서 챙챙 소리가 난다. 책을 읽을 때 얼마나 기분이 뽀송뽀송 개운했겠니.

 

기록하는 습관 - 이덕무는 메모광. 책을 읽다가 재미있 내용이 있으면 그 즉시 공책에 베껴 썼다. 공부하다가 새로운 생각이 문득 떠올라도 글로 적어 두곤 했다. 나중에 그럼 메모만 다 모아서 책으로 <<이목구심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느낀 것을 글로 적어 놓은 것이란 뜻.

<한겨울의 공부방> - 176511월에 공부방이 너무 추워 뜰 아래쪽의 작은 초가집으로 옮겨서 지냈다. 방이 몹시 지저분해서 벽에 얼음이 얼면 그 위로 내 얼굴이 비치곤 했다. 방구들에서는 연기가 새서 눈이 늘 시렸다. 방바닥도 울퉁불퉁해서 그릇을 놓으면 물이 엎질러질 정도였다. 한 방울만 옷에 떨어져도 눌러온 손님들이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정말 미안해서 사과하곤 했다. 그래도 게을러서 수리하지는 못했다. 어린 동생과 이 방에서 겨울 석 달 동안 함께 지냈는데, 그 추운 방 안에서 책 읽는 소리가 끊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겨울 동안 큰 눈이 세 번쯤 내렸다. 큰 눈이 올 때마다 옆집에 사는 키 작은할아버지가 빗자루를 들고서 새벽에 문을 두드리며, 혼잣소리하면서 혀를 차곤 했다. “거참! 우리 몸 약한 형제들이 이 추위에 얼지는 않았는지 몰라.” 그러고는 빗자루로 쓸어서 먼저 길을 내고는 문밖에 놓아둔 눈에 묻힌 신발을 찾아 탁탁 털곤 했다. 금세 마당을 말끔하게 쓸어 둥근 눈 무더기 세 개를 만들어 놓고 갔다. 나는 그때 이불 속에서 벌써 옛사람의 문장 서너 편을 외우곤 했다.

어떤 환경에서든 책을 부지런히 읽음. 마치 매일 물 마시고 숨 쉬듯이 말이다. 꼭 어디에 써먹거나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 때로는 이덕무와 박제가처럼 온전히 독서의 힘만으로 자기의 조건이나 환경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통째로 외워라

의미는 항상 소리 뒤를 따라오는 법. 특히 어릴 때 외운 것은 평생 잊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구양수의 <독서법>

글자 수를 헤아려 보았더니 효경1,903, 논어11,750, 맹자30,685, 주역24,107, 서전25,700, 시경39,234, 예기99,010, 주례45,806, 춘추좌전196,845자였다. 날마다 200자씩 외우면 4년 반이면 다 마칠 수 있다. 조금 머리가 나빠서 150자씩 외운다고 해도 9년이면 전부 외울 수 있다.’

공부는 어쩌면 속된 말로 단순하고 무식하게.

 

슬기 구, 문심혜두

공부 머리가 터진다는 말은 공부에 요령이 생긴다는 뜻. 공부머리란 말은 문심혜두 文心慧竇’, 문심은 글을 읽는 마음. 혜두는 슬기 구, 자꾸 열심히 읽고, 외우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이 내 마음을 움직여서 슬기 구멍이 뻥 뚫리게 된.

공부는 왜 하는 걸까? 슬기 구멍을 뚫으려고 하는 것이다. 슬기 구멍이 뻥 뚫리면 그날부터 사람달라진다. 순간에 몇 단계가 뛰어오르게 되지.

 

 

메모하는 습관을 지녀라

<산길> - 김시진(조선 후)

한가한 꽃 혼자 지고 예쁜 새들 지저귀니/ 소롯길 맑은 그늘 푸른 시내 돌아간다/ 앉아 졸다 가다 읊다 때로 시구 얻어도산 중이라 붓이 없어 적을 길이 없구나

 

<행복론> 정진규

볼펜 없이 하루를 지내본 적이 있는가? 견뎌 본 적이 있는가? 처음 내가 볼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건 서울에서 온양으로 가는 기차 속에서였다. 무슨 생각이 떠올라 그걸 적어두려고 찾았으나 없었다. 난감했다. 옆의 사람에게 빌릴 수도 있었겠지만, 득 나는 그 난감을 즐기기로 했다. 그 생각이 지워질까 끝내 기억될까를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 생각은 자꾸 낡아 갔겠지만 나는 재빨리 몸을 세웠다. , 재미있는 줄다리기! 지워진 쪽으로, 당기고 놓아주기! 내기 힘이었다. 그 맛이 괜찮았다. 탱탱했다. 나의 하루가 탱탱했다.’

생각은 떠올랐을 때 재빨리 붙들어 두어야지, 놓치면 마치 주먹에 쥔 모래처럼 꽉 쥐려 들수록 스르르 빠져나가고 만다. (나는 운전을 하며 어떤 생각이 퍼뜩 나자. 그 단어라도 붙잡을까 싶어 조급하다. 신호대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쌩쌩 달리지만, 꼭 길이 뻥 뚫려 달리게 된다. 볼펜도 메모지도. 마구 오금이 저리면서 오줌이 나오려고 한다.)

 

청나라 때 학자 이광지 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한 번 써 보는 것이 더 낫다. 손으로 쓰면 모음이 따라오게 된다. 20번을 읽어서 외운다고 해도 한 차례 힘들게 써 보는 것이 더 낫다. 중략

책의 여백에 메모하거나, 별도의 공책에 적어 두는 것을 질서 疾書, 생각이 퍼뜩 떠오르면 달아나기 전에 빨리 메모하는 독서법

성호 이익도 경전 공부를 할 때 생각이 떠오르면 작은 종이나 읽던 책의 여백에 그때그때 즉각 메모해 두곤 했다. 사서삼경질서》《근사록질서》《심경질서》《가례질서이익이 메모를 바탕으로 해서 완성된 책이다.

다산 정약용도 퇴계집한 권을 겨우 구해 볼 수 있었지. 도산사숙록私淑이란 말은 직접 만날 수 없는 옛사람을 책을 통해 만나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 퇴계 선생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기에 만날 수는 없지만, 다산은 책을 통해 그분의 높고 깊은 학문 정신을 마음에 깊이 새겼던 거야.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은 다음에, 손으로 읽는 독서가 초서 鈔書. 베낀다는 뜻이다.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을 베껴가며 읽는 것이다.

 

<통감절요에 대한 평> 다산 정약용

사람의 성품은 누구나 오래된 것을 싫어하고 새것을 좋아한다. 산사처럼 신 열매를 먹다가 귤을 먹으면 군침이 절로 돌고, 검푸른 빛만 보다가 붉은 색으로 바꾸면 눈이 환해진다. 연나라 사람이 부르는 구성진 노래가 듣기 좋지만, 꾸 듣다 보면 하품이 나고 기지개를 켜게 된다. 그러므로 시경》《서경》《주역》《예기》《좌전》《국어》《한서》《사기》《논어》《맹자의 바른 내용과 장자이소의 기이한 글을 다달이 바꿔 읽고 철마다 섞어 읽어, 봄에 마치면 가을에 다시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산은 첩첩하고 물은 잇달으면 버들 그늘은 어둡고 꽃은 환한 것과 같다. 근원을 찾는 자가 힘든 줄을 모르고, 놓은 데로 오르는 자가 피곤한 줄을 모른다. 그러니 어찌 글에 푹 빠져 즐기지 않겠는가?’

어떤 책을 고전이라고 하지? 유명하기는 해도 너무 어려워서 막상 읽으려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는 책? 누구나 내용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제대로 읽는 사람은 만나 보기 힘든 책? 고전이란 누가 읽어도 좋고, 언제 읽어도 좋으며, 어디서 읽어도 좋은 책이 바로 고전이지. 고전은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두 개의 저울 - 옛사람들은 글공부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책 읽는 순서를 정해주곤 했다 선경후사 先經後史고전을 읽을 때도 마음을 바로잡게 해주는 경전을 먼저 읽고 난 뒤에 역사책을 읽게 한 것이. 추사 김정희는 경경위사 經經緯史경은 비단을 짤 때 세로로 걸쳐 있는 씨줄을 말하고, 위는 가로로 엇짜는 날줄을 말한다. 비단은 먼저 씨줄을 걸어 놓고 나서 실을 감은 북을 좌우로 던져 가며 날줄을 짜나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전 공부의 든든한 바탕 위에 역사 공부가 더해져야 균형 잡힌 사고가 가능하다.

 

성호 이익 성호사설

밥을 먹으면 기운이 나게 하고 영양을 공급해서 신체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기름지게 한다. 밥알의 형상 속에는 기운이나 영양의 형상이 없다. 책을 읽는 보람이 일상생활이나 글쓰기에서 드러나는 것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밥을 먹으면 이것이 변화해서 똥으로 나온다. 하지만 체해서 소화되지 않고 설사를 하게 되면 먹은 것이 그대로 나온다.

다산이 아들에게 주는 편지-‘네가 닭은 친다고 들었다. 닭을 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닭을 치는 데도 우아한 것과 속된 것, 맑은 것과 탁한 것의 차이가 있다. 중략~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 속에서 닭에 관한 글들을 베껴 모아 보거라. 내용에 따라 차례를 매겨 鷄經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당나라 때 유우는 차에 대한 자료를 모아 茶經을 지었고, 유득공의 담배에 관한 내용을 모아 煙經을 지었지. 속된 일을 하더라도 맑은 운치를 얻는 것은 언제나 이것은 좋은 예로 삼도록 해라.

 

 

작은 주제 사전 만들기

송나라 때 여본중이 쓴 <여씨동몽훈>

오늘 한 가지 일을 기록하고 내일 한 가지 일을 기록하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자연스레 세상의 모든 일을 꿰뚫어 알 수가 있다. 오늘 한가지 이치를 알아내고 내일 또 한 가지 이치를 알아내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자연스레 세상의 도리가 내 마음속에 깊이 들어온다. 오늘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에 옮기고, 내일 또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에 옮기면 오랜 뒤에는 저절로 국세고 단단해질 것이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찾는 자료는 주제별로 잘 갈무리해서 체계적으로 모아 두어야 한다. 이런 공부를 엣 사람은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라고 했다. 격물이란 무질서한 사물을 가지런하게 정리한다는 뜻이다. 치지는 격물을 통해서 무언가에 대해 앓의 상태로 나아 간다는 의미다. 격물치지는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모아 어지러운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책 아닌 것이 없다.

책과 하나가 되어라. 책에 푹 젖어라. 명나라 장조는 모든 일에 심각한 것은 좋지 않지만, 독서만은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에 욕심 사나운 것은 마땅치 않아도 책 사는 일만큼은 욕심 사납지 않을 수 없다.”

남송 때 학자 우무는 배고플 때는 책을 읽으며 고기라고 생각했고, 추우면 책을 읽으며 가죽옷이라고 여겼다. 외로워도 책을 읽으며 마음에 맞는 벗이려니 하였고, 번민이 있을 때에도 책을 읽으며 온갖 아름다운 음악소리라고 생각했다.”

조선 후기 문신 이덕수<유척기에게 주는 편지> ‘독서는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푹 젖게 되면 책과 내가 온전히 하나가 된다. 푹 젖지 않으면 읽으면 읽는 대로 다 잊어버려, 읽는 것과 읽지 않은 것에 별 차이가 없다.’ 중략-

푹 젖는다는 것은 물가에서 발을 담글까 말까 하고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풍덩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과의 만남 맹자는 이의역지 以意逆志읽는 사람이 자기 생각을 글 쓴 사람의 뜻과 일치시켜 나간다는 의미.

연암 박지원의 <다른 사람에게 보낸 편지>

그대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를 읽었다는데, 내가 보니 글만 읽었지 거기에 담긴 사마천의 마음은 읽지 못한 것 같소. 중략 - 아이가 나비 잡는 모습을 보면 사마천의 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앞발은 반쯤 꿇고 뒷발은 비스듬히 들고,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해서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잡았다 싶었는데 나비는 그만 호로록 날아가 버립니다. 사방을 둘러보면 아무도 본 사람은 없고, 창피해서 씩 웃다가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사마천이 책을 저술할 때의 심정입니다.’

책을 책으로만 읽으면 소용이 없고, 사물을 책으로 읽으면 그 보람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이다.

 

 

글을 마치며

벼리야! 조선 후기 문장가 김창흡

독서에는 죽은 독서와 산 독서가 있다. 책을 덮은 뒤에 책에 담긴 내용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면 산 독서이고, 책을 펴볼 때는 것 같다가 책을 덮은 뒤에 아득해지면 이것은 죽은 독서다.

예전에는 책 읽기가 공부의 시작이요 끝이었다. 책 읽기는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그들의 일상이었던 셈이지. 꼭 읽어야 할 고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었다는 점. 거기 담긴 내용이 완전히 이해되어 내 삶 속에 녹아들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었다.

책 읽기는 만물박사, 척척박사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야. 1천 개의 슬슬주를 색깔별로 상자에 담아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어려운 것을 쉽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일목요연한 상태 옮겨 가는 슬기를 지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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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선생의 책을 읽으면, 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한동안 배가 아픈 적도 있지만, 나의 몰 모델이. 이번에는 책머리에 벼리야!” 라며 아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꼭 내가 정민선생의 자식을 보는 듯, 부럽다. 나의 아들은 이미 장성했고, 나의 손자에게 바하야!” 부르며, 책 한 권의 글을 쓰고 싶다.





캐논, 김울프 작가 개인전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 개최

이세정 기자 sj@enewstoday.co.kr

<사진제공=캐논>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대표이사 강동환)은 다음달 3일까지 압구정 캐논갤러리에서 김울프(KIMWOLF)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 사진전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김울프 작가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촬영해온 수중사진들 중 총 33점을 공개하는 자리다. 작가는 캐논 카메라에 수중 하우징을 장착해 직접 서핑과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역동적인 서핑 사진부터 정적인 바다의 풍경 사진까지 다채로운 바다의 모습을 촬영해 왔다.

특히 직접 보기 힘든 고래부터 넘실거리는 파도 위 서퍼의 모습, 요트대회에 참가한 선수의 모습 등 일상적으로 마주치기 힘든 바닷가의 순간을 작가의 독특한 시각으로 사진에 담아왔다.

캐논은 사진전과 더불어 관람객과 작가가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다.

이날과 오는 24일에는 작가가 직접 작품 내용과 의미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아티스트 토크'의 시간이 마련됐다. 특히 24일에는 '수중 사진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포토 클래스를 열어 작가만의 수중 사진 촬영 팁과 노하우를 알려줄 계획이다.

또 전시에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시원한 풍경의 바다 사진과 함께 작가가 촬영 시 직접 사용한 수중 하우징 및 카메라, 서핑보드 등 다양한 촬영 소품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휴양지의 분위기를 물씬 담은 포토월에서 기념사진 촬영도 이어갈 수 있고 갤러리 방문 인증샷을 개인 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포스팅 후 해시태그(#캐논갤러리 #canonkr)와 함께 남기면 추첨을 통해 프리미엄 라미나 액자를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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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울프는 10년의 세월 동안 국내외 요트대회부터 캘리포니아, 마리아나 제도, 오키나와 섬 등 바다와 관련된 스포츠와 풍경을 촬영해온 프리랜서 사진작가다. 바다 사진과 관련된 강연을 진행왔고 QTV 사진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포토그래퍼'에 출연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다.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 사진전은 다으달 3일까지 캐논플렉스 압구정점 지하 1층에 위치한 캐논갤러리에서 진행되며, 별도의 관람료 없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유승구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부장은 "김울프 작가의 전시는 수중 촬영부터 역동적인 해양스포츠의 현장, 넘실거리는 파도의 모습 등 다양한 바다의 모습이 전시돼 있어 바쁜 도심 속에서 시원한 휴양지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캐논은 앞으로도 분야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사진 철학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사진전을 통해 일반인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바다사진 찍는 쿨한 직업? "내 인생은 아직도 엉망"

[1인기업시대⑬] 영상제작자·칼럼니스트이자 포토그래퍼인 김정욱씨

16.08.16 07:34l최종 업데이트 16.08.16 07:34l
일자리가 사라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기술의 발달은 우리 모두를 일자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고, 100세시대 누구나 2~3번의 일(業)을 해야 생존한다. 국가도 사회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 결국 개인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일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홀로서기를 통해 '1인기업'을 운영해온 이들에게서 답을 찾고자 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한 '1인기업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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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인도네시아 'G랜드'에서 찍은 셀프사진. 김정욱씨는 물 속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기분이 들 때에는 영정사진을 직접 찍어둔다.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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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선수였던 중학교 시절부터 바다는 늘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피사체였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던 대학시절, 전공보다 사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주말이면 웨딩사진을 찍어 비용을 감당했다. 4학년 졸업전시회가 끝난 후, 동기들이 취업실습을 나갈 때 그는 아예 삭발을 하고 다녔다. 졸업 후 당장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시위였다. 사진가이자 영상제작자 김울프(KIMWOLF), 김정욱(35)씨 이야기다.

"졸업 전시회가 끝나고 4학년들은 찾아보기 힘든 학교에서 혼자 뭘 할까 고민했어요. 느긋한 성격이라 취업에 대한 다급함 같은 건 별로 없었죠. 1시간짜리 서핑 다큐멘터리 등 여러 편의 다큐영상을 만들어 방송국에 팔아 700만 원을 벌었어요. 통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신용카드 가진 친구를 꼬여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떠났죠.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에 구직활동 대신 서핑 사진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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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부산 수퍼컵 국제요트대회. 부산 수영만에서 매년 5월 첫째주에 열린다. 김씨는 2006년부터 대회의 공식 촬영을 담당하고 있다.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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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졸업식에 맞춰 귀국한 그는 6개월 전 학기를 마치지 못해 입사가 불발됐던 iMBC로부터 또 한 번 취업 제의를 받게 됐다. 담당 업무는 MBC 웹사이트에 올라갈 사진을 촬영하거나 보도자료에 필요한 드라마 등 프로그램 스틸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했던 웨딩사진 작업보다 흥미롭고 모두가 축하해주던 안정된 직장이었다.

"막상 해보니 일이 단조롭고 반복적이었어요. 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젊을 때 뭔가 더 멋진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충동 때문에 결국 운 좋게 입사한 첫 직장을 두 달 만에 그만두고 나왔어요. 이때부터 여행 같은 삶, 방랑자의 삶이 시작된 셈이죠."

취업보다 사진·영상 제작의 길로... 요트타고 67일간 연안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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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강원도 양양에서 장비 침수후 서울로 돌아와 침수 장비와 함께 찍은 사진.
ⓒ by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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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케이블채널 QTV의 사진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포토그래퍼'에 지원한 그는 1300여 명 중 14명을 뽑는 최종심사에 오르기도 했다.

매회 한 명씩 탈락자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참가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덕분에 좋은 친구들도 생겼다. 여러 곳에서 강의요청을 받기도 했다. 굳이 취업하지 않고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친구가 자신의 요트로 전국 연안을 일주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제 나이보다 훨씬 오래된 중고 요트였는데 낡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 그런 배였죠. 2010년 박효준, 임재환 그리고 저 3명이 1인당 50만 원을 들고 일주를 시작했죠. 경기도 화성에서 출발해 제주도, 부산, 울릉도, 독도 거쳐서 동해까지 장장 67일간 항해했어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아이폰3G가 도입돼 트위터가 보급되던 시기, 항해 내용을 실시간으로 알렸더니 몇몇 사람들의 멘션을 보내왔다. 그들 중 지금의 아내가 있었고 항해 도중 제주도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후 인터뷰와 여러 매체에 기고도 하게 됐고 상업 사진을 찍거나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는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동생과 저는 요트선수였어요. 오전 수업을 마치면 요트경기장에 가서 매일 훈련을 했어요. 그때부터 아마 바다를 보며 감수성을 키웠던 것 같아요. 매일 보는 친근한 바다는 물론 파도가 세거나 날씨가 궂은 날까지 바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대자연에 압도됐었죠.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인 동생을 한 번도 꺾지 못해 중도에 포기했지만 사진을 취미로 찍으면서 자연스레 바다를 피사체로 삼게 됐던 것 같아요. '남들보다 바다가 친숙하다'는 배짱이 있었죠."

요트선수 시절 익숙했던 바다... 사고 겪으며 겸손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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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34회 아메리카스컵 월드시리즈 '팀코리아' 를 촬영한 장면, 운 좋게 팀포토그래퍼로 활동했다.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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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 케이스를 씌운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바다는 형언할 수 없는 황홀 그 자체다. 또 늘 육지에서만 바라보던 바다와 달리 바다에서 바라보는 육지의 느낌은 특별하다. 모든 것을 삼킬 듯 무섭기 그지없는 바다 앞에 한없이 겸손해지지만 때론 전문가인 척 호기를 부리다 사고를 겪은 적도 많다.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고 고가의 카메라가 바다 속에서 파손된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사고는 제 잘못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는 것이죠.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거나 분노할 필요가 없어요. 좌절하거나 포기하기보다 사고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사고는 사고일 뿐'이라는 멘탈을 갖기까지 바다에서 수많은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2012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아메리카스컵 월드시리즈 이벤트의 한국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등 좋아하는 바다 사진을 찍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수많은 기관·기업들과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오키나와·마리아나·캘리포니아 관광청 등의 온라인 홍보용 사진작업은 물론 노스페이스·데상트·탐스(TOMS)·기아차 등 다양한 브랜드를 위해 일했다. 2015년 사이판에서 열린 사이클 대회 '헬오브더마리아나', 2016년 '롤랑가로스 랑데뷰, 인더시티 인 서울' 사진 및 영상촬영을 담당했고 서울시향 공식 사진가로도 활동 중이다.

"1인기업으로서 제 작업의 장점은 기획부터 스크립트 작성, 촬영,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하기 때문에 빠르고 저렴하다는 점이죠. 또 여러 사람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의도와 달리 산으로 가는 일도 없어요.

대신 기법이 좀 떨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에서도 저는 개인 작업을 고수한다고 말합니다. '김울프는 자신의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제 스타일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찾아오세요."

매순간 다 걸고 산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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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하와이에서 촬영한 서핑 사진.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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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진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는 김씨는 자신이 좀더 공격적으로 마케팅 한다면 충분히 더 유명해지고 수입도 늘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일에 임하는 자세를 두고 박리다매식으로 쉬지 않고 일하는 것과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하는 것 두 가지 방향이 있다면 후자를 택하겠다는 것. 그래서 규모도 못 키우고 단가도 높이지 않고 있다.

7년 차 1인기업에 접어든 김씨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일을 더할 수도 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다고 말한다. 

"연안 일주 항해 이후 2011년 12월 TEDx 신촌에서 강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88만원 세대' 이야기를 했었는데 저는 당시 월 88만 원도 못 벌었거든요. 소득은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대체로 예산에 맞춰서 일을 합니다. 가끔 규모가 큰 일을 하게 되면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매순간 모든 것을 다 걸고 살아왔기 때문에 모으지 못한 편이죠. 수입은 지금까지 제 삶을 지탱해온 수준입니다."

김씨는 8월 30일부터 압구정 캐논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를 개최한다. 아르바이트 시절을 포함 꼭 10년만이다. 김씨는 자신의 삶이 조금만 포장하면 엄청 화려해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 특히 SNS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삶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직접 경험해보고자 한다.

"SNS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저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까 신경쓰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페이스북을 덜 하고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실제로 풍경을 보는 시간을 늘리려고 합니다. 해보는 것만큼 즐거운 추억은 없는 것 같아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고싶은 대로 살아보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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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세계 4대테니스대회) 랑데뷰, 인더시티 인 서울' 사진촬영 및 공식 홍보영상 제작을 담당했다.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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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아이는 어디든 간다'. 지켜야 할 소유물, 가진 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씨는 첫 개인전에 모든 걸 걸었다. 카메라를 팔아 비용을 마련하고 캐논으로부터 장비를 빌려서 촬영에 나섰다. 홍보도 대행사 없이 스스로 하기로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탕진하며 즐기겠다는 그의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없어요. 제 인생은 이제껏 승승장구한 적이 없었고 계속 엉망이었죠. 하지만 다음 장면이 뻔한 영화는 재미가 없잖아요. 제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는 다음이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번 전시도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제가 순수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할지도 모르고요."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조류에서 벗어나는 법



무작정 떠난 8개월 제주살이, 이룬 것 하나 없지만 변했다




제1123호
등록 : 2016-08-04 21:20 수정 : 2016-08-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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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는 꽃. 2016년 7월 하와이. 김울프



“오른손 엄지를 평생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원한다면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사고로 받은 몇 달간의 휴가. 하지만 오른손잡이는 카메라를 쥘 수도, 숟가락으로 밥을 뜰 수도 없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수록 마음은 헝클어졌고 희망과 절망이 구분되지 않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 불안했고 초조했다. ‘사람들의 참견으로부터, 도시의 경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내게는 섬이 필요했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제주도에 도착해서 월세 30만원짜리 방을 구했다. 제주에 간 이유는 저가항공사의 표가 싸서였다. 나의 충동이란 겨우 그 정도 수준이었다.



‘해야만 하는 삶’으로부터 도망 나오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다음달 월세는 어떻게 마련하지?’ 같은 생각은 들지 않고 오히려 제자리로 찾아온 듯한 안도감을 느낀다. 작은 섬에선 사방에 둘러싸인 바다가 커 보여 갇힌 느낌을 받는데, 제주도에서는 바다가 바라보기 좋은 크기로 보인다. 섬 전체가 잘 지은 하나의 성처럼 느껴졌다. 몇 달간 이곳에 살 것이다.



해가 뜨면 해를 보고, 달이 뜨면 달을 보고, 별을 보거나 파도를 보고, 구름이 지나가는 것으로 바람을 느끼고 바다에 몸을 담그고, 비가 오면 비를 맞는 것, 제주에서는 그래도 된다. 섬 전체가 관광지이므로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전에는 알지 못했다. 오히려 성공하기 전에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경지에 도달하기는 쉬웠다. ‘그냥 하면 되는 것임을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왜 모든 것을 배우고 나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는데 나를 막고 서 있었던 건 나 자신이었다. 10년 전, 8개월 동안의 제주살이. 이룬 건 하나도 없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느긋한 마음은 아무 데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 해변으로 돌아가려 계속 헤엄쳐도 제자리이거나 해변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상황처럼, 노력한 만큼 지치기만 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조류 때문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고 이겨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류로부터 벗어나는 법은 조류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방향을 살피고,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아닌 옆 방향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먼 길을 돌아가는 게 사실은 유일한 길일 수도 있다.



나는 지금도 살아내야 하는 삶의 조류로부터 벗어나 태평양 한가운데 외딴섬에 머물고 있다. 8월 말 개인 전시회를 빌미로, 가진 모든 것을 털어서 겨우 도착했다. 매 순간 열심히 사진을 찍어도 모자랄 판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해와 달, 바람과 파도나 멍하게 보고 있다. 스스로 한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다. 어쩌면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리라. 그리고 나는 바다에 왔다.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연재를 마칩니다.

좋은 글과 사진 보내주신 필자와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어린이 인문학 여행

 

노경실 지음 /생각하는 책상

 

살바테(Salvete) ‘안녕!’

그런데 인문학과 라틴어는 무슨 관계가 있죠?

 

인류는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에 말을 할 줄 알게 된 순간부터 스토리텔링, 말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 것은 먹고, 자고, 사랑하는 본능처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

 

호랑이가 나오지 않는 북유럽 신화

신화에 담긴 네 가지 요소

신화에는 인간과 관계있는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세상이 만들어진 이야기나 카오스처럼 매우 초자연적인 존재와 현상에 대한 것.

거인의 뇌로 만들어진 구름, 거인의 아들로 마법 망치를 쓰는 천둥 신 토르, 토르는 원래 모습과는 달리 귀엽기까지 한 캐릭터로 지금까지 미술, 영화, 광고 등 많은 분야에 등장하고 있다. 두 번째, , , , 홍수, 바다, , , , 동식물 등 지구에 있는 모든 자연이나 자연현상. 세 번째, ‘선불신이 인간에게 준 농사, 법과 정의, 전쟁, , 사랑과 아름다움, 운명과 행운, 음악, , 보물, 심지어는 어리석음과 재난도 신의 선물. 네 번째, 모험과 탐험, 전쟁과 긴 여행길 이야기.

 

스토리텔링 :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

 

아름다운 표현의 세계, 미술

미술의 사전 풀이 :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 그림. 조각. 건축. 공예. 서예 따위로, 공간예술. 조형예술 등으로 불린다.

미술은 빈부귀천,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모두 초월하고 배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미술품에 값을 매기면서 사고파는 미술 시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미술을 하려면 큰돈이 드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예술이 밥 먹여주나?”

예전 사람들은 밥처럼, 생활처럼 예술 활동을 가까이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

art는 모든 예술을 통틀어 일컫는 말

arts는 조각, 회화, 무용, 건축, 공예 등 예술 분야 각각을 말할 때 쓰는 말

 

순수 미슬 :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에 가장 중점을 두는 렘프란트, 반 고흐, 이중섭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

 

응용미술 : 기능이나 장식과 밀접히 연결되는 것으로 도자기, 금속과 보석 공예 같은 공예와 상품을 아름답게 꾸미는 산업 디자인 등.

 

종이 없이 그리는 원시 미술의 세계

신화는 신들이 사라지면서 이야기도 멈추었지만, 미술은 인간과 함께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기독교 미술과 르네상스 미술

모라 제국이 유럽의 대부분과 북아프리카까지 지배하던 시기에는 주로 그리스 로마신화 속 이야기나 황제, 용감한 장군 등을 묘사. 그림은 물론이고 동상, 신전의 장식 등. 그런데 로마 제국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한 4세기 무렵부터 기독교가 로마 세계로 빠르게 들어옴. 이때부터 기독교 미술 시대 또는 중세 미술 시대. 이때는 왕보다 교황이 더 큰 힘을 가진 시대. 예술가들은 신앙의 틀 안에서 작품을 만들었고, 특히 성당건축과 그와 관련된 예술이 크게 발달. 이 시대 건물들의 특징은 둥근 돔 지붕, 천국을 소망하는 높고 뾰족한 탑, 수 많은 창문들, 그리고 벽과 창문을 빼곡하게 장식한 프레스코와 모자이크,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터키에 이스탄불에 지금도 남아 있는 성소피아 성당은 이 시대의 최고의 건축물.

 

 

신에서 인간으로, 휴머니즘 운동

종교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지만, 인간은 늘 자유를 꿈꾸는 존재.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무역이 커지면서 좀 더 넓은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인간의 삶에 눈을 뜬다. 인간주의적 교양을 추구하는 휴머니즘 운동.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변화하기 시작. 이 시기를 르네상스, 르네상스는 무슨 뜻일까? ‘다시 태어남. 재생.

학자들은 르네상스가 매우 큰 성과로 천 년이 넘도록 신에게만 충성을 다한 유럽 문화를 인간 중심으로 바꾸고 고전 문학을 재발견한다. 르네상스라는 말은 현대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가 다시 일어나 경제 발전을 이루었을 때에 한강의 르네상스라고 했다. 미국 뉴욕의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재즈 음악을 중심으로 예술이 활발하게 퍼져나갔을 때 할렘 르네상스라고 했다.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 예술가들이 천국과 지옥, 천사와 악마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서 사진의 생각과 상상을 마음껏 표현하기 시작.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기법을 실험하면서 다양한 시도.

 

 

미술에도 유행이 있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것, 개인의 창조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연을 재발견하는 것 등.

 

 

계속 바뀌어 가는 미술 기법들

예술 세계도 다른 물결이 밀려왔다 다시 흘러가곤 합니다. 17세기부터 남성적이면서 과감한 표현이 두드러진 바로크 양식과 화려하기 그지없는 로코코 양식이 등장합니다. 바로크는 포루투칼 어 비뚤어진 진주또는 프랑스어의 이상하고 괴상한이란 뜻이고, 로코코는 에스파냐어 귀족과 부자들을 위한 예술이라고도 한다. 사실주의, 완벽한 소나무가 아니라 자신이 가장 인상적으로 소나무를 느낀 그 순간, 그 상태를 그리는 것. 그래서 인상(印象)주의 인상이 좋다.’ 또는 첫인상이 싫다.’

 

 

인상파,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그리다

빈센트 반 고흐는 드라마 같은 고흐의 삶은 감정이 풍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이란 작품의 제목에서 따와 그대로 사용하며 자신들을 스스로 인상주의 화가인상주의는 화실이나 집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그리는 걸 더 좋아했다. 종교적인 빛 보다, 더욱 눈부신 현실의 밝은 빛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밤의 빛이건, 낮의 빛이건 빛을 통해 발견하는 사물의 새로운 느낌, 그래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은 인상주의 여행의 필수 코스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살아서 움직이는 별빛, 춤추는 밤하늘, 끝없는 우주를 가로지르는 듯한 별들의 움직임, 그리고 그 밤하늘과 별들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뛰는 심장을 그대로 표현. 고흐의 밤하늘은 어둡고, 조용하고, 무섭고 정지되어 있지 않다. 우주 속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밤이며, 밤의 태양이 살아 있는 모든 생명 들을 축복하는 듯 활기차다. 인상주의의 자유로운 빛과 색의 표현은 매우 혁명적

 

 

하나밖에 없는 화가 자신의 개성을 담다

인상주의는 1900년대로 들어서면서 표현주의라는 새로운 기법. 표현주의는 말 그대로 사진 찍는 것처럼 그대로 그리지 않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게 그림을 그린다. 그러니까 올리브 나무를 그린다면 그 나무를 바라보는 자신의 감정, 슬픔이나 기쁨, 공포나 즐거움 등이 그대로 드러나게 그린다. 단순한 올리브 나무가 아니라 이상한 물체로 표현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들은 점점 더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림을 그렸다. 종교나 정치, 돈 그리고 암의 비판이나 칭찬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느끼는 것에 가장 충실하게 작업했다. 이런 정신은 예술을 다양하게 발전시켰다.

 

 

피카소의 입체파에서 팝아트까지

입체파Cubism,큐비즘피가소 <아비뇽의 처녀들>, <게르니카> 이제껏 어느 누구도 시도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기법으로 사람과 사물을 표현. 세모난 얼굴, 네모난 몸, 두 개의 얼굴. 예술이란 이처럼 상상의 힘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분야.

우리 삶과 일상생활에 친숙한 작품을 그리워하게 됨 이런 심리에 맞추어 등장한 것이 팝아트. 음료수병, 통조림통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재탄생. ‘착시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개성과 정신을 담은 작품을 창작하는 걸 더욱 간절히 소망. 순결한 창작정신, 위대한 예술혼이 인간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발전시킴.

 

 

동양철학은 어떻게 싹을 틔웠을까?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

노장 사상,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라

노장 사상’, 노자가 사회와 정치의 개혁을 강조했던 반면에 장자는 인간 내면에 대해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모두 반 유교적이라고 할 수 있어서 형식적이지 않으며 체면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내가 생긴 그대로 겉치레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사상. 그래서 진정으로 마음의 자유를 누리라고 가르친다.

 

 

마음의 눈으로만 보이는 인간의 영혼

만약 인간 세계에 철학이나 종교가 없었다면? 우리는 참으로 삭막하고, 때로는 무자비하며, 심지어는 동물 같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철학은 문학과 예술의 바탕이다. 도는 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의 기둥이자 신학의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철학은 사람의 삶이기도 하다. 깊은 산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라도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생활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지 깨닫는 거다. 그러나 이런 경우 훌륭한 깨달음과 아름다운 정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줄 수가 없다. 철학적 바탕이 없는 작가는 그저 매끄럽게 글은 잘 쓰나 작품 속에 감동을 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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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라도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생활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지 깨닫는 거다.’

 

깊은 산골이라? 어느 곳이 깊은 곳인가?

속리산인가, 계룡산인가, 묘향산인가.

높아도 높지 않고, 깊어도 깊지 않다.

내 마음이 가 있지 않으면, 어느 곳도 높지 않고 깊지 않다.

어린이 인문학이라,

어린이 마음, 과연 어린이는 순수할까.

어린이도 딜이 있고, 갈등이 있다.

본능 일게다.


'위로'

위로는 셀프다.

深淵의 깊은 곳을 찾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정된 나를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