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뭐라고

- 시크 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요코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다.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 - 나는 알고 싶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죽으면 용서하게 될까. 사는 게 훨씬 더 피곤하고 귀찮잖아. 그래도 죽는 건 무서워. 죽을 날이 코앞에 다가오자, 죽으면 돈이 안 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방을 휙 둘러보니 전부 돈을 주고 산 물건뿐이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지금껏 돈을 위해 일했다니.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일을 하고 있지만, 돈은 필요 없고 취미로 일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차피 찔끔찔끔 모아온 저금도 죽으면 쓸모없다. 암이 재발해서 뼈로 전이되었을 때, 의사는 죽을 때까지 치료비와 간병비로 1천만 엔 정도 든다고 했다. 일흔 쯤 되면 더 이상 나에게 돈 들 일은 없겠지. 나는 항암제를 거부했다.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불쾌한 1년이라니. 연명하더라도 아까운 짓이다.

*일흔 전후는 딱 좋은 나이다. 아직 그럭저럭 일할 수 있고 스스로의 뒤치다꺼리를 할 수 있다.

 

아버지는 저녁 식사 때면 반드시 설교를 늘어놓았다.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거라.” 아버지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일찍 죽어버려서 엄마는 많이 힘들었다. 부모가 일찍 죽는 것도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부모가 일찍 죽으면 마음껏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아버지가 오래 살았더라면 과연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 암 재발 선고를 받은 날,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자동차 매장에 들렸다. 나는 국수주의자라서 그때까지 외제 차는 절대 타지 않았다. 중고 외제차를 사는 녀석들이 가장 싫었다. 내가 들른 곳은 외제 차 매장. 그곳에 잉글리시 그린의 재규어가 있었다. 나는 그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내 마지막 물욕이었다.

사실 근본이 가난뱅이인 나는 물욕이 없다. 식욕도 없다. 성욕도 없다. 더 이상 물건이 늘어나도 곤란하다.(나다) 이제 남자도 지긋지긋하다. 나이 일흔에 남자가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면 비웃음을 사겠지. 앞으로 남자를 사귈 수나 있나? 아뇨, 못 사귑니다만.

나는 암보다 우울증이랑 자율신경실조증이 훨씬 더 괴롭고 힘들었다.

* 정신에 관련된 병은 차별을 당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없어진다.

 

나는 왼쪽 다리가 아프지만 오른쪽은 괜찮다. 요즘 자동차는 오른발용밖에 없다. 나는 스스로 재규어를 몰며 굴뚝 상태로 되돌아갔다. 덤으로 택시비도 아꼈다. 나는 거의 일평생을 지구와 평행하게 살아왔다. 드러누워서 책이나 텔레비전, 빌려온 비디오를 보았다. 듣는 사람도 없는데 이불을 턱 밑가지 끌어당기고 하루에 몇 번이나 중얼거린다. “아아, 행복하다.” 다리가 아픈걸, 암에 걸렸는걸. “그래도 행복하단 말이야

 

선생님,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아요.’ 하며 울지 뭐야. 난 그런 죽음은 보기 흉해. 아버지는 죽음에 대한 미학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는 본인의 신념대로, 아우슈비츠의 수감자처럼 뼈만 남은 채로도 혼수상태에 빠질 때까지 혼자서 벽을 짚고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조용히,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죽었다.

 

비겁함이 가장 나쁘다 - “사노씨, 가슴 두근거릴 일이 없어진다는 건 쓸쓸하네요.” “, 마지막으로 두근거린 건 언제쯤인데요?” “어느 날 문득 두근거림이 없어졌단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뭇잎이나 조그만 꽃을 보고 가슴이 뛰어서, 나이 든다는 건 청아한 일이라고 스스로 감동하곤 했다. 동년배 친구들 중 가슴 두근거리며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일흔의 두근거림은 왠지 엉큼하다. 진짜 엉큼하다. 피카소는 죽기 전에 젊은 연인이 있었는데, 세상 사람들은 남자들이란 원래 그렇다며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돈과 재능이 넘치면 그런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 돈도 재능도 색스어필이다.

 

죽음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건만, 남은 날이 2년이라는 소리를 듣자, 그만 귀가 솔깃해져서 여기저기 그 말을 퍼트리고 다녔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내 주위의 세상이 스웨터를 뒤집은 듯 친절해졌다.

 

지금처럼 노인을 공경하는 법을 잊어버린 나라, 쓸모가 없어진 사람은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나라에 태어난 것은 비극이다. 적어도 내가 어릴 적에는 노인들이 당당했다. 요즘은 부모를 봉양하고 싶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부모가 죽으면 재산 싸움을 벌인다. 법률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다. 옛날에는 노인의 자리와 역할이 있었다.

암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그러자 수치가 일반인과 똑같아졌다. 암은 걱정이 많으면 안 되는 병이다. 의사는 정말로 열과 성을 다해 병을 치료하려 했다. 나는 의사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 건강해지고 싶었다. * 아무리 죽으려는 의욕이 넘쳐도 여간해서는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우울해진다.

* 노인은 망상으로 마음껏 두근거릴 수 있는 특권계층이다.

 

*** 끊임없는 불꽃놀이 - 차라기보다 오랜 세월 길러온 애견 같은 느낌이었다.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낡은 차를 떠올리자 가슴이 뜨거워졌다. (난 아직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차 사랑이 없나보다. 나는 매정하다.)

 

나는 그녀와 20년 동안 밖에서 만나 밥을 사 먹었는데, 전부 내가 냈다. 한 번도 얻어먹은 적이 없다. 둘 사이에 그런 규칙이 어느 틈에 생겨버렸다.

그녀는 F1 엔진을 장착한 경차처럼 활발하다. 아니, 그보다 침착성이 없고 줄곧 시끄럽게 떠든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여하튼 일방적으로 떠들어댄다. 남들의 대화에 참여해 공통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법이 없다. (ㅇㅇㅇ, 없으니 뭐든 없으니 버림받을까봐 불안한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모두들 꺼려하는 여자와 어울리는 관대한 나 자신에 도취되어 그녀와 만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아, 혐오스러운 나 자신.

 

그녀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반응한다. 연속성이라는 게 없다.( 생각 없이 지껄인다. 이런 사람들 뒤끝이 없다. 막무가내다. 딱 한사람 안다, 나는)

마치 음악과도 같은 인생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원망에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그래도 가끔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넌 나를 무시하거나 심술궂게 굴 때가 있어.” 그 말대로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악연으로 맺어진 벗, 혹은 피붙이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쩨쩨함과 욕심을 빼면 그녀는 매우 선량한 사람이다. 그녀는 언제나 불꽃처럼 타오른다. 끊임없는 불꽃놀이다. F1의 엔진이 아니고서야 유지되지 못한다. 구두쇠는 쩨쩨한 인생밖에 살지 못한다. “있잖아, 프라다 스웨터 나 줘.” 그녀가 어제 말했다. 내가 곧 죽을 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나는 웬일인지 화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지나치게 정직했기 때문이다.

 

모모언니는 나보다 일곱 살 많은데, 옛날 일본의 좋은 부분만을 모조리 가지고 있다. 일단 자세가 곧고, 앉아 있는 모습도 아름답다. * “나는 이제 글렀어. 돈은 있는데 갖고 싶은 물건이 하나도 없지 뭐야. 나이 드니까 욕심이 없어져. 욕심은 젊음인가봐.” 나는 불현 듯 싱글벙글 씨의 성욕은 있지만 정력은 없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같은 혈통이라도 언니에 비해 나는 품위가 없다. 품행도 단정치 못하다. 말본새도 거칠다. 모모 언니는 *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자연스럽게 경어를 쓰며 아름다운 일본어를 구사한다. 인간에게 언어란 매우 중요하다. 언어만이 인간을 증명한다고도 할 수 있다.

 

입버릇이 나쁜 인간은 고릴라보다도, 소보다도 못하다.

모모 언니는 욕심이 없다. 욕심 없이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욕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돈이 모인다. (나다, 바로! 그래서 나는 돈이 많다.) 언니는 부끄러워할 줄 안다. 언니는 수치심이 무엇인지를 교육받은 세대다. 그때는 전 세계가 수치를 알았다. (사하 마지막 수업, 예전에는 그래도 그나마 싸가지라도 있었는데, 수오지심)

* 가난해도 좋다. 나는 품격과 긍지를 지닌 채 죽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모모 언니, 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주고 싶어. 존경이나 은의(恩義) 같은 걸 말이야.

 

성격이 나쁜 사람은 자기 성격이 나쁘다는 사실을 모른다 - 요코씨도 일을 좋아하는 게 분명해. 지금까지 쭉 일 했는걸. 먹고 살려고 한 거야. 지금은 가난하지 않잖아. 그럭저럭 살 만한 정도지. 그래도 일거리가 떨어지면 초조해져. 거봐, 어차피 할 거면 싫다는 말은 안 하는 편이 좋아.

 

아무도 없는 집에서 드라마를 한창 보던 중 문득, 그 행복을 느끼면 깔깔 웃음이 터질 정도다. 아아, 이러니 혼자 사는 걸 도무지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깔깔대며 웃는 와중에도 스스로가 게으름뱅이처럼 느껴져 왠지 껄끄럽다. 보통은 예순이면 정년을 맞이한다. 나는 일흔이다. 게다가 이제 곧 죽을 몸이다.

이제 곧 죽는다는 생각이 들면 세상만사에 의욕이 없어진다. 하지만 살아 있으면서도 아무런 할 일이 없는 건 지루하다. 미남 의사에게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살아 있으면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 절름절름 다리를 절며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살핀다. , 천리향이 피었다. 오늘은 추우니 밖에 나가지 말까? 휘적휘적 걷다가 들어간 옷 가게에서 치마를 샀다. 이제 옷 따윈 사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는데도.

 

나는 암이 전이된 뼈에 듣는 약과 정체불명의 약을 링거로 맞으려고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간다. 그러나 오로지 미남 의사를 보고 싶을 뿐이다. 전에 의사가 어떤 주사를 놓아주었는데, 머리카락이 하룻밤 사이에 다 빠져서 대머리가 되었다. 절의 스님보다도 더 반짝반짝한 대머리다. 스님은 모근이라도 있으니 푸릇푸릇하지만, 나는 모근도 없다. 모자를 사기도 했고 선물도 받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모자가 안 어울렸다. 집에 있을 때는 민머리를 드러내놓고 다녔다. 민둥산이 된 이후에야 내 두상이 예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하나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나는 얼굴만 못났다. 얼굴이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얼마 안 되어도, 여자는 얼굴이 생명이라는 진리를 70년 동안 충분히 느꼈다. 다시 태어난다면 멍청한 미인이 되고 싶다. 얼마 전 거울로 얼굴을 보며 너도 참 이 얼굴로 용케 살아 왔구나! 기특하기도 하지, 대견하기도 하지라고 말했더니 스스로가 갸륵해서 눈물이 나왔다.

 

훌륭하게 죽자고 결심했다. 훌륭한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사무라이처럼 죽고 싶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오늘 밤 결정할 거야>를 듣고 싶다. 요즘은 줄리처럼 나른하면서도 퇴폐적인 미청년이 없다. 모두가 쓸데없이 명랑할 뿐이다. 어째서 그렇게 밝은 걸까. * 옛날에는 젊은 재능이 문학, 그다음은 만화, 지금은 예능에 쏠려있다.

 

나는 세상만사에 감탄하고 싶다. 지금이 인생 중 가장 행복하다. 일흔은 죽기에 딱 적당한 나이다. 미련 따윈 없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가난으로부터 배웠다. 부자는 돈을 자랑하지만, 가난뱅이는 가난을 자랑한다. 모두들 자랑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

눈앞에서 사람이 픽픽 죽으면, 죽음이란 정말로 단순하고도 당연한 일처럼 여기진다. 나는 두려움과 공포를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어른이 된 다음 남자에게 반하고 자시고 할 때에도, 헤어지니마니 소동을 부릴 때에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나는 분할 때만 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분해서 흘리는 눈물에는 상쾌함이 없다.

어른이 되면 좀처럼 꼴깍 죽을 수가 없다. 나도 꼴깍 죽지 못한다. 이러다 혹시 안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제 병원에서 잘 생긴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 반년 정도일까요.” “뭐라고요?! 전에 2년 남았다고 하셔서 전 완전히 흥청망청 돈을 다 써버렸단 말이에요.” “돈을 다 쓰셨어요? 그것참 곤란하군요.” 호스피스에 들어갈 돈만 남겨뒀어요.” “난처하네요.”의사가 웃음을 터트리는 통에 나도 웃어버렸다.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 병과의 장렬한 싸움만은 싫다.

 

나는 저 세상을 믿지 않는다. 저세상은 이 세상의 상상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저세상은 이 세상에 있다. 불행히 젊은 나이에 죽은 동창도 있다. 모두들 깜짝 놀라 거짓말 같다고 중얼거리며 장례식장에서 울었다. 저마다의 상념이 교차했고, 상복의 새하얀 손수건이 팔랑팔랑 움직였다. “너무 빨리 갔어." “어째서 그렇게 좋은 녀석이한 시간쯤 지나자 더 이상 아무도 죽은 사람을 떠올리지 않았다. “바보 자식, 선생님한테 일러바친 거 너였지?” 실로 활기차고 즐거운 동창회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 나는 갑자기 깨닫는다. * 타인의 죽음은 한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친족과 타인은 다르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죽어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죽고 내 세계가 죽어도 소란 피우지 말길 -

사노 - 전 이제 일 한 해도 괜찮을 나이잖아요. 다들 정년이 되면 일을 그만두잖아요? 전 일흔이라고요.

히라이(의사) - *** 일을 안 하면 치매에 걸려요.

사노 - 이젠 걸려도 상관없어요.

히라이 - 죽음에 대한 감상에도 . 그녀 3인칭의 죽음은 아, 죽었구나. 2인칭 당신의 죽음을 부모 자식 형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죠. 1인칭의 죽음 즉 나의 죽음은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

히라이- 죽음을 선고한 후에 심전도를 봤더니 파형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해받지 않도록 죽음 선고 전에 모니터를 치워요. 죽은 뒤에도 머리카락은 자라요. 다시 말해 죽은 후에도 몸의 여러 세포들은 살아 있어요. 때문에 사후 24시간은 시신을 안치하도록 되어 있죠.

히라이 - 죽을 의욕에 불타고 계셔도 쉽게 죽지 않아요.

히라이 - ***** 뇌졸중이 가장 곤란해요. 어느 날 갑자기 퍽 쓰러져서 어벙하게 되지요. 그리고 죽지 않아요. 병세가 심한 경우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 지도 전혀 모릅니다. 가족들도 선생님, 적당히 해주세요.” 그러니 의사도 ***** 어떻게 할까요?” 하는 식으로 3, 5, 10년씩 가는 거죠.

사노 - 잘 생각해보니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에요. 저는 정말로 태연하고 건강하게 지내거든요. 죽는 것도 두렵지 않고. 애 아빠는 얼마 전에 저 세상으로 갔는데요. 의사한테 이젠 손쓸 도리가 없다라는 말을 듣고는 그 시점부터 결음을 못 걸었대요.

히라이 - 개중에는 훌륭히 죽은 사람도 있고요. 예순여덟 살의 변호사가 폐암에 걸렸는데 전 이제 1년이나 1년 반 정도밖에 못 살지만, 처리해아 할 안건이 다섯 개나 있어요. 모두 불쌍한 사람이라서 어떻게든 해결한 다음에 죽고 싶어요.” 라고. 감마나이프 치료를 총 다섯 번 했는데요. 그러는 와중에도 남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18개월쯤 지난 후에 돌아가셨어요.

히라이 - 요즘의 일본은 죽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어버렸지요

사노 - 그래서 죽는 게 나쁜 일인 양 여기죠.

히라이 - 맞습니다. 60년 전에는 소집영장을 받으면 전쟁터로 나갔어요. 가족들도 아이들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암에 걸려 갑자기 “1년 남았어요.” 시한부 선고를 받으니 깜짝 놀라 허둥지둥 할 수밖에요.

사노 - 남 앞에서는 다들 위선자가 되는 느낌. 어째서 그럴까요. 인간은 위선을 떨기 쉬운 존재라서? 아니면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히라이 - 여든이 넘은 할머님께 약을 드리면 선생님, 이 약 평생 먹어야 하나요?

사노 - 누구든 그 나이대가 되어보니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요. 100살 가까이 먹은 사람이 어디에선가 돈을 받았는데, 뭐 할 거냐고 물었더니 모았다가 노후를 대비해야죠.” 라고 했대요,

히라이 - 인간도 유전자가 제대로 힘을 발휘해주는 시기는 쉰 살에서 쉰다섯 살 정도까지예요.

사노 - 그 뒤로는 쓸모없다는 거군요.

히라이 - 쉰 실까지는 유전자가 생존, 생식 모드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등하게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쉰다섯 살 이후 종족보존이 끝나면 사회적으로는 세상을 위해서, 또 남들을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지언정 생물학적으로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됩니다.

히라이 - 여성의 정신과 육체는 아이를 낳고 기름으로써 절대적인 축복을 받도록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출산과 양육 없이는 인생의 가장 좋은 부분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남자의 경우, 역할이 끝나면 연어처럼 미련 없이 죽어 없어집니다. 반면에 여성은 대단한 존재예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니까요. *** 남자는 여차하면 자식을 버릴 수 있어요. 자식이 말을 듣지 않으면 의절하기도 하죠. 그러나 여자는 자식이 아무리 죄를 범해도, 살인자가 되더라도 절대로 버리지 않아요.

 

나는 훌륭하게 죽고 싶다 -

히라이 - 저는 죽어가는 사람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좋아, 나는 훌륭하게 죽자라고 결심했습니다. 뜻을 세워서 후회하지 않고 깨끗하게 죽고 싶어요. 이른바 무사도 정신이죠.

사노 - 저는 어쩐지 허영 같아요.

히라이 - 그래도 한심한 모습은 그다지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사노 - 옛날에는 생명에 집착하는 게 가장 추하다.’라는 무사의 체면에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죠?

 

자신의 죽음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

히라이 - 50대가 도면 부모님도 늙고 자신의 체력도 떨어져서 노인들의 기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환자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의사가 보는 죽음은 의사의 입장이나 연령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죽을 때에야 죽음의 문제도 끝나게 되지요. 사후에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사노 -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은 생각하지 않잖아요.

히라이 - 기도는 본인의 기분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스스로 위기감을 느낀다는 증거.

 

아들은 마지막 인사까지 생각해둔 듯해요 -

사노 - 이미 사두었어요. 그런데 무덤은 5년만 빌리기로 했어요.

히라이 - 요즘은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혼 후, 동료나 선배, 친척들한테 인사하러 다니는 게 힘든 일이지요. 장례식도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치러야만 해요. 한 번에 끝나니까요.

사노 - 제 전전남편은 내가 죽으면 아드리아 해에 뼈를 뿌려 줘라는 소리를 하는 바보였어요. “비행기 표는 누가 사는데?”라고 말해버렸죠.

히라이 -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시니까요. 결국 인간학이죠. * 여러 가지를 제대로 생각하며 지내온 사람은 확실한 死生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죽는 게 뭐라고를 사람들에게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모두 사이좋게 기운차게 죽읍시다.”

 

내가 죽고 내 세계가 죽어도 소란 피우지 말길 -

*** 사노 - 요컨대 나 자신은 별것 아닌 존재죠. 마찬가지로 누군가 죽어도 곤란하지 않아요. 가령 지금 오버마가 죽어도 반드시 대타가 나오니까요. 누가 죽든 세계는 곤란해지지 않아요.

 

아파서 죽습니다 뱃가죽이 아팠다. “, 터진다, 찢어진다고!” 갈비뼈 통증이었다. 같은 죽음이라도, 통증을 견디지 못해 죽는다고, 누군가에게 정확히 말해두고 싶었다.

나는 피를 토한 나쓰메 소세기가 부러웠다. 목 놓아 울었던 마사오카 시키가 부러웠다. 그들은 누가 봐도 정당한 병자였다.

갈비뼈를 장작처럼 끊임없이 쪼개는 고통이 찾아오면 가운 끈으로 내 몸을 기둥에 동여맸다. 그러지 않으면 2층으로 기어올라 베란다에서 집 앞 골짜기로 몸을 던지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목 놓아 울고 싶어도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친구가 바닥에서 뒹구는 나를 보고 말했다. “너 얼굴이 거무죽죽해.” 거무죽죽하다니? 더러운 똥에 진흙을 섞은 색이야. 색깔은 아무래도 좋아. 보라색이든 파란색이든 상관없어. 진짜 똥이라도 괜찮아. 아프지만 않으면 돼. 나는 이렇게 대답하며 실실 웃었다. 그래도 의사한테 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 고통에서 해방되려면 죽는 게 가장 좋다고 하루에도 몇 번식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아무래도 억울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억울했다. 억울해서 신음을 내뱉었다.

 

호기심이란 천박하다 - 깜짝 놀랐다. 논짱의 말이 사실이었다. 여자가 자기 남자를 아무리 멋지다고 말해봤자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얼간이로만 보이는 게 보통인데. “저기, 입원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호텔 대신이라고 여겨주세요.”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친절인지. 호텔 대신이라니, 호텔보다 호텔스럽지 않은가. “오늘 곧바로 입원할 수 있나요?” “그럼요.” 선생은 소리 내며 웃었다.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나는 돈이 없을 때에도 돈을 잘 쓰는 게 자랑이다.

호기심 때문에 두근거렸던 나는, 딱히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이란 천박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나는 혼이 말기에 이르러서 죽어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정신과 의사가 여기 있나요?” “환자분의 가족들이 상담을 할 때가 있어요.” “환자가 아니라요?” 나는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의 고충이 정신과 의사를 필요로 할 정도라는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고는 압도당했다.

 

* 내 간호사는 저녁 여덟시가 되면 꼬박고박 수면제 한 알을 챙겨들고 온다. “여기는 죽어가는 사람뿐인데, 안 괴로워요?” “저어, 여기서는 환자분이 돌아가셨을 때 울어도 돼요.” “누가?” “제가요.” 일반 병원에서는 반드시 프로답게 굴어야 해요. 환자분이 돌아가셔도 절대로 울지 않도록 교육받죠.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우고요. 하지만 마음이 무척 잘 통하는 사람이 돌아가실 때면 정말로 슬퍼요.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도 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울었더니 정말로 기분이 좋았죠. 울면 편해지잖아요. 그게 가장 기뻐요.

 

거기에는 누구의 이름도 붙어 있지 않았다 -

언어도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자연은 그 어떤 경우에도 실패해서 찢어버리고 싶은 그림처럼 되는 법이 없다. 내년 봄에는 틀림없이 벚꽃이 피겠지.

갑자기 내 옆에 앉아 있던 목발 할머니가 그 백혈병 걸린 젊은 사람, 참 딱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3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투명한 필름처럼 몇 번쯤 나를 스쳐 지나간 젊은 커플을 몇 초간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이제는 결코 투명한 모습으로 고요히 내 앞을 스쳐 갈 일이 없어진 것이다.

 

내년에 피는 벚꽃 - 투명한 갈색 눈동자에 흘러넘칠 듯 물이 가득 고였다. “내년에 피는 벚꽃을 볼 수 있을까요?” 이듬해 5월이 되었을 때, 그녀는 작은 보스턴백을 메고 우리 집을 찾아왔다.

 

모두들 일정한 방향을 향해 미끄러져 가는 듯 -

할아버지는 말도 움직임도 없이 입을 벌리고 있는 할머니 곁에 언제나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살아있다.

젊은 시절에는 자연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꽃이 필 무렵에만 눈을 빼앗겼다가 시들면 금방 잊어버렸다. 벚꽃은 1년에 한 번만 떠올렸다.

꽃이 피고, 닭이 울고, 반 했니 어쩌니 울고불고, 돈이 있니 없니, 밥이 맛있니 맛없니. 이 세상의 모든 천국과 지옥은 고타쓰 위에 있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에게는 분명 이 세상의 자연이 기이할 정도로 아름답게 밀려들지 않을까.

 

* 사노 요코에 대하여 - 세카카와 나쓰오

파티를 꺼리는 게 분명한 그녀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건강해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나를 불러 세웠다. “얘기할 게 있어.” 찻집에서 마주보고 앉아 그녀가 말했다. “저기, 나 뼈에 전이됐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앞으로 1년 남짓일 것 같아.” “암에 걸렸다고 말하면 모두들 동정해줘” “누구 괜찮은 남자 없어? 감상하고 싶어라고도 했다. “요즘엔 불량 할머니가 되어서 말이야, 남자 밝힘 증이 절정이거든. 그래도 잡아먹거나 하진 않아. 그냥 감상이라고, 감상.”

 

요코씨는 다섯 살 때 어머니의 손을 잡으려다가 뿌리침 당했다. 그것은 강렬한 체험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쟁 전 긴자를 활보했던 모던 걸, 결혼 후에는 뛰어난 아내이자 유능한 엄마로 변신한 사람이었다. 자식들에게는 그게 아니야라고 무엇이든 부정부터 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코씨도 뛰어난 딸이었다. 뛰어난 아내는 남편을 두고 뛰어난 딸과 무의식중에 경쟁했다.

 

요코씨의 어머니는 2006년 아흔셋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어떤 단체 사진에서도 한가운데에 있었다. 타고난 여장부였다. 하지만 언젠가 할머니가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어머니도 늙었다. 일선에서 물러나 도쿄로 가서 딸과 함께 생활했다. 여든이 넘어 치매 증상이 발견되기 시작했을 때, 딸은 어머니를 시설에 넣었다. 어머니의 증상을 그곳에서 느긋하고도 착실하게 진행되었고, 시간의 경과와 노화는 드셌던 어머니의 성격을 바꾸어놓았다. 건강했던 시절에는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던 말 고마워미안해를 아낌없이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너무도 복잡했던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싱겁게 회복되었다. 이윽고 자신도 노화를 실감했다.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통화가 되지 않아서 문득 쥐고 있던 물건을 쳐다봤더니 텔레비전 리모컨이었다.

 

요코씨도 일곱 살의 소녀 난민이었다. 그녀는 여동생의 기저귀를 갈고 냄비 가득 수수를 끓였으며 땅콩을 팔았다. 길거리에서는 아버지가 만든 짚신을 팔고 러시아인에게 담배를 팔아 식량으로 바꾸었다. ‘어린애였으니까, 나는 생각하기 이전에 본능적으로 살았다. 나는 인간의 온갖 희로애락의 근원을 어린 시절의 생활 중에 체득했다. 그때가 불행의 시대였다고 해도 내가 불행했던 건 아니었다.’ 내가 죽은 후에도 아지랑이가 낀 봄날의 산이 몽실몽실 웃음 짓고, 목련꽃도 벚꽃도 변함없이 피리라는 생각을 하면 분하다.’

호방하면서도 섬세했던 요코. 그러나 여행지의 봄은 아름다웠다. 그곳 봄날의 산이 자신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멋대로 몽실몽실 웃음 짓는것은 전쟁을 관통했고 그 이후의 시대까지 억세게 살아낸, 재능 넘치고 제멋대로인 그녀에게는 틀림없이 분한 일이었으리라.

 

표사 : 사람은 삶이 되고, 암은 앎이 된다. 이 책의 원제가 죽음 의욕 가득이다. 지금 문화에서 죽음은 늘 닥치거나 선고되거나 벌어지는 것이기 마련이다. 극렬한 통증이 살아 있음의 증거인 것처럼, 죽을 의욕 역시 삶의 가장 강렬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 21세기에 가장 유명한 암 환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삶의 최고 발명품이라 했다. 이 책은 암에 걸렸지만 담배 따위 끊지 않고, *** 환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죽고 싶어 하던 박력 있는 할머니, 사노요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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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는 일본인으로

1938년에 베이징에서 태어나,

201072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미 지나간 세대 지나간 사람이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나라다

아닌 것 같지만,

우리의 생활은 그네들이 먼저 경험한 일을 뒤쫓고 있다

이지메(왕따)가 그렇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그렇고

孤獨死가 그렇다

내 어머니세대의 이야기인데,

어느새 내 안에 스며들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사람들 속에 휩싸여 사는 줄 안다.

그러나 나는 일할 때 말고는, 철벽같이 숨어들어 고립무원의 고독을 즐긴다

가족말고는 누구도 잘 만나지 않는다


그중 내가 먼저 연락하는 한두 벗이 있다.

책을 읽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비장한 생각을 했다.

사는 게 뭐라고를 읽으며 죽는 게 뭐라고까지 기다렸다.


영희씨에게 너와 너의 남편은 의사이니까, 이 책을 읽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죽는 것에 대한 용기'를 줘야한다.”

우편으로 책을 선물했었다.

우리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산다.

6월 말까지 병원에 근무하고 

그녀는 바로 다음 달, 뉴질랜드로 떠날예정이다.

 

오늘, 근무를 마치고

전통이 있다는 '해운대 암소 갈비'에서

생갈비를 구워 점심을 먹었

해변으로 나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해변을 걸어 중간지점, 조선비치호텔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번 껴안고 헤어졌다.


이제, 내 이야기를 누가 살뜰하게 들어주나?

그리고, "누가 나에게 맛있는 갈비를 사주나?" 라고 하니

한국에 나오면 꼭 그집에서 갈비를 또 사줄거란다.

좋은 사람들은 내곁을 떠난다.

나이 들어 분신같은 벗이 떠난다는 것은 가슴 한켠이 휑하게 서늘해지는 일이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사는 게 뭐라고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철학)

사노 요코 /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

빵이 다 떨어져 걸어서 커피숍. 돈만 내면 아침을 먹을 수 있다니 도시는 굉장하다. 작은 테이블이 딱 한 자리가 비었고, 전부 여자였다. 전부 할머니였다. 그 중 넷은 담배를 벅벅 피우고 있다. 전부 홀몸으로 보였다. 예전에 파리 변두리의 식당에서 매일 밤 같은 자리에 앉아 혼자 저녁을 먹는 노파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나이는 아흔쯤으로 보였다.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문밖의 빛 속으로 사라진 코트 뒷모습은 고집불통 고독의 덩어리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커피숍에서 아침을 먹는 할머니들은 파리의 노파를 서서히 닮아간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옷차림도 단정하다. 일흔 후반의 어느 할머니는 롱스커트에 커다란 연보랏빛 스카프를 어깨에 걸치고 여유롭게 커피숍을 나갔다. 그 옆의 할머니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밤색으로 물들였다. 검은 바지에 짧은 재킷을 입고 문고본을 읽는 모습이 정년퇴직한 커리어우먼 같다. 그 옆 사람은 옛날 영국의 가정교사처럼 보였다. 정말로 추억의 패션이다. 그리고 아무도 남들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그대로 휘적휘적 걷는다. 덧없는 복고풍 분위기가 감도는 그 적적함이 오히려 아름답다.

 

요리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 -

, 앞으로 몇 년이나 내 힘으로 돈을 찾을 수 있을까. 비록 속도는 느릴지언정 혼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자.

변두리 장터의 서민적인 맛이 내 입에 딱 맞았다.

먹다 남은 무절이 등을 쟁반에 받쳐 들고 어디서 밥을 먹었는가 하면, 멀쩡한 식탁을 놔두고 텔레비전 앞 소파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먹었다. 내 가족은 텔레비전임에 틀림없다.

탱크톱 아줌마가 때밀이 장갑으로 내 몸을 북북 문지른다. 이윽고 때가 부슬부슬 나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느긋하게 드러누운 나와는 반대로, 아줌마는 온 힘을 다해 때를 밀고 있다. ‘가마 타는 사람 따로, 메는 사람 따로아줌마의 땀도 부슬부슬 떨어진다.

 

아무래도 좋은 일 - 2003

벌떡 일어나서 신경안정제를 한 알 더 먹었다. 나는 약으로 조종되는 인형이다.

혼자서 , 이제 됐어하며 만족스러워했다.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지나치게 많지만, 사사코시에게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지나치게 많다. 사람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엄마는 부엌에 있었고 아버지는 붉으락푸르락하던 차였다. 섣달그믐에 어른들은 붉으락푸르락하고 아이들은 쭈뼛쭈뼛했다. 갑자기 아버지가 원탁을 뒤집어엎었다. 상이 엎어지던 순간의 기억은 없다.

여하튼 텔레비전이 없었던 우리 집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눈 돌릴 데가 없었다. 평상시 아버지는 자식들의 잡담을 금했고, 식사 시간에는 본인이 혼자서 설교를 늘어놓았다. 내 인생 가운데 가장 비참한 식사였다. 어린애였던 나는 그때, 가장 비참한 것 속에 익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무섭다. 늙으면 어제 먹은 음식을 까먹어도 어릴 적 기억은 갈수록 선명해진다는데.

 

붉은 수수죽도 귀한 음식이었다. 보릿겨라는 것도 먹었다. 보릿겨 경단은 끔찍했다. 톱밥을 빚어서 찌는 편이 더 맛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절에 설을 맞이했다. 자식이 다섯이나 되었다. 갓난아이도 있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버지는 패전 후에도 아기를 만들었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그 시기다. 어이가 없다. 굶으면 굶을수록 인구가 늘어난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북한과 아프리카의 배만 불룩 튀어나온 갓난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나온다. 그 장면을 보고 나는 어째서 아이를 낳느냐고 묻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아버지가 옳았을지도 모른다. 일본으로 돌아오던 해에 네 살짜리 남동생이 죽었고, 그다음 해에는 오빠가 죽었다. 영양실조였을 것이다. 오빠가 죽은 이듬해 여름, 아버지는 엄마에게 또다시 자식을 낳게 했다. , 생명이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미국인은 비만 때문에 수명이 짧은데, 아프리카는 기아 때문에 평균수명이 짧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뚱뚱한 미국 애를 아프리카 애한테 먹이면 되잖아요.” 섬뜩하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다.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을 낸다.

 

나의 체면 때문에 비디오 대여점 방문을 포개했다. 가게의 회색 비닐봉지 한가득 비디오를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오우메카이도를 지나가는 섣달그믐의 내 모습이, 꼭 다른 사람을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상상되었다. 나의 체면이란 世間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나는 세간이 되지 않으려고 평생토록 무던히 애써왔다.

나는 노인이 된 이래 적어도 자세만은 똑바르게 걸으려고 언제나 신경 썼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딱 마주친 지인이 뭘 그리 거만하게 으스대며 걷는 거야.” 세간은 어렵다. (세간 : 세상 일반)

 

~, 일 안하고 싶다!’

나는 일부러 개미집을 노려 소변을 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몰래 쾌감에 취한 모습을 오빠에게 들켰다. “저리가라는 소리를 듣고 엉덩이를 비켜 앉았더니, 오빠는 반바지에서 고추를 꺼내 내가 발견한 개미집을 향해 높은 곳에서 오줌을 콸콸 쌌다. 정말로 분했다. 오빠가 열한 살로 죽어서 안타깝다. 개미집을 좀 더 많이 찾아내 오줌을 싸게 해주고 싶다고, 예순다섯의 할머니가 된 내가 수세식 화장실에 앉아 생각한다. 오빠는 가엾게도 영양실조로 죽었다.

 

*** 어릴 적부터 사람은 때가 되면 죽는다고 믿어 왔지만, 요즘은 때가 되어도 죽지 않는 듯하다. 나는 점점 소신이라는 걸 가질 수가 없다.

 

베란다에 나가 보니 이웃집에 희고 붉은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아무래도 이웃은 부자인 것 같다. 매화 손질이 너무도 잘되어 있는 나머지 한 송이 꺾어 달라는 말도 못 꺼낼 정도였다.

일을 의뢰받으면 그 일이 무엇이든 간에 아, 싫다. 가능하면 안 하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먹고살질 못하니까. 마감 직전 혹은 마감 넘어서까지 양심의 가책과 싸워가며 버틴다. 그러는 내내 위장이 뒤집힐 듯 배배 고여서 이따금씩 위산이 역류하기도 한다. 몇 십 년을 매일같이, 위장의 재촉을 받으며 내 인생은 끝나리라. 일이 좋다는 사람이 있다면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넌 일단 시작하면 빠르잖아. 빨리빨리 해치우면 편할 텐데.” 상식적인 친구들이 충고를 하면 싫어, 그렇게 일하면 부자가 되는 걸.” “부자 되기 싫어?” “, 싫어. 근근이 먹고사는 게 적성에 맞아. 부자들 보면 얼굴이 비쩍 말랐잖아. 돈이 많으면 걱정이 늘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거라고.” ** 돈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필요한 물건이 없다. 필요한 건 에너지다.

 

나는 옛날부터 부업을 좋아했다. 재단한 종이를 나무 주걱으로 접고 풀을 발라 봉투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리 하지 말하고 해도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여하튼 나는 궁상맞은 일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캄> 류창희 수필

 

노노코는 40대 중반 무렵 희귀 난치병에 걸려서 신체장애 1급이 되었다. 노노코는 장애인인데도 거만하다. 언젠가 노노코에게 왜 그리 못되게 구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내가 잘못해서 병에 걸린 게 아니잖아. 내가 못된 게 아니라, 병이 못된 거야.”

자식들에게도 며느리에게도 전혀 기대지 않는다. 의지가 안 되는 자식들이 아닌데도. “그 애들한테는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까 나는 페페오가 책임지는 게 당연하잖아.”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문어는 섬뜩하고도 선정적인 풍속화를 연상시켰다.

노노코는 신체장애 1급이 된 이후 하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재활 치료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연주회에 나가는 것 같지만, 절대로 친구들을 부르지 않는다. 모두들 저렇게 건강한 병자는 처음 본다고 말한다. “노노코는 어째서 저렇게 활기가 넘칠까?” 페페오씨에게 물으니 친구들이랑 있을 때만 저래. 상태가 나빠지면 화를 내면서 어째서 병에 걸렸을 때 살린 거냐며, 왜 그때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느냐며 울어라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격 나쁜 인간 (2004) -

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또 침대에서 발로 커튼을 열어젖혔다.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아직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석에 드러눕기라도 하면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는 지금의 건강을 얼마나 눈물겹게 그리워하게 될까?

 

수도요금 때문에 수도국에 갔다. 제정신인데도 술 취한 듯 시비조로 다그쳤다. 화나서 내뱉은 말을 스스로가 견딜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성격이 나쁜 인간은 바로 나라는 확신이 들어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나는 화난다고 마구 내뱉지 못해 썩는다. 골병으로) 하지만 나에게도 나름대로 원칙이 있어 위사람 불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아내와 자식이 있다. 수도국 직원은 재수가 없으려니까갱년기 히스테리 할망구!”라며 내 험담을 늘어놓겠지. 미안하지만 갱년기는 끝난 지 오래다. 늙은이는 공격적이고 언제나 저기압이다.

 

샌들을 질질 끌며 걷다 보니 내 발소리를 듣는 건 퍽 쓸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게 영감은 언제든 기분 좋은 법이 없다. 얼마 전 이 문방구에서 이부세 마스지가 쓰던 원고용지를 판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부세 마스지 원고용지 있어요?” “없소왠지 어색하고도 비굴한 기분이 들어 멍청히 서 있었다. “전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없소.” “어떤 거였어요?” “회색 선이 그어진 거.” “가장자리에 이름이 인쇄되어 있어요?” 영감은 물어뜯을 기세로 이를 드러내며 선생은 그런 천박한 짓은 안 해라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름을 인쇄하는 건 정말로 천박하다. “워드프로세서가 보급되면서 원고용지 같은 건 안 팔리게 되었다고!” 세상 사람들이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를 쓰는 현상을 나 보고 책임지라는 말투다. “, 만년필 카트리지 주세요.” “만년필이 없으면 어느 카트리진지 모르잖소.” “가지고 왔어요. 이거예요영감은 되돌아와서 하고 중얼거렸다. 지금은 청흑색 잉크가 들어 있긴 하지만, “검정색 있어요?” “만년필은 청흑색이 당연하잖소.” 지당하신 말씀이다. 나는 왠지 영감이 좋아졌다. 작은 플라스틱 상자, 지우개 등을 사며 깎아주면 안되느냐고 묻고 잔돈을 뺐다가 큰돈을 내밀었다가 번복했다. 잔돈을 받아 가게를 나서자 어째서 물건을 한 번에 안 사는 거요. 당신 때문에 내가 세 번이나 돈을 넣었다. 뺐다 했다고!”라는 고함이 들렸다. 하지만 그때 이미 나는 영감을 좋아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살짝 미소 지었다. , 늙은이는 정말로 항상 저기압이다. 마음속으로 영감님, 힘내요하고 응원했다.

 

부모님은 바나나를 꼭 반쪽씩만 주셨다. 한 개를 다 먹으면 이질에 걸린다고 했다. 베이징의 바나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타이완에서 왔을까? 죽기 전에 어떻게든 한 개를 온전히 먹고 싶었다.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친구에게 물어보니 모두들 바나나를 반쪽씩만 먹었다고 한다. “이질 걸린대.”

그 뒤로 바나나는 자꾸만 저렴해졌다. 값이 싸지니 아무도 이질 같은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되고 나서야 나는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바나나 우유를 의무처럼 마신다. “, 맛없다.” 그래도 배는 든든하다.

 

아들이 한창 잘 먹던 시기에는 우리의 식탁은 물론이고 인생도 풍족했다.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알찼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을 추억하다 보면 마음이 아릴 정도로 슬퍼진다. 그 당시에는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기만 했는데.

 

난 죽어 마땅한 못된 할머니가 될 게 틀림없어.” “괜찮아, 누구나 때가 되면 죽은 법이니까. 괜찮아.” 노노코는 나를 위로했다. 뭐가 괜찮다는 걸까.

놀랍게도 문 앞에서는 나한테 손까지 흔들었다. 아아, 곤란하다. 나는 저 영감이 언제나 저기압이라서, 영감을 대할 때면 조심조심 있는 힘껏 용기를 쥐어짜야 해서 좋았던 것이다. 내일부터 살아갈 용기가 없어진 기분에 잠겨 집으로 돌아왔다.

 

특별한 건 필요 없어 - p98

암에 걸려서 머리카락이우수수 빠진다. 나는 암에 걸린 직후 머리를 2센티미터 정도로 짧게 잘랐다. 그런데도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빠진다. 아침밥을 먹고 미용실에 갔다. “나는 암 환자예요. 머리카락이 자구 빠져서요, 면도기로 밀어줄래요?” 소심한 남자 미용사는 긴장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징그러우면 안 해줘도 괜찮아요.” “아니요, 아닙니다.” 미용사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구라도 암에 걸릴 수 있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민둥산이 되었다.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태어나서 이만큼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은 없었다는 것. 왠지 모르게 이게 바로 나라는 순수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놀라지만 않는다면 평생 까까머리로 지내고 싶을 정도다.

알고는 있었지만, 까까머리가 되자 10엔짜리 동전만 한 땜통이 드러났다. 이 상처는 어린 적 남동생이 내 머리카락을 죽을 둥 살 둥 잡아 뜯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남동생이 난폭하다고 속단해선 안 된다. 내가 성질 나쁜 애였던 거다. 얼마 전 예순 넘은 남동생에게 땜통을 보여주었다. “이거 기억나?” “, 미안. 기억이 안 나는데라고 변함없이 온화한 표정으로 미안해했다. 살인자가 반드시 나쁜 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을 죽이게끔 부추기는 악한도 있는 것이다. 나는 한 치 앞은 암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금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은 성질 급한 인간이다. 그러나 남동생은 훨씬 선량하게 이 세상을 믿었다.

 

그 착하고 얌전한 남동생이 요전에 우리 집에 왔을 때 아침은 빵인데 괜찮아?” 하고 묻자 , 헤헤, 하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나는 밥 아니면 안 되는데. 빵은 배가 안 차서” “된장국도 필요해?” “밥엔 된장국이지. 다른 건 필요 없어. 마무거나 괜찮아” “반찬은?” “샐러드 같은 것 말고. 채소는 나물이면 돼” “평소에는 뭘 먹는데?” “딱히 뭘 먹는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저기, 헤헤, 전갱이 구이정도야. 정말로 특별한 건 안 먹어” “말린 전갱이 먹을 땐 무도 갈아서 곁들여?” “누나, 그건 당연하잖아. 안 그래?” “그리고 또?” “데루코는 요리 솜씨가 없어서 낫토 정도밖에는 못 만들어” “낫토는 있어, 고명은 양하로 얹어도 되지?” “냄새나는 건 싫은데. 낫토엔 대파잖아. 쪽파는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다고. 고명은 대파 흰 부분으로 해야지. 진짜로 특별한 건 필요 없다니까.” “그리고 또?” “다시마조림 같은 게 있으면 좋지” “그런 거 없어. 김은 어때?” “좋지. 근데 난 맛김은 안 먹어맛김이 있었던 건데. “밑반찬은 무절이밖에 없어” “무절이는 너무 달아서뭐라고? 이 녀석은 심약한 인격자의 가면을 쓴 요지부동의 옹고집쟁이였다.

아침에 내가 먹을 우유에 냉동 바나나를 넣고 간 주스와 빵 한 쪽을 1분 만에 차린 다음, 남동생을 위해 30분이나 들여서 특별한 건 필요 없는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인도 바라나시 라가카페에서 서너 번 마주친 여자가 있다. 그의 일행들이 서너 명이었는데 나보다 서너 살은 위다. 그녀는 밤송이만큼 웃자란 까까머리인데 민낯과 근사하게 어울렸다. 어느 날, 내가 묵고 있는 숙소에 그녀 일행이 맥주를 마시러 왔다. 호주에서 왔다고 한다. 처음으로 싹싹 밀고 왔는데 그렇게 자랐다는 것이다. 그 순간, ‘, 여행패션으로는 최고다!’ 인도에 다시 가고 싶다. 한국에서 싹싹 밀고 말이다. 인도에 다시 갈 빌미다.)

 

엄마의 손가락은 짧고 굵었다. 아침상을 차리는 와중에 적어도 세 개 이상의 도시락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엄마의 대단한 멋인데, 아침밥을 먹을 때면 이미 말끔히 화장을 했다. 어디서 화장을 한 것일까? 거울도 없던 연립주택에서. 그러면 아버지는 배추절임을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말하는 것이다. “분 냄새가 나는 군엄마는 사과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 골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차 싶은 표정이었다. 한겨울의 차가운 배추절임은 맛있었다. 내 인생은 배추절임을 만들지 않은 채 끝나버렸다.

 

, 일본인의 몸은 어찌 되는 걸까. 명품에는 눈이 뒤집히는 주제에, 사마귀같이 비쩍 말라 휘청거리는 몸으로 아기나 낳을 수 있을까. (2005년에 쓴 글이니 지금 2018년 우리 현실이다)

 

옛날에는 할머니들이 쪼그려 앉아 주름진 양손에 고이고이 찻잔을 감싸 들고 조심스레 차를 홀짝였다. 눈앞에서 제비가 날아가건 장맛비가 내리건 고양이 같은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며 조용히 차를 마셨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한 녹차를 멍하니 마시고 있을 뿐이다. (요즘, 나다)

 

아버지는 남동생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죽었는데도, 저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가는 남동생을 보면 무섭다. 아버지는 남동생처럼 상냥하고 온화한 사람이 아니었다. 면도칼, 살모사라고 불리던 사람이다. 지금 살모사라고 불리는 사람은 나다. 아버지는 잘생긴 편이었는데, 외모는 닮지 않고 눈에 안 보이는 살모사 기질만 닮았다.

 

점심 무렵이 지나서 엄마 요양원에 갔다. 민머리에 모자를 쓰고 갔다. 엄마는 쿨쿨 자고 있었다. 이제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도 피곤해서 엄마 침대로 파고들었다. 엄마는 내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기에 남잔지 여잔지 모를 사람이 있네.” “엄마 남편은 사노 라이치지?” “아무것도 안 한 지 한참 됐어.” 아무것도 라는 건 뭘까. 왠지 투명하게 느껴지는 엄마가 그런 소리를 하더라도 엉큼하게 들리지 않는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

*** 눈을 떴더니 몸이 씹다 버리기 직전의 껌처럼 이불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짧은 여행을 다녀와서 곧바로 책 300권에 사인을 했다. 마칠 때쯤에는 당연히 녹초가 되었지만, 나는 이걸로 먹고사는 것이다. 독자는 신입니다. 고맙습니다. 몸은 지쳤는데도 감사의 미소가 절로 우러나왔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속으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300번 이상 머리를 조아렸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침, 내 몸은 껌이 되었다.

 

1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암이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눈을 끔뻑거리며 친절하게 굴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셋 중 하나는 암으로 죽는다. 나는 암보다 우울증이 몇 배나 더 힘들었다. 주위 사람들은 몇 배나 더 차가웠다. 주변의 사람들이 점점 없어졌다. 암은 좋은 병이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멜론 같은 걸 사 온다.

 

서른여섯 살 먹은 남자가 배낭을 짊어지고 병문안을 왔다. <겨울연가>비디오 전편을 오후 1시부터 박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보았다. 그 나라는 어쩌면 이다지도 정이 두터울까. 그들은 사랑을 믿는다. 일본인은 사랑을 믿으면 촌스럽다고 한다. 영화도 소설도 부유하는 인물뿐이다. 순애보를 비웃는다. 그 나라는 미국을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툭하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미국으로 사라지고, 미국에서 돌아온다. 실수로라도 일본으론 유학 오지 않는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그렇다.

 

몇 십 년 전에 지인인 한국 남자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한국 여자랑은 연애 안 해요. 한 번 자면 세상 끝까지 쫓아오니까요.” 하지만 그 역시 집념의 사나이였다. 첫사랑 여자에 대한 미련을 17년이나 가슴에 품고 있었다. “내가 카사노바가 된 건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입니다.” 유럽 여자랑 연애하고 한국 여자랑 결혼할 겁니다.” 한국의 아내는 정조가 곧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자는 첫 사랑을 이미지로 기억하고, 마치 수채화 한 폭처럼. 예를 들어 강가에 나란히 자전거 타는 풍경으로. 남자는 자신이 처음으로 안은 여자, 몸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 말을 백번 공감한다. 나를 글씨 잘 쓰던 아이로 기억하는 키 큰 멍청한 소년)

 

껌이 된 채 나는 또다시 절절한 행복에 빠졌다. 지금의 나를, 예순여섯의 나를 이렇게나 행복하게 만드는 한국 드라마는 대체 무엇인가. 한국 드라마를 모른 채, 이 행복을 모른 채 죽었다면 나의 일생은, 아아, 그건 아마도 손해 본 일생이었으리라. 진심으로 고맙다.

 

** 괜찮을까, 돈도 드는데 -

땀에 젖어 눈을 떴다. 눈을 떴는데도 실제로 깨어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치매에 걸리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치매의 기운을 감지하고는 황급하게 전화기를 든 순간 누구에게 알리려던 것인지 까먹었다. 모든 것이 새하얀 얼룩무늬로 변했고, 얼룩무늬와 뇌가 퍽 하고 터져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몸도 머리도 산산이 흩어져서, 오로지 하얀 얼룩무늬만이 우글우글 움직이고 있었다. 꿈속에서 , 엄마도 지금 이런 상태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나는 한국 드라마에 재산을 탕진했다. 사실 소심한 나는 무언가에 재산을 탕진한 적이 없었다. 명품에 미친 적도 없고 맛 집을 찾아다닌 적도 없다. 여행도 귀찮아했고 남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지도 않았다. 하지만 <겨울연가>DVD를 손에 넣은 이후로 욘사마가 우리 집에 있다는 안도감, 그때부터 DVD를 박스째 사들이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한류를 주제로 수다 떨고 싶지만 하하하, 하고 비웃음만 당할 뿐. 고독하지만 행복했다.

 

* 일본 아줌마들은 스스로 한국 드라마를 발견했고, 땅속 마그마처럼 쓰나미 처럼 우르르 몰려들어 한류를 배웠다. 외교관도 훌륭한 학자도 예술가도 못한 일을 아줌마들이 해냈다. 나도 그 물결에 뒤늦게 올라타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 아줌마들은 외롭다. 할 일이 없다. 인생은 이제 내리막길이다. 집에는 꾀죄죄한 아저씨가 늘어져있다. 이제는 남편과 자기도 싫고, 섹스라면 지긋지긋하다. 남편뿐 아니라 그 누구와도 자기 싫은 것이다. 몸이라면 더 이상 안 써도 괜찮다. 귀찮고 성가시다. 하지만 사랑은 받고 싶다. 애정으로 한가득 채워지고 싶다. 대부분의 드라마에는 섹스 장면이 없다. 키스조차 드물다. 얼굴을 맞대고 껴안는 정도가 딱 좋다.

 

이성은 모순을 허락하지 않지만 감성은 모순의 마그마다.

일본 아줌마들은 자식의 결혼이나 연애에 참견하지 못한다. 피 끓는 청춘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나도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은 강하다. 자식들은 부모가 반대하면 절대로 결혼하지 못한다. 한국 부모의 강압적인 태도는 정말로 극성맞다. 일본 아줌마들이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행동을 한국 아줌마들이 대신 해준다.

 

전쟁이 끝났을 때 엄마는 30대였고 다섯 명의 자식이 있었다. 자식을 다섯이나 두다니 훌륭한 아줌마다. 전쟁이 끝나고 2년간 우리를 먹여 살린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는 가재도구를 팔러 암시장에 나갔다. 엄마가 암시장에 가면 아버지는 벽난로에 기대어 콧물을 흘리면서 자식들에게 안데르센 동화나 읽어주었다. 아버지는 종전으로 무기력해졌다. 엄마는 언제나 기운이 넘쳤고, 거기서 번 돈으로 산 수수며 콩깻묵을 보자기에서 꺼내면서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 자랑했다. 엄마는 일평생 중 그때가 가장 생기발랄했다.

 

트럭을 탄 중국인이 우리 집을 털러 온 적도 있다. 나와 남동생이 잠든 방 창문으로 훌쩍 들어왔다. 여름이어서 모기장을 쳤다. 아버지가 모기장 밖으로 나가려 하자 권총을 든 중국인이 중국어로 나가면 죽인다.”고 했다. 아버지는 얌전히 모기장 안에 있었다. 중국어를 몰랐던 엄마는 그 틈을 타 반대편으로 몰래 빠져나갔고, 부엌에서 프라이팬과 냄비 뚜껑을 챙겨 들고 다른 방 창가로 가서 두들기며 도둑이야! 도둑이야!” 그 소리에 놀란 도둑은 연두색 식탁보 한 장만 훔쳐 달아났다. 엄마는 기운이 넘쳤다.

 

시골에서 일곱째 아들로 태어나 인텔리의 길만 걸어온 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았다. 한번은 집에서 넝마를 잘라 샌들을 자꾸자꾸 만들었다. 열 켤레쯤 완성되자 거리에 나가 늘어놓았다. 그런 다음 나에게 네가 팔아라.” 본인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정거리며 지켜보았다.

어떤 여자든 여차하면 아줌마로 변한다. (김광석 부인 서해순이 JTBC에 나와 손석희앵커를 보고 아줌마 건드리면 너도 죽는다.”)

 

엄마는 매일매일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사람이 아닌 존재로 변해간다. 엄마는 치매에 걸리고 나서 고와졌다. 신기하게도 기품마저 생겼다. 치매에 걸리기 전 엄마는 난폭하고 거친 데다 기운이 넘쳤다. 그때 나는 엄마의 옹고집 때문에 괴로웠다. 엄마가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자, 비로소 엄마를 용서했다.

 

살아 있는 인간의 생활은 고되다 -

마감이 나흘이나 당겨졌다고 한다. “사노 선생님은 육필 원고라서요.”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러던 중 감기에 걸렸다. 감기니까 당당하게 잤다. 감기가 아닐 때도 나는 지면과 거의 평행한 상태로 지낸다. 나는 근 10년 동안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 1년 동안 누운 채 한국 드라마를 보았다. 암 때문에 가슴을 잘랐으니까. 항암제의 불쾌함을 한류로 이겨냈다. 그렇다. 한국 드라마는 머리 쓸 필요 없이 마음만 움직이면 된다.

 

요즘 육필로 원고 쓰는 사람 많이 없어요?” “전혀 없어요.” 문득 돌아보니 내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나도 끝났다. 컴퓨터는 메이지유신보다 격렬하게 전 세계를 뒤바뀌었다. 국어라면 나는 언제나 수를 받았다. 남동생은 미 정도였는데도 딸과 문자를 주고받는다.

 

나는 내 사랑스러운 침대로부터 거의 50미터 반경 안에서 생활한다. 청춘이란 자신의 젊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최후의 여자 사무라이 -

나야, 오늘 집에 있어?” “” “그럼 갈게. 뭐 좀 있어?” “있어딸깍. 모모 언니는 전화로는 화난 것 같아도 사실 평소와 똑같다. 쓸데없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모모 언니와 전화할 때는 세 마디 이상 해본 적이 없다. “오늘 집에 있어?” “, 없어” “그래?” 딸깍.

모모 언니는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이다. 유행을 뛰어넘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타일이 똑같지만, 옛날 느낌은 들지 않는다. 혹은 항상 옛날 느낌이다.

옷깃에 카메오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비싸 보이는 옷이네.” “당연히 비싸지, ** 이젠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지 모르잖아?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 팍팍 사기로 했어.” 모모 언니는 뭐든지 맛있게 덥석덥석 잘 먹는다. 먹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한 창 잘 먹어야 할 시기에 못 먹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빨리 먹는다. “매일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워

언니야말로 보릿겨 경단은 구경도 못 해봤지?” 언지는 왠지 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건 못 먹어봤네.” 왠지 이긴 기분이다.

모모언니는 드라마도 영화도 소설도 좋아하지 않는다. 음악은 클래식만 듣는다. 아마 연예인은 한 사람도 모를 것이다. 10대에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일흔이 넘도록 켰다. 나는 음약, 특히 서양음악이라면 클래식부터 재즈, 록 할 것 없이 전부 다 싫다. 나는 언어밖에 모르는 사람이라서 가사가 있는 음악만 듣는다.

나는 어린이 된 후에 모모언니한테 서예를 배웠다. 습자를 가르치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언니는 정말로 아름다운 글씨를 쓴다. “서예는 왜 그만뒀어?” “난 글씨본대로 밖에 못 쓰겠더라. 내 글씨가 안 나와. 재능이 없었던 거지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끝내 인정하다니 대단하다.

나 이제 정년까지 261일 남았어. 자기 전에 달력에다 X표 친다니까.” “나는 돈을 받으니까 일할 때는 회사 소유야. 나라는 사람은 없어.” “난 전부 회사가 하라는 대로 했어. 출장 갈 땐 비행기도 탔다고.” 언니는 세상에서 비행기를 가장 싫어한다. “우와, 언니 비행기도 탔어?” “일이니까.” 언니는 돈을 쓸 시간조차 없었다.

넌 돈 많아서 좋겠다.’ 거나 넌 돈이 많으니까라고 한다니까. 40년을 일했으니 당연하잖아. 누가 거저 준 돈이 아니야. 내가 일해서 번 돈이라고.”

, 난 결혼 안 해서 다행이야, 요즘 정말 절실히 느낀다니까. 자식도 없어서 다행이야, 모두들 자식 때문에 고생하는 걸.”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두 번이나 결혼했고, 이혼했고, 변변찮은 자식까지 있다. 계속 침묵을 지켰다.

 

요코가 또 저런다 -

열 받는다. 그게 뭐든 간에 단어를 바꿔 부르면 화가 난다.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이라고 하거나 장님을 눈이 불편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호칭을 바꾼들 상태가 달라질 리 없다.

*** 나이를 먹으면 울화통 터지는 일이 는다. 외로운 독거노인은 주변에 화낼 소재가 떨어지면, 점차 천하와 국가를 논하며 울분을 토한다. (요즘 택극기 부대)

모모 언니는 줄곧 역정을 내고 있다. 모모 언니는 집으로 돌아갈 때 요코, 너 자식 참 잘 키웠구나.”라는 말을 남기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역시 모모 언니는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으니 낙천적이라서 좋겠다. 자식이 10년이나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던 현실을 모르는구나.

 

친구들은 이런 나와 어울려준다. 모두들 나를 참아가며 어울려주는 것이다. 모두들 아, 또 저런다. 남이 어떤 의견을 말하면 나는 반드시 휙 하고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

**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어느 책을 보더라도 스스로를 좋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책을 읽을 때조차 반대편으로 휙 날아간다.

 

정말로 터무니없는 녀석 -

예순여덟은 한가하다. 예순여덟은 찾는 이가 아무도 없다. (그럼, 예순여덟까지 기다리며 살아봐) 그렇다. 일흔이 가까워지니 거의 대부분의 남자가 귀엽다. 누구라도 껴안을 수 있다.

 

요즘(2006년 일본)은 개를 산책시킬 때 안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 지구는 망해가고 있다. 생명체로부터 본능을 빼앗으면 끝장이다.

 

나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타지도 않은 택시 요금을 냈다.(아일랜드 더블린 이비스호텔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샛길 접어드는 것이 힘들어 1~2시간 정도 진입로를 못 찾고 헤매다가 결국 택시를 잡아 뒤좇아 갔다.)

 

링거를 다 맞고 진료를 기다리던 중에 간호사가 이거 두고 가셨어요.”라며 브래지어 패드 하나를 가져다주었다.

이 병원의 젊은 의사 선생은 근사하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젊은 선생과 만난다는 생각에 옷을 사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서냐고? 나 자신의 기분을 위해서다. “좀 어떠세요?” 의사들은 나쓰메 소세키 시대부터 줄곧 좀 어떠세요?”라고 묻는다. “이 부분이요?” 젊은 의사는 허벅지 부근을 어루만져주었다. 깜짝 놀랐다. 남자가 무릎을 만지는 게 도대체 몇 십 년 만인가. 그리웠던 손길은 한 순간에 끝났다. 앞으로 2년 뒤면 일흔이다. “뭘 어쩌겠다는 건 아니지만.” 혼자서 얼굴이 붉어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 간 첫날 남자 대장에게 얻어맞았다. 교실로 돌아오자 반 전체 남자아이들이 차례로 나를 또 때렸다. 내가 울지 않았기 때문에 다 때린 다음 진짜 안 우네.”라고들 했다. 나는 태연했다. 괴롭힘을 당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대장은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때까지 짐받이를 붙들고 땀과 흙 범벅이 되어 함께 뛰어주었다.

 

누구냐! -

우리 집은 나 혼자 사는데도 텔레비전이 세 대다. 일할 때도 침실에도 나는 텔레비전에서 광고가 나올 때만 집안일을 한다. (나는 광고도 보는데, 요코는 절제할 줄 안다.) 텔레비전 앞에서도 집안일을 한다.

냄비도 텔레비전 앞에서 닦는다. 언젠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다 닦은 냄비가 옆에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무릎 위의 반쯤 닦다 만 냄비도 같이. 그때는 조금 쓸쓸했다. 그 정도로 텔레비전이 재미있나? 하나도 재미없다. 텔레비전은 정말로 국가의 비밀정책일지도 모른다. 국민을 멍청이로 만든 다음 모종의 음모를 저지르려는 게 아닐까. 9.11 테러가 터진 날 에리코 씨가 우리 집에 와 있었다. 에리코씨네는 텔레비전이 없다. 아무리 나라도 손님이 오면 텔레비전을 끈다.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빨리 텔레비전 켜봐!” 좁은 우리 집 거실에 비해 지나치게 큰 텔레비전이다. (아이파큰 우리 집)

 

계급이 역시 마음 편하다. 나는 가난한 서민의 딸이라서 분수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세상만사의 기준으로 삼는다. 프라다 가방을 사고도 좌불안석이다.(내 얘기 하는 줄, CCTV같다. 웃기는 것은 며느리에게 가방을 3개쯤 선물로 받았다. 셋 다 에코 백이다. 내가 만날 에코 백만 들고 다니니, 내가 에코 백만 좋아하는 줄 안다. 근데, 사실 에코백이 가장 가볍고 당당하긴 하다.)

 

*** 늙은이의 보고서 -

나 역시 젊은 시절, 마음만은 화사(설렘, , 낭만)했다. 나도 모르게, 정말로 부지불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순이 넘었다. 화사한 생명 같은 건 완전히 잊었다.

 

결혼식은 어쩐지 애처로운 기분이 든다. 생활이란 화사한 생명과 연을 끊는 것이다. 혼인 신고서를 제출해봤자 단지 같이 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생활은 수수하고 시시한 일의 연속이다. 화사한 마음이 생기면 불륜이다. 부부 생활 중 몇 십 년은 몹시도 괴로우리라는 것을. 하지만 고통스러워도 그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는 노후 때문이다. 더 이상 아무에게도 화사한 마음을 건네받지 못하는 동지끼리 툇마루에서 말없이 감을 깎아 먹고 차를 마실 날을 위해서다.

그런 두 사람은 망중한을 즐긴다. 편안하고 안락하다. 화사한 마음 따윈 잊어버렸다. 세월만이 길러낼 수 있는 신뢰, 꽃도 태풍도 뛰어넘어 망중한을 즐길 날을 위해 결혼하는 것이다.

 

못마땅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아들은 손자가 생겨도 데리고 오지 않는다. 두 사람은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하는 마음을 한 컵에 담긴 물처럼 공유한다.

 

무엇을 깨닫건 간에 이제 일흔이라니 이미 늦었다. 나는 남자를 애인보다 친구로 삼기를 좋아하는 여자였다. 그래서 남자 친구들이 무척 많아졌고, 점차 그들의 가족 모두와 교류하게 되었다. 너랑 안 자서 다행이야.” “잤으면 헤어져야만 했을걸.”

 

스무 살의 남자와 서른 살의 여자가 화사한 마음을 품는 건 괜찮다. 하지만 같은 열 살 차이라도 일흔에 가까운 여자와 예순이 다 된 남자는 안 된다. 할아버지가 인기 있을 조건은 돈과 명예뿐이다.

 

NHK에서 <한시 기행>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나조차도 아는 두보나 이백의 한시를 배우 에모리 도루가 제법 묵직하면서도 격조 있게 읽어나간다. 우리 집은 문풍지가 찢어지면 아버지가 붓으로 한시를 써서 처덕처덕 발랐다.

아버지는 돌돌 말린 두루마리를 스륵스륵 펼쳐가며 외할아버지에게 구혼의 편지를 썼다. 너무도 달필이었던 나머지 외할아버지가 놀라서 엄마를 시집보냈다고 하니, 아버지에게 글씨는 자랑거리였으리라. 에모리가 장중하게 읊는다.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한 잔 한 잔에 거듭되는 또 한 잔이라.” 나는 갑자기 죽은 아버지가 그리워져서 <NHK 한시 기행 100> DVD열편을 전부 사고 말았다. (웃긴데 이해가 간다. 그 아버지는 나와 같은과다.)

예술은 죄다 에로틱하다. 나는 에모리 도루의 낭독에서 화사한 마음을 찾으려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의학에서도 뇌가 죽으면 죽음을 인정한다. 나는 반쯤 죽은 사람이다. 같은 책을 두 번 사고는 , 이 책 읽었는데라고 마지막에 가서야 떠 올린다.

저거, 그거, 저쪽, 이쪽, 대명사의 연발이다. 동년배끼리 모이면 이거, 그거, 저거, 반쯤 죽은 사람들의 모임이 된다. 모두들 화사한 마음은 어찌한 것일까.

전철을 타고 둘러보면 젊고 예쁜 여자 앞에는 반드시 할아버지가 서 있다. 저도 모르게 이끌려가는 것이다.

 

할머니는 젊은 미남한테 이끌려가서는 안 된다. 가방을 고쳐 잡거나 창밖을 두리번거리는 사람 앞에 서야 한다. 앉기 위해서다. 화사한 마음보다는 실용을 택한다. 변태 할아범은 공인되어 있다. 하지만 변태 할멈은 실성한 사람이다. (2018. 요즘 매일 보도되는 미투’(고은 이윤택 김기덕 조민기 조재현 등등)를 보며 2007년 사노 요코가 쓴 문구가 보인다.)

 

***** 생활의 발견 -

사노 씨, 앞으로 1년 정도면 죽는데 무섭지 않아?”

전혀, 언젠가는 죽는 걸. 모두 아는 사실이잖아.”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태연한 거야? 두렵지 않아?” “안 무섭다니까. 오히려 기뻐. 생각해봐. 죽으면 더 이상 돈이 필요 없다고. 돈을 안 벌어도 되는 거야.” “정말로 안 무서워?” “그렇다니까. 게다가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야. 때가 되면 죽으니까.”

나는 행운아다. 담당 의사가 근사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일흔의 할머니가 근사한 남자를 좋아하는 게 뭐가 나쁜가?

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은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럭키!”, 나는 프리랜서라 연금이 없으니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싶어 악착같이 저금을 했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나는 국수주의자라서 지금껏 오기로라도 절대 외제 차를 타지 않았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제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규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나는 일흔에 죽는 게 꿈이었다. 신은 존재한다. 나는 틀림없이 착한 아이였던 것이다.

산 지 일주일 만에 재규어는 너덜너덜해졌다. 나는 주차가 서투른데 우리 집 주차장은 좁기 때문이다. 너덜너덜해졌을 뿐만 아니라 까마귀가 보닛 위에 매일 똥을 쌌다.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 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 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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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그리고 겨울. 나는 사노 요코의 책을 읽고 밑줄 그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축복이다

오늘 밥을 먹는 것, 오늘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것,

오늘 햇살을 받는 것, 오늘 새소리를 듣는 것

그런 소소한 것들에 소소한 감흥이 일어난다.



어떤 일들이 가슴을 짓누르면 숨이 멎을 것 같다.

전에는 이런 때, 혼자 홀짝홀짝 술을 마셨다.

지금은 탄산수를 마시고  트림으로 시름을 내 뱉는다.

그리고 사노요코의 글을 다시 뒤적여본다.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이것 좋아 저것 싫어,

요코의 글은 시원한 트림 맛이다.

 

 

 

 

 

자식이 뭐라고

사노요코 /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거침없는 작가의 천방지축 아들 관찰기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아들은 엄마 얼굴을 보고 웃는 일이 없어졌다. 뚫어질 듯 강렬한 시선으로 잠깐씩 노려보게 되었다.

 

- 동물이란 윈래 좀 더 당당하게 죽는 거야. 링거를 맞는 개 따윈 한심하다고 어째서 죽는다고 단언하는데? 아직 모르잖아. 아이가 운다. 어쩌면 부모 앞에서 우는 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잘 봐두지 않으면 손해일 것 같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 운전하며 아들을 곁눈질했다. 그러나 하나코는 죽지 않았다. 아들은 그 광경을 보더니 내 얼굴을 죽일 듯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 나이 아이에게는 엄마란 기르는 개보다 못하다, 크면 다른가? 모르겠다)

 

원숭이처럼 소리를 질러댔던 아들은 그녀를 쭉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아들을 한 인간으로서 신뢰하고 싶어졌다.

 

후기를 대신하며 히로세 겐 (사노요코의 아들)

아아, 미안했어. 그렇게 쓰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쓰도록 내버려뒀을 텐데.

미안, 엄마.’ 내가 이렇게 생각할 리 없다. 그녀가 만약 지금 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하다. 과장과 허풍을 한층 더 교묘하게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더욱 많은 낯선 아줌마들이 내가 모르는 나와 친척처럼 되었을 게 틀림없다. 무섭다, 무서워.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원고지를 팔랑팔랑 넘겼다. 모든 행에 과장과 허풍이 어렴풋이 어른거린다. 거봐, 역시. 이런 게 싫다니까.

하지만 몇 번 반복해서 읽다보니, 어쩌면 내가 본 과장과 허풍이 그녀 안에서는 모두 진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차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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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내비아씨의 프로방스제목을 정하기 전에

빙호님이 <불꽃, 지르다>를 추천했다.

왜냐하면 여성작가의 인생과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했다.

맞다! 그런데 순간, 이런 게 생각났다.


어느 날 큰 행사모임에서 돌아온 아들이 정색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어디 가서, 내 이야기 하지 마세요." 

나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사생활이 있어요. 라고.

행사장에서 누가 아들에게 다가와

혹시, 류창희 선생님 아드님이세요?” 라고 아는 척 했다는 것이다.

, 나는 그냥 우리집 이야기이니....

엄마한테는 그런 줄 몰라도, 나는 싫어요.

작가가 자식 이야기에 겁이 나는 이유다.

 

 

 

 

지극히 적게

 

도미니크 로로 지음/ 이주영 옮김

B북 플리오

도미니크 로로 : 프랑스 수필가 : 소식의 즐거움》 《심플하게 산다》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 《핵심의 기술

 

단순하고 최소한의 것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 이것이면 충분해빡빡한 시간, 계약, 사회적인 압력 제약, 쾌락 추구에 또는 물질적인 부담, 거만함이나 강한 확신, 혹은 교양을 쌓으려는 끝없는 욕심 등의 지적허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한다.

적게 소유하면, 눈에 띄는 것은 거의 없지만 할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 라퐁텐

지극히 적은 것으로 사는 사람. 고귀함이 묻어난다. 지극히 적게 가질수록 우아함, 지성, 즐거운 평화, 맑은 정신을 추구하게 된다. 심플은 삶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꿈이다.

더 빨리, 더 좋게, 더 크게를 외치던 시대가 가고, 심플함과 소박함을 추구하는 시대가 왔다.

 

가볍게 소유하기 - 적게 소유하면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충실한 기분이 든다.

선택은 차선책을 없애는 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적어질수록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내게 어울리는 옷, 필요한 옷만 갖추는 기술 - 우아함은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 몸에 배는 것이다. 옷보다 중요한 것은 잘 가꾼 몸매와 * 고상한 정신이다.

 

가방 - 진정 멋을 아는 여성은 하나의 핸드백. 상황에 따라 필요한 보조 가방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뿐.

 

액세서리 - 클래식한 보석류 한두 개. 조악한 것을 여러 개 주렁주렁 달면 크리스마스트리가 된다.

 

주방 - 주방이 잘 정돈되어 있을수록 분주하지 않다.

 

가구를 비우고 여유를 채운다 - 아무리 좁은 방이라도 제대로 가꿀 줄만 알면 비옥한 곳이 된다. 이불, 침대 커버 등, 식구마다 두벌이면 충분. 손님이 올 때는 호텔에서 묵도록 비용을 대 준다. 넓은 집에 사는 것보다 낫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

 

인간이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니다. 물건에 소유당하는 것이다. - 시그리 운센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정원 - (지금 내가 살고 있는 6207) 조그만 정원, 정원은 작을수록 더욱 넓은 세상을 품는다. 최대한 집중하면 작은 정원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양귀비 씨앗만큼 작아져 하늘과 땅처럼 넓은 정원을 신나게 산책하는 상상에 빠진다. -미셸 누르니에 별똥별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가방, 보자기.

 

많은 재물을 모은 사람은 그만큼 잃을 것이 많다 - 노자

이불과 옷은 가벼운 소재로 (코트가 무거우면 외출이 피곤하다. 네팔에서 슬리핑백이 포근하다)

 

여행의 기술 어떤 기념품을 살지?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 한 곳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 친구를 초대하여 여행이야기를 들려줌.

여행의 벗, 작은 침낭과 작은 가방 - 여행용 옷, 가볍고 편하고 구겨지지 않는 우아함 (이세이 미야끼)

과거 일본인은 낮에 번 돈은 그날 저녁에 모두 씀. 무소유. 물건도 모두 가볍고 작게 만들었다.

10평 남짓한 작은 집, 공간 활용 (수도꼭지 여인, 박미선. 틀면 나온다, 방송마다. 그래서 그다음 준비가 없었다.)

 

메모장은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다 - 피에르 닥

종이, 수첩, 메모지 : 표준사이즈

안마당에 장미를 심기보다는 파를 심는다. 검소한 사람과 신비주의 사상가들은 가난하게 때문에 오히려 부유함을 느낀다. (바하가 놀러오면 장난감이 없을수록 좋다. 빈 박스로 기차놀이 혹은 부엌에서 같이 요리하고 설거지하기 등, 나중에 가사일도 같이 할 수 있다)

광고는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켜 돈을 낭비하게 만드는 교활한 기술이다. -스티븐 레아콕

정말로 돈이 없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푸념을 늘어놓을 여유도 없다.

나의 취향은 단순하다. 최고의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아일랜드 시인)

 

돈은 훌륭한 하인이자 나쁜 주인이다. - 일렉상드르 뒤마 피스

 

진짜 부자는 이코노미 석으로 여행한다. 진짜 부자들은 천박하게 부유함을 과시하지 않는다. 돈은 무엇을 사기보다는 경험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데 써야한다. (나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는 진짜부자?)

 

성인은 메추라기 둥지 같은 집에서 살고, 병아리처럼 적게 먹으며, 새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난다 장자 (실천! 실천! 실천하자!)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일상은 순간순간이 소비. 전기 물 비누 화장품 살림도구 음식 약 등등.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다. - 부알로

 

거울을 반들거리게 닦고 또 닦아라. 얼굴이 아름다워진다 - 일본속담 (세수를 자꾸 해라 그럼 예뻐진다. 뭘 찍어 발라도 자꾸 바르니 우리엄마)

 

** 할인마트는 과소비를 부추긴다. 호텔, 레스토랑, 동네 상점 등등 작은 가게에서는 필요한 만큼 적은 양만 사게 된다. (SSG, 비싸니까)

쿠후工夫는 소비하지 않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기발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

 

소식하며 간단히 운동하는 습관

식사가 간결해질수록 인생의 무게도 가벼워진다.

소식할 것, 쾌활한 사람들을 자주 만날 것.

일본인의 장수 비결, 공주의 사발, 두 장의 다다미, 작은 화로 위에서 끓고 있는 흰 쌀밥과 달걀 하나. -하야시 후미코

일본의 그릇들은 소꿉놀이처럼 앙증맞다. 일본인들이 장수하는 것은 작은 그릇에 음식을 소식하기 때문이다.

날씬한 사람은 소식한다. 어떤 이들은 잼을 발라 먹기 위해 얇게 썬 빵 조각을 가리켜 아가씨(demoiselles)’라고 부른다.

최소20, 식사 시간은 축제처럼 그 자체가 행복한 순간이어야 한다.

 

*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세끼를 먹되, 음식 준비 시간은 3분으로 맛을 느끼는 것은 혀가 아니라 정신이다. * (10분 후다닥 먹기 위해 나는 2~3시간 준비하니, 짜증으로 우울하다. 2016~, 부엌 졸업할 나이에 이게 무슨 짓이고?)

 

평범하고 소박한 것이야말로 내게 곧바로 기쁨을 안겨주었다. - 존 레인

친구와 만날 때는 차 혹은 간단한 저녁, 그것도 아주 가볍게. 시원한 와인, 계란 반숙, 토스트, 샐러드 삶은 밤 등으로.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익숙해질 것이다.

 

* 매일 걸음을 아끼지 말자 진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조그만 일도 직접 몸을 움직여서 해보자. 매일 소소한 것이라도 몸을 움직여서.

은근히 불어난 뱃살 배를 쑥 집어넣은 복식운동을 6초 동안 들이쉬고 6초 동안 내쉬기를 여섯 번 (결국, 긴장이다)

몸은 움직이지 않을수록 뻣뻣해지고 기운도 빠진다.

 

외모 * - 외모 가꾸기 소소한 행동들은 면역력을 높여준다. 메니큐어, 메이크업, 목욕.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잦은 샤워정도네) 여자를 변신 생활태도까지 바꿔준다.

적은 것으로 만족스럽게 가꾸는 아름다움 미소만 지으면 충분하다. (이건 150%)

얼굴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오일 세 방울 - 눈가 입가 마사지.

 

 

정돈된 삶이 가져다주는 깊이와 기쁨

시간과 에너지를 완벽히 절약하는 법 시간은 멈출 수도, 따로 모아 놓을 수도, 살수도 없다. 일본의 선() 불교는 꾸준함을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일 조금씩 여유롭게.

다이어리에 메모한 내용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다이어리는 무엇을 참고하기 위한 것이지 강제하게 위해 적은 것이 아니다. (난 늘 계획하고 적고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마법의 정리 상자 - 그때그때 정리. (신문 잡지 읽기, 편지 메일 문자 카카오톡의 답장, 고지서 지불, 그때그때 하자. 묵히면 숙제 스트레스 - 일주일 단위로 처리)

* 이메일 - 다섯줄을 넘기지 않는다. 구구절절 쓰지 않는다.

* 가방 - 매일 비우고 정리. 탁자 위에 엎어 놓고 버리자. 가방은 자기 관리. 집과 가방 매일 매일. (그게 되냐, 너는?)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일할 시간이 많아진다. 미적거릴수록 시간이 모자란다. 게으름쟁이는 자신을 위한 시간이 단 1분도 없다. - 모리스 작스


친절하되 분명하게 거절하는 법


다른 사람에게 * 휘둘리는 시간이야말로 낭비한 시간이다. - 보리스 비앙

 

초대를 거절하는 법 - 마음 같아서는 가고 싶지만, 막판에 약속을 취소하는 것보다는 미리 거절하는 것이 낫다. (백번 낫다, 거절하지 못해 마지못해 참석할 때가 매우 많다, 관계가 더 좋지 않다. 미적거리는 것은 초대자에게 여지를 주어 상대방의 시간과 마음을 헷갈리게 한다. 예를 들어 혼사나 동호인 행사 등은 언제나 명확한 의사를 표하는 것이 최선이다. 더구나 그 자리가 장소와 시간의 예약자리면 식사비와 회비 등이 관련된 자리라면 더 빨리 참석여부를 알려줘야 주최 측의 진행에 차질과 오해가 없다.)

 

* 약속, 분명히 한다 일정한 시간 동안에는 전화를 하지 않는다. 급하면 또 전화가 오게 마련이다. 토 일요일에는 그 어떤 초대도 받거나 하지 않는다. (일요일은 일하는 사람에게는 휴식하는 시간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쉴 권리가 있다)

 

* 같은 날 두 가지 약속을 잡지 않고, 너무 먼 미래에 막연하게 언제~’등으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당신의 자유로운 시간을 빼앗고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원인이 된다.

 

* 전화는 짧게 - 수다스러운 사람이 전화를 하면, 받지 않는다.  (잘 아는 사람이라면 문자나 카톡으로 먼저 상황을 묻는다. 꼭 수업시간이나 운전할 때, 전화하고 전화 안 받대~” 푸념을 퍼붓는다. 카톡이나 문자 남겨주면 될텐데.... 메너 꽝! 그런 사람들 전화 오면 겁난다)

 

잠깐 낮잠, 잠을 자지 않아도 10분 동안 눈을 감고 있으면 기운이 샘솟고 개운해진다. 아니면 밖에 나가 잠깐 바람을 쐬어도 좋다. 일명 선 스타일휴식

진정한 무위도식으로 영혼의 사치를 누린다. 멍 때리다. 메일, 업무 보고서 (글쓰기), 집안일 등 모든 일을 오전 11시까지 끝낸다. (방학에만 실천할 수 있는 일) 그 다음 다시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을 맛보자. 느긋한 사람이 시간 여유라는 사치도 누릴 수 있다.

 

* 에너지 낭비 고지서 즉각 납부, 오늘 글쓰기. 그러면 쓸데없이 우왕좌왕하지 않게 된다. 귀찮은 일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은 얼른 해치우고 깔끔하게 잊는 것이다.

 

*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한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가 가진 것은 아주 약간의 시간뿐이다. -외젠 기유빅

매일 자신의 나아진 외모를 상상해 보는 연습

매일 20번 이상 나만의 슬로건을 외친다.

나는 매일, 그리고 모든 면에서 점점 나은 사람이 돼 간다. (그랬으면 좋겠다.) -에밀 쿠에

쿠에 요법이라 불리는 자기암시. (觚哉고재 我哉아재 나답다).

좀 더 많이’ ‘좀 더 적게너무 추상적이다. (다만 한 페이지라도 나의 생각을 쓰자)

 

* 열정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

석 달 동안 매일 열 번씩 폴에게 전화해야 하는데” (“글 써야 하는데, 글 써야 하는데.” “걸어야 하는데, 밖에 나가 걸어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리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 930번이나 에너지를 낭비한 셈이다.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지 2분이라는 시간만 투자하면 계산하기, 감사의 글 보내기, 화장 지우기, 샤워하기 등등 귀찮은 일을 끝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실천하는 2’, 그 사이에 삶이 더 풍요롭게 바뀐다.

바쁜 사람들은 시간 관리를 잘한다. 어떤 일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해야 할지 잘 안다. 모든 행동과 순서의 요령을 터득해 놓는 것이다.

우리는 산이 아니라 돌멩이에 걸려 비틀거린다. - 인도 속담

많은 사람이 큰 것을 해낼 수 있다고 과신하면서 작은 것을 조금씩 하는 것을 우습게 생각한다.

 

소박함, 꼼꼼함, 겸손함에 대한 찬사 겸손해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융통성을 발휘하며, 중독되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다스려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다.

 

평범한 행동에도 깃들어 있는 미의식 일상적인 행동에도 주관적인 미의식이 깃들어 있다. 미의식은 스스로 찾고 배워야만 얻을 수 있다. 미의식은 무언가가 자기 마음에 완벽하게 들 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돈으로는 살 수 없다.

 

* 고요한 방, 고요한 멋 입구에 화장실, 싱크대, 창가에 작은 소파, 침대 가까이에 나무로 된 원형 탁자, 구석에 냉장고. 방 안의 모든 것이 지극히 소박하고 간단했지만 결코 밋밋하지는 않았다. -요코 오가와 완벽한 병실(원룸에 필요한 것, 완벽한 결국 인생은 관 하나로 끝난다!)

 

* 일본은 화려한 색깔, 반짝임, 과한 장식을 철저히 배제. 심미적인 것, 자연소재, 전통 종이 창호지 문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 채도가 낮은 색채, 그늘진 구석 같은 소박함을 담은 집이 쾌적하고 사람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

 

맛이 담백할수록 세련된 요리 (재료를 그대로 먹거나 그대로 익힌 것)

안주, 접시 위에 그림 작은 접시에 꽃 모양으로 자른 오이, 삶은 메추라기 알 반쪽, 장밋빛 소스, 미지근한 사케 한잔, 옻칠한 젓가락과 젓가락 받침대 준비 생활이 예술이다. (우리 어머니 늘 요리가 접시의 꽃무늬를 가리는 것을 지적하셨음)

 

*흔적 없는 향취 향수는 기모노에 은은하게 배게 한다. 향을 직접 발산하는 것은 무례한 일.

 

* 몸짓의 미학 행동 하나하나가 섬세함 그 자체. 새끼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으로 아세톤이 묻는 솜 집기, 두 손바닥에 세안용 비누를 올려놓고 거품 내기, 위에서부터 아래로 머리 빗기, 반대쪽 손으로 방향 가리키기 등 빈틈없는 몸짓. 소소하고 세심한 행동이 일상생활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만든다.

 

* 일상생활에서 배어나오는 꼼꼼함 차를 준비하는 일, 다기를 닦는 일, 다기를 엎어 놓고 그 위에 뚜껑을 얹어 말리는 일. 삶의 예술로 알뜰함과 우아함. 세심하다라는 표현은 작고 단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을 가리킨다. 절제미.

쓰레기의 부피가 그 사람을 대변해 준다면? - 윤리란 아름다운 마음을 가리킨다. -피에로 르베르디

쓰레기를 잘 접어 평평하게 만들어 깔끔하게 봉투 속에 눌러 담는다. 교토에서는 집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가 작을수록 그 집안의 평판이 좋아진다. (교토 오사카 고베 등을 가고 싶다.)

 

세심한 정리가 가져다주는 비밀스러운 기쁨 -

물건마다 제자리가 있고, 그 자리마다 맞는 물건이 있다 - 프랑스 속담 (세상에 내가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엽서 한 장 방 멋 참조) 설거지한 그릇을 말리고 정리하기, 매일 가스레인지를 청소하고 작은 행주를 빨기.

 

공공장소에서는 큰 꽃 장식, 가정에서는 작은 들꽃으로 장식. 아주 작은 것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찬양. 이 게바아 (일본식 꽃꽂이)최소한의 것으로 아름다움을 내는 기술. 데이지 한 송이 잎사귀 두 개, 이 빠진 잔 하나. 생활공간을 충분히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일상의 평화를 유지하는 저녁 의식-

신은 작은 것 속에 깃들어 있다 - 귀스타브 폴로베르

일본 여성은 매일 저녁 주방을 청소하고, 목욕을 하고, 가운을 입는다. 그리고 무사히 마친 일과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예쁜 글씨로 또박또박 적는다. 일상을 은밀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습관이 되었으면 하겠지만, 지금 일부러 이렇게는 안하고 싶다. 하겠다는 자체가 또 다른 숙제)

 

여성의 미덕? 인내심. 절대로 징징대거나 화를 내지 않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지 않는 태도가 아름다움의 완성. 또한 아무리 큰 불행이 닥쳐도 미소를 짓는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준다고 배웠기 때문. 불행함을 한껏 내보인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없고, 오히려 다음 만남을 피한다. (이런 것 지키고 싶다.)

 

진짜 부자는 부를 과시하지 않는다 - (프랑스나 독일은 국기조차 내걸지 않는다. 미국은 금목걸이 금팔찌 면티셔츠 가슴에도 커다란 로고 집집이 깃발, 손짓 발짓 하는 행동도 거하게 으스댐이 몸에 배임. 슬며시는 없고 와락 OK) 마음이 빈곤한 사람이 진짜 가난한 사람이다.

 

절제미가 있는 옷 - 눈에 확 띄는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절제만이 신비함을 준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교토에서 회색은 겸손함을 상징. 일본인은 우아함이 그 사람의 부가 아니라 기품에서 나온다고 생각.

 

말 아끼기 - 말은 가치를 잃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소한의 단어로 말하고자 애쓴다.

 

요즘 사람들은 진정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 도시인은 삶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말을 한다. 침묵을 지키면 우리의 삶에 더 깊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설명도 하지 말고 불평도 하지 마세요.” (그럼 난 어디에 가서 호소하고 그리고 어떻게 살지) 우리는 얼마나 많이 징징대는가?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심지어 날씨에 대해 투덜대는가? 징징대면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쌓여가고 주변 사람들도 부담스럽게 만들 뿐이다.

 

예의와 정중함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말의 힘 침묵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감정을 절제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을 잘 알려면 말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간결하고 분명한 표현 지적인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듣고, 짧고 분명하게 대답하며, 말을 간결하게 하고, 목소리는 침착하다.

 

감정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일본인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감정은 거짓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은밀히 간직해야 하는데 겉으로 드러내 놓고 표현해서 무겁게 하는가? 사랑한다면 그 자체로 감사해야 한다. 슬픔?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져 마음이 다시 안정을 찾게 되어 있다. (인도인의 장례식은 사진을 찍으면 망자의 영혼이 카메라 속에 갇혀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한다고 생각. 감정표현, 안 하려면 로봇이나 하지. 나는 남의 기쁜 일 축하할 일에 1등으로 하고 남의 마음 아픈 일은 그가 말할 때까지 모르는 척, 기다린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신뢰도 신뢰려니 의리.

과장과 징징거림 -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함.

 

*** 경청 -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거울과 같은 존재다. 조용한 사람은 오히려 존재감이 강하다. 생각을 비워둘 수 있어야 한다.

 

조용한 친구 우리는 같이 걸으면서 눈에 보이는 일상적인 것에 감탄하지만, 굳이 말을 하지는 않는다. 외롭다고 징징대는 사람과 달리,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은 외롭다는 말로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나는 외롭다는 표현을 참 안하고 산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부족하다. 늘 내 속이 시끄럽기 때문(?))

시간, 고통, 어느 것에 대해서도 투덜대거나 징징대는 법이 없다. 대화를 하면서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았고, 화를 내며 말한 적도 없고, 분노나 두려움을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다. - 독일 표현주의 화가 브뤼케가 미국 시인 윌트 휘트먼에 대해 쓴 글.

 

말보다는 행동으로 생각은 말로 표현하면 갇히고, 행동하면 풀려난다. - 칼릴 지브란

 

구질구질하게 변명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말할 필요는 없다. -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말을 하자.

 

진실한 친구 몇 명만 있으면 충분하다. - 미니멀리스트는 인간관계에서 지나치게 넘치는 것, 복잡한 것이 괴롭고 천박한 것. 미니머리스트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긴다. (나는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사적인 모임이 없다. 그렇다고 만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얽매이고 억지로 정과 마음을 의무화하고 책임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아니다,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침해하거나 침해받고 싶지 않다)

 

사회관계? 자주 만자니 않을수록 관계가 오래간다. 약한 사람일수록 남과 같이 있으려고 한다. 강한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다른 사람의 삶에 신경 쓰지 않으며,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산다. (너무 잘 살고 있네, 쓰담쓰담)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은 몇몇만 있으면 된다 - 거절을 못 하기 때문에 노예처럼 끌려 다닌다. 미니멀리스트는 몇몇 사람하고만 친하게 지내고, 그 외의 사람들은 정중하게 대한다. 독립적인 사람은 친구를 몇 명만 두고 싶어 한다. 그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어서다.

 

균형감각 - 너무 착하고, 너무 정직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느라 진을 빼지도 않는다. (이 부문은 나에게 아킬레스건)

 

*** 경쟁심이 심한 사람은 멀리 한다 - 가장 아름답다거나 가장 똑똑하거나, 가장 부자가 되려는 사람은 멀리한다. (백번 공감)

슬픔, 기다려 주는 것이 최선의 도움 -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게 된다. - 라빈드라나트 타고로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을 물었다. 물을 때, 일부러 옆에 있는 사람을 의식하고 묻는다. 그게 한살이라도 더 나이먹은 어른이 할 짓인가. 더는 묻지말고 내가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나를 에어싼 사람들에게 내가 없는 곳에서 어른, 동서, 조카며느리, 조카 구순이 넘은 큰어른께도 틈만 나면, 한 사람, 한 사람씩 돌아가며 집요하게 묻는다. 그리고 급기야는, 나에게 "묻기가 조심스러워서 묻는데...." 정말, 조심스럽다면 묻지 않아야 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눈을 반짝이며 묻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 저 사람, 이 사람에게 더는 묻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니, 이젠 대 놓고 틈난 나면 불쑥불쑥 일부러 내게 묻는다. 저며놓은 상처에 굵은 왕소금을 휙휙 뿌린다. 나는 폭싹 절여 죽을 맛이지만, 나의 차분한 인내심으로 서서히 간기를 뺄것이다. 그는 평생 남의 상처에 왕소금만 뿌리다가 소금단지 안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건,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미루어 짐작하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 용서는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사랑하거나 멀어지거나 -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면,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집단에 소속되는 것은 가능한 한 적게 (이순이 넘으면 하던 모임도 사양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비워 가는 것이지 쌓아 가는 것이 아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저녁에 쌓이는 생각은 부정적인 것이 많고, 아침에 하는 생각은 빛나는 것이 많다.

노예가 더 이상 노예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족쇄가 풀린다. - 마하트마 간디

 

언제, 어디서, 이 시간을 얻을 것인가?

성공의 척도? 바로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다.

향 좋은 차를 마시는 것보다 햇빛, 바람 구름을 맛보자.

 

왜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가? - 사실 논쟁은 자신을 표현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 (아닌 척 해도 마음에서 화가 나거나 서운한 것은 인정욕구)

 

* 가장 겸손한 사람이 가장 강하다.

아름다움은 인간의 정신을 짓누르는 것들을 스르르 녹여 준다.

* 우리는 아름다움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우아한 몸짓, 소나기, 분주히 움직이는 개미, 장미꽃의 향기, 커튼으로 들어오는 새벽빛. 매 순간이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인생이란 결국 소소한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행복을 담는 작은 그릇 - 자극적이지 않고, 거대하지 않으며, 쓸데없는 생각이 없는 심플한 인생, 정작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소소함을 통해서다. -자클린 비르

 

쾌락과 기쁨 쾌락은 외부, 다른 사람에게서 오고, 기쁨은 내면,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

 

놓아주는 기술 - 눈앞에 닥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무위, 혹은 가벼운 마음 -

신은 여기저기에 있다. 그러니 누리기만 하면 된다. - 도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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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 ) 안에 넣었다.

그래봤자, 다 치고 받는 옹졸하고 못난 생각들이지만,

내 마음이 가는 곳에 충실했다.

청소년은 아니지만,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고 마음이 모락모락 따뜻해진다.

정말, 실천하여 몸에 배인 소소한 아름다움으로

지금부터라도 노년의 필수, 우아함을 갖추고 싶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비즈니스북스

 

1장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

2장 물건은 왜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가?

3장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55 (구체적이라 소제목만 봐도 빈 듯 시원하다)

4장 물건을 줄인 후 찾아온 12가지 변화

5장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나는, 쓰레기였다! -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래서 매일 공부하고 일하며 육아와 스포츠, 취미 활동에 힘쓴다. 처음엔 잔뜩 의욕에 넘쳐 마구 사들였지만, 한 가지를 꾸준히 계속한 적이 없다. 지금의 내 수입으로는 도저히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에게 차이기도 했다. 이 모든 열등감과 질투를 교묘히 숨기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동했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의 나는, 쓰레기였다.

 

물건을 버리고 불행도 함께 버리다 -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절히 원해서 손에 넣은 물건으로는 아주 잠깐 동안만 행복할 뿐이다.

 

<1>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기 위해 애쓴다. -라 로슈푸코

 

소유할수록 잃어버리는 것들 - 필요한 것 이상의 물건을 꽉 움켜쥘 때마다 그만큼의 자유를 빼앗긴다.

여행지 숙소에는 놓여 있는 물건이 별로 없어 깨끗하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홀가분하게 빈손으로 산책이라도 나가면 세상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행지에서 생긴 입장권이며 영수증은 나중에 정리하려고 일단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정리는커녕 한 번도 안 본다)

갖게 된 물건을 보관하고 유지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다 써버리곤 한다. 도구여야 할 물건은 어느새 주인이 되어버렸다.

 

최소의 삶이 가져온 기적 -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욕실에 들어가 목욕. 그리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아침에는 따사로운 햇살에 눈을 뜬다. 물건이 없는 방의 하얀 벽지에 아침햇살이 반사돼 무척 상쾌하다. 아침식사 식기는 바로 설거지 한다. 설거지를 마치면 좌선 자세로 명상, 한곳에 집중됨. 매일 이불정리, 청소기후 착착 개켜둔 옷을 꺼내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사계의 변화를 느끼며 출근 (혼자 사는 즐거움, 여자는 돌봐야 할 가족이 물건이 너무 많다. 그것을 떨쳐버리는 것이 화두)

 

내가 버린 물건들 -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은 책상과 식탁 (실제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다) (내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잡지책, 사진, 상장, 수료증, 앨범, 스캔하고 버리자. 아이들 유치원 때부터의 그림일기에서부터 사진 상장 등등, 그들도 한 번도 찾지 않는다.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사이트에 올리고 비공개하면 된다)

 

물건에 대한 집착 - 맥시멀리스트, 즉 최대주의자, 나는 무엇이든 보관했다. 그렇게 늘어난 물건에 휘둘려 에너지를 소진했다. 지나치게 많이 소유한 물건이 당신을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는 모두 미니멀리스트였다 - 일본인들 옷차림은 늘 말쑥하고 청결하다. (일본 작은 이모님, 어머님과 외출 전, 형순이는 옷이 너무 많아 빨리 외출하지 못한다. 나는 딱! 두벌, 빨 때 갈아입을 옷밖에 없으니. 이모님은 거울 앞에서 갈등이 없다고 하셨다) 지진 나도 금세 다시 지을 수 있는 작은 집에서 검소한 생활, 일본의 다실, 다실 안에 쓸데없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다실의 입구는 아주 작아서 거만하게 으스대는 자세로는 들어갈 수조차 없다. 심지어 무사라고 해도 칼을 갖고 들어가지 못한다. 다실 안에서 지위나 부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훌륭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관계없다. 단지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마주하고 한 잔의 차를 느긋하게 음미한다. 그리고 오직 서로를 생각한다.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 스티브 잡스 - 아이폰에는 버튼이 한 개밖에 없다. 제품 박스에는 설명서조차 없다. 생전에 그는 사상에 심취했다.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미니멀리스트 -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미니멀리즘은 목적이 아니다. - 누가 물건이 적은지 대결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단샤리, 심플 라이프, 너마드 워크

단샤리- 요가의 수행법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의 사고방식, 인생과 일상생활에 불필요한 물건을 끊고, 버리고 멀리하는 것을 의미

심플 라이프-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깨끗한 방에서 엄격히 선별된 물건만 두고 지내는 삶의 방식 (스님들의 선방)

노마드 워크-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으로 자택이나 사무실이 아닌 어느 곳에서나 일하는 방식 (늘 꿈꾸지만 실행한 적은 없음)

 

느려터진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려면 - 나는 매일매일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했고 직업을 고민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무척이나 신경 쓰며 살았다. 80%정도가 아니라 늘 부정적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 잘 나가고 생활이 안정되면 저절로 자신감에 차 긍정적인 생각만 할 것이다. 어서 그 단계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 미니멀리스트의 탄생은 스마트 폰의 발명이 아닐까. 아무리 물건이 적은 사람도 마지막까지 남겨둘 물건은 아마 스마트폰일 것이다.

 

 

<2> 물건은 왜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가

익숙함이라는 독, 익숙해진 일은 점점 당연한 일이 되고, 당연한 일은 이내 싫증이 난다. 우리의 소망은 모두 이루어졌는데, 익숙함이 싫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불만이 쌓이고 불행마저 느낀다. (oo & oo 결혼생활, 처음에 결혼하고 싶다며 oo이 했던 말 :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다”)

 

우리는 왜 새로운 물건을 원하는가? - 마치 소파에서 잠들어 있던 사람이 옆에 누군가 텔레비전을 끄자마자 보고 있는데 왜 꺼?” 하면서 번쩍 눈을 뜨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분명 티브이는 시끄럽고 눈이 부시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익숙해져 편안해 진다. 어떻게든 갖고 싶어서 손에 넣은 물건에 계속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항상 있는물건이기 때문이다. (엄마, 장롱, 아침이면 뜨는 해, 자연스럽게 숨 쉬는 공기, 손만 뻗으면 손에 잡히는 리모콘 같은 아내와 남편, 없어져봐야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

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갖고 싶어서 산 옷들이 어느 순간 너절해 보이고 입고 나갈 옷이 없다며 투덜거린다. 성형수술로 분명 예뻐졌는데도 또 다시 수술을 시도하는 여자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새로운 여자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남자들,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하기로 맹세했지만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해 갈라서는 부부 등, 이 모두는 익숙함이라는 강력한 독의 소행이다.

 

우승의 기쁨은 3시간이면 사라진다 - 행복한 감정은 슬픈 감정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은 한계가 있다 - 빌게이츠라고 해서 하루에 산해진미를 여섯 번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장의 크기는 같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고독이라는 병 - 고양이와 개의 차이점, 고양이는 일정시간동안 빈집에 혼자 두어도 괜찮지만 개는 혼자 두면 계속 짖거나 안절부절 못하며 주변을 돌아다니다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인간은 개에 가깝다.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고독을 느낀다. 고독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며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울증이거나 자살에 원인은 대개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적절한 자기애가 있어야한다. 가치,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는 방법 말고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없다. 아무리 고독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어딘가의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을 봐주길 바랄 것이다. 타인이라는 거울로 자신을 본다. SNS에서 누군가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또는 팔로우해주면 기쁘다. 상대방이 읽고도 답이 없으면 화가 난다. 적절한 자기애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제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는 방법에 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드러내는 법 - 누군가를 봤을 때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외모다. 그러나 외모를 가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 역시 아무리 애를 써도 패션모델이나 꽃 미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내면의 가치, 자상하다, 재미있다, 부지런하다, 배려심이 있다, 명랑하다, 성실하다, 현명하다, 친절하다, 용기가 있다. 내면과 달리 외면은 누구에게나 보이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자신의 가치를 알릴 수 있다. 대표적인 물건이 옷이다.

물건이 곧 라는 착각 - 물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때는 지저분한 방에서 살았지만, 성격이 달라진 게 아니다. 버리는 습관과 비움의 기술을 익힌 것뿐이다. 아직도 허세를 버리지 못하는 건가, 단지 버리는 게 귀찮아서인가.

 

지금 당장 버려라 - ‘지금하고 있는 일이 끝나고 시간이 생기면 그때 버리자’ ‘언젠가 안정되면 그때 버리자.’ 지금 당장 버려야 한다. 버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안정된 후 시간이 생겼을 때는 영원히 버리지 못한다. 버리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다.

 

여러 개 있는 물건은 버려라 - 한 개만 남겨두자.

1년 동안 사용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었던 물건은 내년에도 그 물건 없이 아무런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는 물건은 버려라 - 마음에 드는 가구와 식기에 둘러싸여 근사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나, 값비싼 자동차와 손목시계, 만년필이 어울리는 세련된 나, 고급 브랜드와 고가 화장품으로 치장한 호화로운 나, 아웃도어 용품으로 무장하고 자연을 활보하는 나를 꿈꾸며 누구나 조금씩 발 돋음 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단지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던 물건이라면 이제 그만 버려라.

 

버리기 힘든 물건은 사진으로 - 물건을 버리는 것과 물건에 얽힌 추억을 버리는 것은 사람의 정이다. 자꾸 버리다 보면 지금이 보이기 시작한다.

 

추억은 디지털로 보관하자 -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받은 편지도 모두 스캔해서 디지털화했다. 이렇게 하면 언제든지 손쉽게 다시 꺼내볼 수 있다. 다만 백업은 이중으로 철저히 해야 한다.

 

물건 의 집세까지 - 앉으면 다다미 반장, 누우면 다다미 한 장. 우리는 대부분 넓은 집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건씨를 넓은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기 때문.

 

수납 정리 개념을 버려라 - 수납과 정리 기술에 의지하기보다는 먼저 물건의 수를 줄여라. 물건의 수가 줄어들면 일 자체가 줄어든다.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를 버려라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 옛 애인에게 받은 추억의 선물, 과거에 필요했던 물건과 깔끔하게 인연을 끊지 않으면 지금은 늘 무시되고 만다. (어제 내린 눈은 내 발길을 질척하게 할 뿐)

 

잊고 있던 물건은 버려라 -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물건이라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버릴 때 창조적이 되지마라 - 빈 쿠키 통, 약상자로 쓰면 어떨까?

 

여분을 비축해두지 마라 - (SSG는 우리 집 냉장고, 신세계 백화점은 내 옷장)

 

마트를 창고로 생각하라 - 신상품 유통기한 등을 꼼꼼히 관리해주는 창고다. 필요할 때 가지러 간다.’

 

* 거리가 당신의 응접실 - 내 응접실은 몇 시간 앉아 있어도 편안한 소파가 놓여 있는 거리의 카페다. (내가 청소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인테리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내가 메뉴, , ,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친구 초대를 위해 물건과 공간을 늘리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집으로 초대하라는 사람들에게 (“우리 동네 꼬막정식 잘하는 집 내가 알고 있다. 아티제 빵집, 오킴스라는 아일리쉬 펍이 있다. 혹은 먹다가 부족하면 2차 정도는 우리 집으로 가자”) 거리 전체가 자신의 응접실이다.

 

열정을 갖고 말할 수 없는 물건은 버려라 -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여기는 물건을 갖고 있으면 다른 물건을 욕심내지 않게 된다. (‘몽블랑 만년필더 이상 만년필에 대한 욕구는 없다)

 

한 번 더 사고 싶지 않다면 버려라 - ‘이것을 잃어버릴 경우, 다시 한 번 그 가격으로 사고 싶은가

 

고인의 물건 - 서양화가 우메하라 류자부로 유언 : 장례식은 필요 없다. 조문과 공양물도 고사해라. 산 자가 죽은 자 때문에 번거로워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 그래, 너희 둘이서 나와 아빠를 처리해라. 우리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라 - (프로방스 자동차, 야영장, 이비스호텔, 살고 싶은 마린시티, 별장, 요트 등등 관리하는데, 수고와 비용을 생각하면 렌탈은 괜찮은 선택이다)

 

한 가지를 사면 한 가지를 - 이 역시 버리기의 왕도다 인 아웃의 법칙

 

잘못 샀다는 생각 - 바로 버리는 것이 현명. ‘실패수업료다.

 

구입한 물건을 빌렸다고 생각 - 브랜드의 태그를 차곡차곡, 다시 옥션에 내놓는다. ‘옷을 가게에서 빌려 입는기분 (선물 받은 물건 아껴 쓰고 보관하다 그에게 돌려준다. 선물을 살 때, 나는 내가 가장 받고 싶은 것을 선물하기에 다시 돌려 줄 생각을 하면 아주 조심스럽게 다룬다. 물건을 순환시킬 뿐 아니라 겸허한 마음까지 갖게 해준다.)

 

* 싸다고 사지 말고 공짜라고 받지마라. (나는 절대 현혹되지 않는다)

버릴까 말까 망설일 때 버려라.

 

적은 물건을 소중하게 -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커피 잔 두 개,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완벽한 잔 하나가 만족도가 높다.

** 사복을 제복화하라 - 스티브잡스 청바지에 검은 색 터틀텍 티셔츠, 디자이너 미야케이세이는 검은색 터틀넥에 리바이스501 청바지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신고 공식적인 행사나 프레젠터에도.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회색 티셔스, 아이슈타인도 같은 디자인의 재킷, (오바마대통령 감색 슈트, 나는 매일 결정할 일이 너무 많아 옷을 고를 시간이 없다.” 양희은 가수도 제복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딱 맞는 옷, 언제나 정해져 있는 제복과 같은 사복을 입고 지내는 것도 좋다. 정말로 어울리는 옷만 입는 멋! ‘항상 똑같은 옷을 입는다.’ 종종 야유하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패션은 즐겁다.

 

개성을 만드는 것은 경험 - 유럽의 오래된 영상을 모두 똑 같은 정장에 모자를 쓰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탄생한 문학이나 예술은 얼마나 개성이 넘치던가. 오히려 현대보다도 개성이 두드러진다. (내가 지녀야 할 덕목)

 

버리고 싶은 병 - 이 병에 걸리면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비난하는 마음도 생긴다. 위험하다. 물건을 줄이는 일도 자극이 있고 쾌감이 있다.

자동차는 평소의 인간관계를 최소화하고 홀로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4> 물건을 줄인 후 찾아온 변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타인의 인생을 살면서 허비할 수는 없다.

물건은 작고 가볍고, 디자인이 단순하고, 청소하기 쉽고, (무채색에 하나터치) 물건이 적으면 매일 해야 할 일도 적다.

청소는 싫어해도 청소의 결과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생활이 즐거워진다.

청소는 의지가 아니라 습관이다.

가능한 한 작은 집, 간편한 청소. 모든 면이 간소하고 편해진다.

 

이사가 어려운 이유 - 새가 자유롭게 나는 것은 둥지가 간소하고 아무것도 모아두지 않기 때문.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자유. 집이 좁아지면 집세도 내려간다.

주거방식, 삶의 방식, 간단한 도시락, 도서관에서 책읽기, 공원산책.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 타인과 비교하지 않게 된다.

 

가장 빨리 불행해지는 법 - 이웃집 정원의 잔디를 보고 파랗다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여자는 나를 떠나 수입이 더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 아무리 부자든 꽃 미남이든, 미인이든 비교대상은 끊이지 않는다. 물건보다 경험에서 오는 행복.

비교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을 쓰고 있는데,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쓴 책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 글자도 더 쓸 수 없다. 세상에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

 

길고양이는 자살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왜 혼자서는 고깃집에 들어가기 힘들까? 당신이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데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다. 무엇을 하든 남들은 내 생각만큼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일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두 장식품,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갖고 있었던 물건을 모두 과감히 버린 결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이런 사람군살이다. 생활의 다이어트.

 

행동하는 사람 - 자신이 한 행동이 모두 하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동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마하트마 간디.

 

웹사이트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10년간 살던 방에서 드디어 이사했다 (짐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환경 바꾸기, 나도 이제 그 동네 풍경처럼 살기 싫다, 고로 기회가 닿는 대로 옮기면서 살 것이다. 그래봐야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서너 번이면 인생도 끝난다. 어쩜, 그보다 더 빨리 가게 될지도 모른다. 나의 생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

 

한권의 책을 썼다. ‘괜히 했어!’ ‘할 걸 그랬어!’ 심리학 용어로 자이가르닉 효과.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더 가볍다.

 

미니멀리스트에게 잃어버릴 물건은 없다.

 

먹고살려면 별 수 있나, 참아야지!” 이면에는 물건에 대한 욕망이나 타인의 시선과 허세가 자리하고 있다. 물건을 줄여 홀가분해지면 어디든지 바로 갈 수 있다. (사람도 버려 홀가분해지면 언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 누구도 훔쳐가지 못하는 것, 경험 - 행동을 통해 얻는 경험은 빼앗을 수 없다. 내 안에 있고 언제나 갖고 다닐 수 있다. 어떤 일이 있든 마지막은 경험이 남는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기 위해 애 쓴다 -라 로슈푸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 법정

 

몰입이 만들어내는 행복 - ‘플로’flow, 즉 몰입할 때 사람은 시간을 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도 잊는다. - 심리학자 마하이 칙센트미하이

 

정보 미니멀리즘 - 디지털 네거티브세대 (학생 때부터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있는 생활환경에서 자라온 세대로 1980년 이후 출생자) 사람은 5만 년 전의 하드웨어 그대로다. 뇌도, 신체도 진화를 멈췄다. 우리는 처리 중이라는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컴퓨터처럼 작동을 멈춰버린다.

 

안테나를 접어라 - ‘정크 인포메이션’ Junk Infomation, 인터넷 뉴스로 대표되는 별로 가치 없는 정보, 언뜻 시선을 끌지만 그 후에는 단 한 번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 때우기에 딱 알맞은 정보. 이런 쓸데없는 정보에 정보 대사증후군상태. 안테나를 켜는 대신 안테나를 접는 일이 절실하다.

 

자신의 내면에 몰입하라 - 명상이나 좌선, 요가를 습관으로.

 

자신의 뜻을 밀고 나가라 - 다른 사람이 만든 물건이나 남에게 일어난 일에 이것저것 참견하지 않는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믿는다. 나 자신의 귀환이다.

 

인간관계가 달라진다

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다. -캘빈 쿨리지

 

사람이 물건으로 보일 때 - 우리는 매일 가족이나 회사 동료, 가까운 이웃을 무의식중에 고정된 물건처럼 보게 된다. 사람이 물건처럼 보이면 당연히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을 사람으로 봐야한다. 물건을 가능한 한 줄이는 편이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친척 텔레비전 이론 - 친척과 오랜만에 만나면 공통 화제가 없어 멋쩍다. TV를 켠다. (티브이를 켜 놓고도 미와 친한 여자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얼굴이 쫘글쫘글하다, 와 이리 늙었노?” 말인가, x 거품인가)

 

친구가 100명 있다면 - 생일 파티를 열면 친구가 100명이나 모인다. 그는 와인을 좋아해서 친구들 모두 와인을 가지고 온다. 그는 사흘에 한 번꼴로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야한다. 친구나 소중한 벗은 마법의 숫자 3, 즉 세 명이면 된다. 간소한 교우관계도 실은 멋진 일이다. (나에게도 3명이 있는가? 그마저)

 

친절과 배려를 부르는 엔도르핀 - 사람은 누군가가 서로 돕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 나는 물건을 많이 버렸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르는 물건들까지 버렸다. 언젠가라는 미래를 벗어던진 것이다.

 

* 더럽지 않은 그릇을 씻지 마라 - “더럽지도 않은 그릇을 씻으려고 하지 마라오늘 하루에 씻어야 할 그릇은 단 하루치뿐이다. 내일 씻을 그릇이나 모레의 그릇 그리고 1년 치의 그릇을 씻을 일까지 미리 생각하기 시작하면 누구나 질리고 불안해져서 오늘의 그릇을 씻는 일조차 자신이 없어진다.

 

미래와 과거의 물건 버리기 - 언젠가라는 미래에 필요한 물건과 예전에라는 과거에 필요했던 물건을 버려라. 그러면 현재만이 남는다. 물건을 버림으로써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미래의 그는 누굴까? 떠나간 그가 그립다! 모두 부질없다.)

 

영원히 한숨만 쉬며 살고 싶은가? - 만일 뭔가 달라지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해야 한다. 내일도, 다음 주도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이 와도 지금이다. 1년 후도 그 역시 지금이다.

 

 

감사하는 삶

물건이 적으면 감사하는 마음이 싹 튼다 - 감사는커녕 부족한 것만 눈에 띄었다. 지금은 감사하다. 이불 샤워기 식사하는 주방 취미도 즐길 수 있고 안심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방이 있다.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벽과 천장이 있다. 아무리 물건을 늘려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모두 싫증난다. 반대로 아무리 물건이 적어도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다.

식사 전 감사 기도의 힘 (나는 평소에 이것을 안했기에 벌 받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밥에 대해 부모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것 같다)

감사하는 때야말로 행복하다.

 

 

<5>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자기가 바라는 것을 갖는 건 커다란 행복이다. 그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게 더 큰 행복이다 - 메네뎀

 

행복의 모범 답안을 버려라 - 정규직으로 회사에 들어가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둘이나 셋 정도 낳는다. 늙어서는 재롱부리는 손주의 얼굴을 본다. 이것은 달성하면 행복해질 것 같은 목표다. (스펙(?)이 하나씩 쌓일수록 공허하다. 목표를 위해 참고 희생하는 것, 소모다. 그냥 오늘을 성실하게 즐겁게 지내자는 생각이 현재는 절실!)

 

행복의 DNA는 존재하는가?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비참한 일을 당해도 행복은 그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행복해지는 일은 없다. 행복은 그때마다 느끼는수밖에 없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현재라는 시간뿐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내일도 모레도 1년 후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 행복은 자신의 해석에 달렸다. 행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 행복은 자신의 마음이 결정한다. 지금의 환경에 감사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 조건의 달성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저 세상에 계신 아버지와 건강하신 어머니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쓴 글에 조금이나마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하게 했던 두 분의 교육 방침 때문이다. 부모님은 늘 내 판단과 선택을 지지하고 모든 것을 맡겼다. 정말로 감사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무 말 않겠습니다. 당신이 말해주기를 바라면서.’ - 페르시아 시인 잘랄루딘 루미의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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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으면서

줄곧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oo를 생각했다.

oo의 인생이 단순하고 세련되었으면 한다.

그는 빼기의 디자인을 전공하였으니, 삶의 다이어트로 빼버리고

분명, 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다.

ㅇㅇ여, 멋지게 도약하라!

 

 


나의 친애하는

허지웅 에세이 / 문학동네

 

천장이 슬프다 -

밖에 나서니 볕이 좋다.

 

천장이 슬프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믿고, 알고, 만족하고, 사랑한다. 비밀을 공유하고 서로의 비밀이 우리와 우리 밖의 세상 사이에 안전하기 짝이 없는 벽을 쌓아올린다고 생각한다. 벽은 갈수록 두터워져가고 문밖에서 폭탄이 터져도 우리 둘은 안전할 것만 같다. 네 살이 내 살처럼 아프고 내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스스로 어여쁘게 여긴다. 그리고 헤어진다. 그리고 삼천 번째 눈앞이 캄캄해지고 나면, 창밖으로 동이 트는 것을 발견하게 되겠지.

씨발, 대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이별이란. 그래서 쓰러지듯 나는 다시 몸을 눕혀본다.

천장이 슬프다. 천장의 비어 있는 저 귀퉁이들을 나는 참을 수가 없다. 비어 있는 귀퉁이들은 필연적으로 내려앉아 나를 누른다. 숨이 막히고 눈물이 새어나온다. 눈물이 무언가에 눌려 새어, 나온다. 울컥하고 시원하게 쏟아져 흘러준 것과 달리. 천장이 슬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늘이 내려앉아 쥐어짰고, 나는 텅 비고 말았다.

   

좋은 어른 -

내게는 문신이 있다.

현실주의자가 되자, 하지만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까먹지 않으려고 굳이 살 위에 써 놓은 것인데, 그 의미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낭비가 아니겠는가. (IMF가 터졌는데 등록금 비싼 외고를 보낸다고 그녀가 빈정댔다. 언제든 속이 쑤시고 아픈 것은 그래서 보란 듯이 아이가 잘 되길 바랐었다.)

 

 

청소 -

정리의 묘미는 얼마나 잘 감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버리느냐에 달려있다. 내게 쓸모가 없는 건, 남들에게 필수품이라 해도 모으지 말아야 하고, 일단 모았다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큰 지혜가 필요하다. 청소란, 자기 혼자 힘으로 청소할 수 없는 크기의 집을 소유하면서부터 파멸이 시작된다.

손은 자주 씻는 편이지만 그건 내가 만지는 물건들, 특히 키보드에 기름기가 남을까봐. 원고를 쓸 때 키보드가 끈적거리면 멀쩡한 문장도 비문이 된다.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게 더 좋아서 같은 옷을 여러 벌 사놓고 돌려 입는다.(스티브잡스, 오바마 스타일)

여태 살아보니 본래 상태로 온전히 복구시킬 수 있는 거라고는 컴퓨터 백업파일과 청소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청소에 매달린다. 청소를 하면 회복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분개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모두 순순히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거나 말거나라는 표현이 자주 보인다. 뒤엎는 어투. 내가 보기에는 성의 없어 보이는데, 2030대 청년의 수법은 문장의 환기작용을 하고 있다)

 

구애 -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순간도 닮은 점에 안도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점에 흥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대게 후자였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랑했고, 너무 달라서 헤어졌다. ‘너무 달라서 정말 좋아!’너무 다르니까 여기까지로 돌변하기까지 우리들은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 물론 그래서 모든 게 끝난 이후에는 더 많이 아프고 더 오랫동안 슬프다. ‘사랑이란 완전히 미친 짓이지만, 그게 미친 짓이라는 걸 안다고 해서 사랑을 안 할 수도 없잖아?’

 

모두가 언젠가는 배운다 - 심지어 영화처럼 그()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언제나 실수는 반복되고 누구나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 하나 이 반복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한심한 것들은 반복되고, 좋은 것들은 기억에만 남는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한심하다. 그렇다, 모두가 언젠가는 배운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단추가 모두 채워져 있었다 -

재벌 4세들이며 무슨 대안 문화의 슈퍼전문가인 양 구는 게 취한 마음에 아니꼬웠다. 비아냥거리고 나와 집에 가면서 SNS에 자식이 스무 살을 넘기면 부모가 땡전 한 푼 주지 못하게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웠다. 술을 마시면 심사가 좀 더 쉽게 뒤틀리고 치사해진다. 그런데 새로 도착한 쪽지들 가운데 니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비겁하게 자신을 지목하지 않고 그런 글을 올려도 자신은 다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은 나를 비난할 수 있어도 너는 나를 비난할 수 없다. 비겁하게 숨어서 글이나 쓰지 말고 당당하게 만나서 붙자.

 

 

공간을 이해하는 법 -

내가 혼자 청소할 수 없는 크기의 집을 소유하는 건 괴상한 일이다.

 

 

그날 원주의 사무실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왜 능력이 있으면서도 자식을 부양하지 않았는지, 왜 등록금마저 주지 않았느냐고. 부모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나는 반평생 슬프고 창피했다. 그래서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남에게 결코, 다시는 꼴사납게 도움을 구걸하지 않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버텨 살아내는 것만이 중요했다.

 

 엄마, 나의 가장 친애하는 적 -

방학이 오면 내내 그런 걸 여러 편 썼다. 여러 편을 썼지만 독자는 늘 한 사람이었다. 엄마였다. 그때는 엄마가 참으로 거대한 사람이었다. 이걸 써서 엄마에게 읽어주고, 엄마가 재미있다고 말해주는 것을 듣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늘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나중에 고쳐 쓸 법도 했지만 당시 아버지와 다투고 난 직후였던 엄마가 내 소설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여 너무 큰 충격을 받고 나는 소설 쓰는 일을 집어치웠다. 아마 이건 엄마도 모를 거다.

엄마가 책을 사주지 않을 때가 가장 서러웠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책 없이 살지 못하는 아이가 된 건 엄마 탓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끼리 서로 폐 끼치지 않고 살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래도 없었다. 연락도 잘 받지 않았다.

 

지난 정권,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어느 날, 나는 광장 위에 있었다. 밤이었다. 혼자였다. 광화문 앞의 프랜차이즈 카페 앞에 서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누가 뒤에서 내 팔을 콱 움켜잡았다. 엄마가 웃으면서 서 있었다. 그 때 기억을 되짚어보면 엄마는, 엄마는 작았다. 엄마는 작고 나이 들고 약했다. 나는 화를 냈다. 아직 택시 할증 안 붙었으니까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를 두고 내 갈 길을 갔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작고 나이 들고 약한 사람이 여기 있는 게 싫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그렇게 작은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녀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아는 이들 가운데 가장 작고 약한 사람이다. 엄마 생각을 하면 나는 늘 조금 울고 싶어진다. 엄마 무릎 위에서 울고 싶다. 하지만 나는 엄마 앞에서 울지 못한다.

 

 형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형은 곧잘 철 지난 농담을 길게 늘어놓고는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무척 구박했다. 구박하는 재미가 있는 형이었다. 구박을 하면 소녀같이 부끄러워했다. 오래전 형이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었다. <일상으로의 초대>. 형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몇 번이고 음 이탈을 했다. 나는 그걸 가지고 두고두고 놀려먹었다.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재미없는 농담들이 자꾸 귀에 걸려 떠오른다.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거다. 나는 결코 울고 싶지 않다. 구박을 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형에게 구박을 하고 싶다. 친애하는 친구이자 놀려먹는 게 세상 최고로 재미있었던 나의 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형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다.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인데, 그걸 하지 못했다. 형이라서 말하지 못했다. 나라서 말하지 못했다. 간지러워서 하지 못했다. 어리석었다. 해야 할 말을 제때 하지 않고 미루는 일이란 얼마나 한심한가,

형 사랑해. 언제까지나 사랑해. 형 사랑한다.

 

맥심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경력관리 측면에서 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였지만,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렇게 하자고 했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빨리, 너무 깊게 친해져버렸다. 그에게 전화가 걸려온 건 늦은 저녁이었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너 이혼했다며이 거지같은 새끼야. 타박을 해야 할 건 이쪽인데, 뜻밖의 공격을 받고 나는 그만 더듬거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나를 너무 잘 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십 수 개월의 시간차가 사라지고 이음매 없이 맞춰졌다. “야 너는 내가 젊었을 때랑 굉장히 닮았다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마라, 내가 훨씬 더 잘생겼어. 그런 도무지 초점 없는 대화들을 하다가 다음날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기절해버렸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투사였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광장의 음악이었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젊은 시절의 섬광이었다.

 

 

내려놓기 위해 필요한 것들 -

나를 안마하다보면 땀이 많이 나는데, 시술자가 땀이 나면 안마 받는 사람에게 기를 빼앗기는 거라고 한다. 나는 유물론자라서 그런 거 안 믿는다고 했더니, 하긴 자기 자신만 믿으면 되죠.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고 선생님, 실은 저는 저를 제일 믿지 못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까먹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까먹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까지 함께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까먹은 중요한 것들은 너무 중요하고 소중해서, 반드시 훗날 가슴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어쩌면 뭔가를 내려놓기 위해 필요한 건 망각이나 체념이 아니라 이해하는 태도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대한 무표정의 사내

키튼의 전성기 영화를 보면 그가 전혀 웃지 않는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그는 웃지 않는다. 차라리 울상에 가까운 무표정이다. 무대 공연 시절 자기가 웃지 않으면 않을수록 관객의 웃음이 더 커진다는 경험치를 발휘한 결과물이었다. 이 위대한 무표정의 사내에게는, 그의 안에는, 남에게 주고 싶은 감정들이 그렇게도 많았던 것이다.

 

 세월호 -

세월호는 한국 사회윤리의 아우슈비츠다.

 

 악의 평범성 -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가장 쉽고 간편한 답변은 교수가 미친놈이기 때문이다. 그는 왜 피해자에게 인분을 먹이고 폭행을 하고 고문에 가까운 체벌을 가했나.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간단한 설명이다. 인분을 먹인 교수와 인분을 먹은 제자는 그들이 만들어낸 감옥 안의 간수와 죄수였는지 모른다. 교수는 그래도 되는그만의 감옥 안에서 자기 당위에 심취해 마음껏 폭력을 행사했다. 제자는 그래야 하는그곳에서 교수의 일상적인 폭력과 너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 앞에 정신이 완전히 무너졌다.

요컨대 나도, 우리도 누군가에게 이미 인분 교수이거나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상황과 환경이 주어지면 사랑을, 혈연을, 우정을, 금전을, 위계를 빌미로 악을 행사한다. 악은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지 않는다. 그래도 되는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란 그렇게 힘들다. 정지, STOP!

(Amor fati, 아모리 파티? 운명애(運命愛) 운명을 사랑하라. 운명을 받아들여라. 온몸으로 맞이하고 껴안아라. 2017. 1. 그 여자아이의 카톡 메인 문구. 무너진다. 인간은 믿어서 될 일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것이 견딜 수 없이 힘들다. 그러니 내 아이는 오죽하겠는가? 형벌이다)

 

 탈주하는 여자들 -

어렵고 힘들게 얻은 걸 까먹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행복할 자격이 없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

<미생>의 가장 큰 장점은 균형감각. 청년과 기성의 질서 어느 한쪽을 절대적인 선이나 악으로 몰지 않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립 -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인간적 고통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가치관이 충돌하는 사안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확실한 사실관계를 두고도 무게 중심을 찾는다며 진영논리를 끄집어내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라. 그들은 용돈을 받았다.

 

 좀비 -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난다. 만날 것이다. 그러므로 당장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폭하기보다 설득하고 싸워나가기를 포기할 수 없다.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 -

자기 검열, 무엇을 잘못 했기에 스스로를 살핀다. 해답 없는 질문이 그치고 나면 이제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말조심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화를 정책적으로 융성하겠다.’는 말은 또 다른 눈먼 돈 잔치를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정권 퇴진을 목적으로 100만 명이 한 공간에 모였는데, 아무런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회 해산이 선언되자마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다 빠져나갔다. 쓰레기도 없었다.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다.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 한국의 역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극복해내고 자랑할 만한 유산을 만들어 낸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였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다시, 그 끓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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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글을  오버랩되는 얼굴이 있다.

외로움과 슬픔이 번져온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

삶의 방식이 서투르다

그 다름은 누구와 함께 살기에는  自己愛가 너무 많다

그래서 천장이 슬플 것이다.

회갑이 넘은 이 나이에 천장을 자주 바라본다.

마음이 너무 아프면 나도 천장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말의 품격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프로필 :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놓는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등이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서문 -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숨을 거둘 때 이라고. 가족의 체온. 말과 문장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나락.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 말에도 언품(言品).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매한가지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이청득심

1. 존중 - 잘 말하기 위해선 잘 들어야 한다.

위세와 사나움은 사람을 잠시 끌어올 수는 있으나, 제 품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 진정한 무기는 칼이 아니라 덕이다.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발언권을 존중하는 태도.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 놓는 것. 진심은 핑계를 대지 않는 것. 이청득심(以聽得心),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21세기 덕장은 버락 오바마, 특유의 포용력과 친화력.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나올 수 있도록.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2. 경청 - 듣는 일 가운데 가장 품격 있고 고차원적인 행위다.

3. 공감 - <다모> “아프냐? 나도 아프다” Me to. 공감이 소통. 공감은 한국인 특유의 과 유사한 감정의 무늬를 지닌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의 공감, 남의 딱한 처지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연민은 동정. 동정은 상대의 아픔을 달래기는커녕 곪을 대로 곪은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것밖에 안 된다. 공감은 , ‘마음 씀씀이가 야박하지 않고 인자하다

한나 아렌트 -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한 메마른 가슴에 악이 깃들 수도 있다. - ‘악의 평범성유대인을 체포해 수용소로 이송한 책임자 의무를 준수했고 명령에 따랐다죄의식은커녕 고민의 흔적조차 묻어나지 않았다. 巨惡을 창안하는 것은 히틀러 같은 악인이지만, 거악과 손을 잡거나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인지 모른다.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4. 반응 - 신동엽은 한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는 방송을 진행한다. 출연자가 말할 때 함부로 끼어들거나 중간에 말허리를 꺾어 들어가지 않는다. 추임새를 삽입하는 것처럼, 적절한 지점에서 아하!” “그랬구나!” “그다음은요?” 감탄사와 질문을 가미한다.

상대의 말에 맞장구,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5. 협상 - 사실 삶 자체가 크고 작은 협상의 연속이다. 직장과 가족, 연봉과 메뉴, 리모컨 쟁탈. 손자병법, 싸우지 않고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최상의 전략.

6. 겸상 - 석사와 박사 위에 밥사’, 상식과 지식보다 회식’. 타인과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 복잡한 인간관계의 윤활유.

 

2寡言無患

1. 침묵 -때로는 말도 쉼이 필요하다.

째깍째깍.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오바마는 말없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마마의 서선이 허공에 닿았다. 51초의 정적이 흐른 뒤 오바마는 어금니를 굳게 깨물었다. ‘51無言 연설’. 사람의 가슴으로 번져와 또렷하게 새겨지는 말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말만 주고받은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눴다. 오바마는 말을 잘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특정한 지점에서 말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애썼다. 침묵의 가치와 하중(荷重)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한 때 유럽을 호령했던 나폴레옹에게 침묵은 일종의 병기. 연단에 올라 10여초 정도 매의 눈으로 전방을 노려본다. 그때마다 병사들은 나폴레옹의 위엄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침묵을 거쳐 태어난 정제된 언어 덕분에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극대화.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난다.(事故, 반전이 생긴다)

 

휴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바캉스는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에서 유래했다. 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다. 쉼이 필요한 것은 말도 마찬가지다.

 

2. * 간결 - 복문보다 단문. ‘短短益善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짧고 간결한 말씨는 좌중의 의표를 칼처럼 지른다. 마이크만 잡으면 프로 정신을 발휘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려든다. (내 얘기 같아 섬찟했다.) 말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셈이다. 다다익선. 가벼운 낄낄거림과 번잡한 주절거림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집중력의 한계는 18.(수업시간 15분마다 까르르 웃으며 털어버려야 그 다음 진도를 뺄 수 있다. “설교가 20분을 넘으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포기 한다하염없이 말을 늘어놓다보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거르지 못해 결국 화를 자초한다.

 

3. 긍정 - 네트워크지수, ‘공존지수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 논어 자로편 선생님, 백성을 한데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 “近者悅 遠者來인간의 입술은 그가 마지막으로 발음한 단어의 형태를 보존한다는 말이 있다. 무섭고 서늘한 얘기다. 내 입술에 내 말의 흔적이 남아있다. 내 말과 글과 숨결이 지나간 흔적. 말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뾰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4. 둔감 - 천천히 반응해야 속도를 따라 잡는다.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厚墨, 둔감력. 마음의 근력.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이 둔감력이다. 장자 달생편의 木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一喜一悲하지 않는 것, 공격하던 닭은 제풀에 지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고수는 소리 없이 강하지만 하수는 소란스럽다.

무릇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엄이 있다. 적절한 둔감력, 말의 품격은 더해지며 言力은 배가 된다. 어떤 순간에도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반응.

 

5. 시선 - 관점의 중심을 기울이는 일. 易地思之, “내가 만약 그러한 처지였으면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

 

6. 뒷말 - 내 말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 악플의 배경이 뒷담화.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

 

3言爲心聲 - 말은 마음의 소리다.

1. 인향 - 사람의 향기.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평소 카페에서 백색 소음과 커피를 연료삼아 글을 쓴다. 본의 아니게 노트북 너머에서 자질구레한 말이 귀속으로 들이닥칠 때가 있다. 甲言,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군림해도 된다는 인식. 폭언에 가까운 지저분한 언어. 그가 만약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다면 한 잔 값으로 얼마를 치러야 할까? 1만 원 이상은 내야 한다. 예의 없는 고객에게 돈을 더 받기 때문이다. 메뉴판 - 커피- 7유로, 커피주세요- 4.25유로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1.40유로. 말의 품격에 따라 가격차등.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人香이 뿜어져 나온다.

 

2. 언행 -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 군더더기 없이 간결. 미술의 데칼코마니. 말과 행동에 차이가 없다.

 

3. 본질 - 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

위령공 辭達而已矣말과 문장은 뜻을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히틀러는 또박또박 한 발음으로 말의 성찬을 쏟아내는 多辯과 달변의 소유자다. 반면 조지 6세는 세련되지는 않지만 진심을 담아서 말할 줄 아는 인물이다. 말에 비법은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4. 표현 - 언어의 무늬와 결을 다채롭게. 중국 사람은 붓만 들면 바늘을 대들보로 만들 수 있다. (한자가 주는 풍요로움. 중문 학을 전공하고 한문을 전수하는 내가 표현을 하지 못하여 글을 못 써서는 안 되는 이유)

 

5. 관계 -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군불) 스몰토크일상의 대화 속에서 낯선 사람과 말을 섞고 관계를 맺는 단계. (징검다리효과) 스몰 토크는 모든 인관관계의 시작이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화젯거리 빅토크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앞에서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그냥 쌓는 것이다)

 

6. 소음 - 뾰족하고 시끄러운 소리.

신인 작가였던 나는 출간 후, 책을 알리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아침에 커다란 헝겊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던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힘없이 걸어 들어왔다. 어머니는 거실에 털썩 주저앉더니, 가방에서 대여섯 권의 책을 꺼냈다. “물어물어 서점 몇 곳을 돌았어. 네 책을 좀 사 왔다.” 화가 치솟았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 앞에서 뾰족한 말을 내질렀다. “몇 권 사봤자 보탬이 안 되니까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 “알아, 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잖니.” 나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높다란 언덕에서 떨어진 돌덩이처럼 느껴졌다.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받아낼 수 없었다.

 

4大言淡淡 - 큰 말은 힘이 있다.

1. 전환 - 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당신 멋져!”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자.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존심이라는 급소가 있다. 일반 성인은 자신이 남보다 특별히 우월하지는 않더라도 열등하지는 않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능력이 평균치를 웃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자기고양오류

 

3. 질문 - 본질과 진실을 물어보는 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동네 어귀 한 귀퉁이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까치발을 들어보면 어떨까.

 

4. 앞날 - 과거와 미래는 한곳에서 숨 쉰다. 대언은 담담하다. 옳다, 큰 말은 분명 힘이 있다. 반면 소언은 수다스럽다. 가볍고 약하다. (짧고 간결한 문장. 치고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문장이 아기자기 하면서도 힘이 있다) 지난 시절에 연연하지 않는다. 모든 촉수를 다가올 내일을 향해. 군대의 깃발처럼 힘차게 나부끼기 때문이다.

 

5. 연결 -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 노력. 테크닉이 아니라 태도가 아닐까 싶다.

 

6. 광장 - 울타리를 뛰어넘자.

2013313일 노르스름한 햇살이 사위어가는 늦은 오후,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당은 석양을 튕겨내며 붉게 타올랐고, 건물을 에워싼 바람과 바람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적당히 선선하게 불어왔다. (길지만 한 문장도 괜찮다)

새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얀 가운에 은빛 띠를 두르고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은 광장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평범한 인사말이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교황에게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파격이다. 선출된 직후부터 관습을 허물어뜨렸고 허례허식을 뛰어넘었다.

교황의 언품 말씨와 세계관은 위정편의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군자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되 무리를 짓지 아니하고, 소인은 무리를 짓되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偏黨하지 않는 것. 는 소통을 차단하고 갈등을 깊게 만든다.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곳에서 얼음이 저절로 녹을 리 없다. 사람도 따스한 햇볕아래 서 있을 때 사람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시들한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꽁꽁 얼어붙은 가슴도 녹아내린다. 봄기운이 바람에 실려 온다 싶으면 몸을 움직여 한다. 몸을 솟구쳐서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삶의 바깥쪽에서 서성이지 말고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가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런 것처럼 광장으로, 볕이 드는 곳으로, 사람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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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절한 때, 적절한 책을 읽었다.

설설 기며, 구정물에 손 담그며 전삼일,

구정 설을 살얼음판 밟듯 지냈다.

 

단언컨대, 나는 20년이 넘게 고부간의 갈등이 거의 없었다.

나에게 만약 조금이라도 참한 기운이 비춰 보인다면, 

그건 분명 시어머님께 배운 '사람 사는 도리', 법도였을 것이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차츰 목소리 커진 사람이 있다.

그는 "딱 한사람만 죽이는" 猛將이다

내가 표적이다

나의 발뒤꿈치도 그림자도 나무란다.

말의 품격에서 말하는 甲言이다.

손아랫동서는 물론 시아버님 앞이나 조카며느리, 그리고 내 며느리들 앞에서도

눈이 마주치지 않아도 점점 뒤에서도 사납게 .... 아주을 떤다.

아마도 나의 포스가 꽤나 겁나는 모양이다.

갈수록 갑질이 媤悚시송하다.


평화유지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UN이 할 일이다.

이제 차마 더는 (16년차) 듣지 못하겠다.

나는 'D-데이'의 임박을 감지한다.

말의 품격을 지키려면, 구정물은 쏟아버려야 한다. 

조용히 가라앉히면 언제 다시 휘저을지 모른다.





예술, 팔아야 가치가 있다

 

백화점 시즌 준비처럼, 여름 호에 나올 작품을 썼다.

일곱 편 모두 청탁받은 원고다. 그중, 2편만 원고료가 조금 있다.

이 돈도 안 되는 원고로 인해, 탈고하기 전까지 생업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나는 정신적인 중노동을 하고 있다.

 

<팔리지 않는, 독자 없는 수필집에 대해>

수필미학의 신재기 선생의 권두언을 읽었다.

문학적인 전문 수필가의 수필집은 밀리언셀러는 전설일 뿐이다.’ 라고 했다.

일단 유명해지면 명성이나 혹은 상업광고에 힘입어 수만 부의 베스트셀러가 나오기도 한다.

유명시인, 소설가, 연예인, 정치가, 언론인 등의 산문집 혹은 에세이집이 잘 팔린다고,

그 내용과 문학적 성취도가 수필가의 그것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무엇으로 갑자기 유명인 대열에 합류할까?

 

작가는 자신의 수필집을 특정한 사람에게 공짜로 준다.

거의 관성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배포한다.

작품집을 공짜로 보내고 공짜로 받는 일에 무덤덤해진다.

이는 악습이다.’ 백번 천 번 옳으신 말씀이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작품에 농도 깊은 공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 소중하다.’

첫 번째 수필집 매실의 초례청 을 낼 때만 해도 나도 그랬다.

백아절현의 한 사람을 위하여 신바람이 났었다. ‘수필과 글쓰기 자체만이 빛이고 힘이다.’

그렇다. 그랬었다.

 

물질적 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문학과 예술의 특별한 심미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유명한 소설가 박범신은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으면, 5일장 난전에 앉아 팔겠다고 했다.

대구의 ()임만빈 수필가는 내 책을 공짜로 나눠주지 않겠다.’라고 서문에 썼었다.

그런데 나는 임만빈 선생이 암 투병을 하시면서 까지, 혼을 다하여 내신 책 다섯 권을

서점에서 사지 않았고, 친함이 특혜인양 그냥 공짜로 받았었다.

 

나는 그래도 책을 잘 파는 편이다.

두 번째 수필집 논어에세이, 빈빈매실의 초례청’ 2쇄보다 많은 3쇄를 찍었다.

 3천부다. 둘 다 합하면 5천부, 5천권이다.

이유야 어쨌든 팔아야 한다.

한 사람의 독자도 소중하지만, 독자의 수가 많아야 작가는 흥기(興起)된다.

문기(文氣)가 산다.

작가에게 독자는 생사만큼 중요하다.

나는 내 수업에 들어오는 수강생들에게 대 놓고 뻔뻔스럽게 홍보도 하고, 출판사를 안내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내 돈 내고 내가 사서 선물도 한다.

 

우선 가까이 잘 알고 지내는 수필가의 수필집 한 권을 정가대로 사는 일에서부터 수필 쓰기를 다시 시작해보자.’

"YES, OK!". 나는 팔 것이다. 팔리지 않으면 내가 살 것이다.

, 이렇게 아침부터 비장해지는가?

수필가의 자존감은 지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다. 그러니 나를 아는 분이라면,

알고 싶은 분이라면, 돈 내고 내 책을 사 달라고 통 사정하는 중이다.

 

그 대신, 나도 읽힐만한 글을 쓰기 위해,

날마다 연필과 마음과 글을 사각사각 깎을 것이다.

 

 

 


 

그시간,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11시

나는 사하도서관에서 <고전산책 논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공자 - 맹자 - 순자 - 노자 - 장자 - 묵자 - 열자, 그리고 한비자를 이야기 하려는데....
 "땡!" 11시다
10분 휴식시간, 모두 스마트폰을 켜고 경청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대통령 탄핵인용 (彈劾認容)>>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여 받아들이는 역사적 순간이다
순간, 어느 분은 어린아이처럼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어느 분은 아쉬움을 역력하게 드러내는 한숨을 쉬고,
어느 분은 눈물을 글썽이며 "인간적으로는 너무 안 됐지만 ...."
그야말로 위의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제자들이 강의실 안에 다 있다
나는 비겁하게 '표정관리'의 처세만 슬쩍 비췄다.
 
그리고 다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이야기했다.
잠시 프라하의 봄도 생각나고, "아아~, 대한민국!" 서울의 봄도 생각났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며,
도시고속도로가 뻥 뚫린 탓도 있겠으나 쌩쌩 달렸다
'나부터 달라지자! 아니 반드시 내가 달라져야한다!'
괜히,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의기충전 가슴이 쿵쾅댔다.

살고 있는 동네가 가까워지자 자꾸 브레이크를 밟았다
앞서가는 택시와 버스와 트럭이 보인다
거리의 즐비한 간판들이 모두 내  차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같다.
문득, 내 머릿속에 이런 문구가 스쳐지나간다.

☆ '법치주의가 살아 있어도
법이 밥을 먹여줄 리는 없고,
밥은 각자 알아서 벌어먹어야 하는 것... '


각자 앉은자리 선자리에서 당당해지려면
'밥벌이'를 해야한다

새로운 정부가 내가 밥벌이 할 일자리를 보장해 주어야 할텐데....
슬관 (蝨官)처럼, 잠방이 속에 숨어 사람의 피나 빨아먹는 이가 되어서는 안된다
나도 남편도 아들도 며느리도 손자도 ...
우리가족 모두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동안, 기생하는 곤충이 되어서는 안된다

밥값은 하며 살고싶다.

 

 ☆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P166쪽 


 

                          그리운 류창희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봄은 벌써 우리들 곁에 다가와 있는데, 그동안 문안인사조차  못 드려 죄송합니다.

항상 가정이 평안하시고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후학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교훈삼아 배운다는 즐거움으로

이번에 저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국문학과를 졸업합니다.

국문학과에 편입하여 공부하는 동안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창작과 소설 창작도 수료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문화교양학과에 등록하여 오늘 입학을 합니다.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기 위한 기초적인 과정을 차근차근 배우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배우고 싶은 마음에 동기를 부여해주신 선생님을 생각하며

어떤 결과를 앞세우기보다 걸어가야 할 길의 과정을 착실히 배우고 익히고자 합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할지라도 가고 싶은 길을 향하여 걸어가 보려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선생님!

  오늘 저는 『행복론』을 읽으며 소펜하우어의 행복론 중 독일 시 한 편을 옮깁니다.

  “ 빛과 그림자는 항상 함께 있고,

    잘못 또한 없는바 아니지만,

    그러나 안에서 빛나는 광명은,

    밖의 어둠을 밝게 하나니.

 

    절실히 완성하기를 염원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얻지 못한다.

    그러나 완성만을 원하는 자는,

    그 영혼에 평화를 얻으려니.

               -독일 시-

 

   다가오는 봄은 “춘래불사춘”이 되지 않기를  염원하며

꽃피는 삼월에는  꼭 선생님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들만 함께하시길 빕니다.

                                                 2017. 2. 18.

                                       능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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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인 선생님

진작에 메일을 받고 이제야 답글을 보냅니다.

이렇게 전자 편지를 드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글입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그 어려운 과정 

입학정원의 5%도 졸업하기 어렵다는 방송대를

그것도 중문학을 졸업하시고

중문학보다 더 어렵다는 국문학과를 마치셨다니

우선 축하드립니다

더구나 부산대학교 수필창작과 소설창작 과정도 수료하셨다니

소양과 이론이 그야말로 탄탄대로 이십니다


거기다 첨단을 추구하는

새로운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신다니

도대체 선생님의

지적 에너지의 끝은 어디인가 모르겠습니다

정말 두손 모아 선생님의 열정과 끈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정신적인 풍요는 말할 수 없이 가득하겠으나

몸의 건강은 온전하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선생님의 궁극적인 바람은 '글쓰기'이십니다

능인 선생님께는 가는 세월이 아깝기만 합니다

공부하는 틈틈이 힘들고 기쁘고 뿌듯한 과정과 단상들,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그토록 쓰시고자 하는 글들을

한 편 한 편 궤에 모으고 계시겠죠?

그 궤적을 보고 싶습니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축하드리고

그리고 감히 칭찬합니다

모쪼록 건강도 챙기시기를 당부드립니다

 

2017년 3월 6일


류창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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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있는 수업은 성인 대상이다

20대부터 80대까지 계시다

위의 이글을 쓰신 분은 나보다 10년은 연배가 더 많으시다

나하고 <논어>와 <문학수업>을 같이 하셨다

처음 이 분이 글을 써 오셨을 때,

문장의 요령은 다소 서툴렀으나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가슴저리고 서늘하고 늘 감동이 철철하셨다

나는 '문학작가 파견사업'이 끝나면서

이 분의 글들이 너무 좋아 계속 글쓰기를 권유하였었다

 

수강자 분들 중에 더러는 내 수업을 듣고 지독하게 공부하여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나 서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데 논어의 문구를 따서 호를 지으신 '能仁' 선생께서는

글쓰기 위한 기초를 다진다며 이토록 몸을 혹사하여

글에 대한 염원으로 문학의 정신을 닦고 계시다

글이 곧 '修身'이시다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했던가?

선량한 님들을 분발하게 선동해놓고 

정작 자신은 공부에도 글에도 삶에도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분들의 '지적 에너지'를 착취한 셈이다

오늘에야 메일 답변을 보내며 

"류창희, 정신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