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첫째주

이기대 오르는 길 양지바른 곳이 있다.
길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은 다 보이는 곳이다.




봄햇살 차렵이불처럼 펼쳐지는 무덤가
아직 쑥은 어리다.




각시 붓꽃이 소복소복 피었다.



양지꽃도 피었다.

돌아가신 그 분들은 성정이
붓꽃처럼 조붓하고 양지꽃처럼 따뜻하셨었나 보다





딱 두 사발 끓일만큼
쑥을 뜯었다.





조개나물이 몇촉 올라왔다.
조개나물 군락을 이루는 무덤가
한 보름쯤 지나면 보랏빛 꽃천지 될것이다.
그때 가서 또 놀아야지
쑥 뜯으며...봄속에서












오늘 아침,
일부러 일찍 서둘렀다.





해마다
매화 꽃이 피었을 것이다.
그런데, 난
6월의 탐스러운 매실에만 관심이 있었나 보다 



초록매실 그늘 밑에서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 세월이 아마 10년은 되었으리라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어찌 꽃들의 마음인들
그대로 이기를 바라겠는가



 



지난 여름에도 나는 청매실에만 눈길을 줬다
우물에 가서 두레박으로 샘물을 퍼 올리지 못하고
숭늉만 찾은 격이다.

똑같은 나무인데도 작년 여름과 올봄이
이렇게 다르다





(작년 여름 매화나무)








돌보지 않아도
그냥 열매가 늘 그렇게
주렁주렁 열리는 줄 알았다
이번 봄학기
매화꽃이 
너무 화사해서 눈물이 난다


 



이꽃 저꽃 눈맞춤 하는데
날은 추워도 햇살은 밝다

우리 한문반 님들
한 분 한 분 보는 것 같이 화사하다











근데, 왜 자꾸 눈물이 나지 
하늘이 너무 파란색이어서 그런가





'惜春 석춘'
오는 봄도 피는 봄도 가는 봄도 아깝다

'사하도서관의 봄'이 아깝다.





삼월의 셋째 금요일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부산의 봄눈,

눈이 좋기는 좋다
하루에 두번씩 사진과 사연 올리고 


5년만에 큰눈 학교도 휴교하고
교통도 엉켰다

인터넷 뉴스에서
어느 지역에서 항의를 하였다고 한다.

"우리동네는 50cm 눈이 와도 학교가는데
왜, 부산은 5cm에 휴교해요?"

부산사람 아니면 절대 모른다.
'눈이 왔다'는 자체가 뉴스거리다.

아침에 내린 귀한 눈 덕분에
겁나서 운전하지 못하고
버스타고 나갔다.

낮에 길에서 본 풍경들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버스 정류소 가는 길이다.




유도화 초록빛깔 위에 소복한 눈 








봄인 줄 알고 웃자라 나온 풀섶





활짝 핀 매화들
화들짝 놀랐다




눈 속의 신부
웨딩드레스 같은 매화꽃
"아~ 얼굴시려워!"






"산수유, 나도 추워!"







정류소 앞에 노랑 팬지
"이게 무슨 날벼락!"










분홍동백
"난 고개도 못 숙이겠어! 눈 떨어질까봐"




부전도서관 뒷뜰의 목련

"우리 흰 목련들, 너무 일찍 나왔나"
"오늘, 논어반 개강이라는데..."
"아 ~ 그럼 환영해야지"
"방송국에서 오늘 우리반 찍어 갔잖아"
"언제 나온대?"
"모르지, 우린 공부만 하니까"




강의 끝나고 돌아 오는 길
일부러 부경대학교 앞에서 내려 걸어왔다.
운전하고 다니면 도저히 가까이서 볼수 없는 봄
기습적인 눈 세례에

"안녕?"
"안녕!"





건널목 가운데 화단에 핀 꽃들









눈은 언제 왔느냐 싶게 다 녹고
노랑 보라 제비팬지꽃들만 화사하다










아파트 단지 들어오니
무화과나무도 연두빛을 움트고 있었다









집앞에 산수유, 봄의 왕관을 쓰고 있다.


겨우내 우울모드에 빠져
움추리고 있어도
 즈그들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봄꽃들은 피었다

그래서 또 살만하다
봄학기 개강이다
뛰자!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2010년 3월 10일
지금 시각, 오전 7시 45분


뉴스특보

'부산 5년 만에 큰눈, 부산 경남 유치원 초 중학교 임시휴업'

TV자막이 떴다.

아파트 경비실에서 왕왕거리며 방송을 한다.
눈이 온다고 ...
분포초등 분포중학교, 용문초등 용문중학교
휴교령을 발표한다.



아파트 22층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정경



































부산눈은 내리면서 바로 녹기때문에
현장감이 중요하다

지난 겨울 눈 구경을 한번도 못하고 지나갔다.
활짝핀 매화꽃 산수화꽃이 놀라 떨어질까 걱정도 되지만,
흰눈은 마음까지 나폴거리게 한다. 

괜히 마음 들떠서
카메라 들이댄다.

오늘, 부산 부전시립도서관 논어반 개강과
바다에서는
집의 작은 놈이 요트경기를 하는 날이다.

올봄, 瑞雪 이다.












부산 
용궁사의 촛불





여고 동창회


1월 어느날,
어느 여고 동창회에 초대를 받았다.
한시간 정도 <명심보감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난 아직 한번도 여고동창회라는 곳에 가본적이 없다.


간혹, 부부동반하여 남편 동창회에 쫓아가보면
회장단 이취임식을 하거나
자랑스런 선후배 소개를 한다음
여흥으로 춤과 노래, 또는 경품권행사를 한다.

여흥을 즐기고
한아름 경품이나 들고오는 기쁨을 마다하고
ㅇㅇ여고에서는
축제행사에 고리타분한 고전을 택했다.
이례적이다.

기념 행사해야 할 경우,
가수를 부르거나 와인강좌등을 듣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동창회 문화도 바뀌는 모양이다.


연배가 비슷한 (나보다 2년정도 선배님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으며
또, 어떤 분위기일까.
호기심이 더 컸다.
더구나, 말로만 듣던 최고의 명문여고가 아니던가.


번화가 높은 'L호텔 42층'
'신년하례' 연회장의 무대에  섰다.
눈부신 전등빛 아래
오십여명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고급스러운 차림새와 교양있는 분위기
강사 프르필의 소개가 끝나자
박수소리와 함께 밴드가
"쿵쾅"거리는 화려한 음악을 울렸다.
나는 그 악기 소리가 어쩐지 낯설었다.


한시간이 어찌 지나 갔는지 ...
압도된 분위기 속에 횡설수설
몇번의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리에 마음은 놓였으나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몇군데 놓친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또, 끝나는 음악의 반주에 맞춰
박수를 받으며 집으로 왔다.

돌아오는 길,
혼자 조금은 외로웠다.
역시, 나에게는 명문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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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졸업도 못한 정교(분실)초등학교
  포천 그곳에서
  때마침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친구들 2월21일 윷놀이대회
 고모리 권오인농장 10시
 회비3만원 흑돼지잡음'
 연락바람


촌스런 문구에 괜히 콧날이 시큰하다.








오랫만이죠?


경인년 새해가 바뀐지 벌써 한달이 넘었어요.
간혹, 몇멏 관심있는 지인들은
"숨은 쉬고 있느냐?"고 물어요.

사이트에 살짝 방문하셔서
유령처럼 발자국은 남기지 않으셔도
아직, 기억속에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사이트를 열어놓고
새로운 소식 올리지 않는 것도

"禮가 아니다"라고
예절교육을 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요즘
뭐 하고 있느냐고요?








콩 조 팥 보리 흑미
차곡차곡 쌓아놓은 알곡들로
삼시 세끼 빛깔 바꿔가며
매일 점심밥 차린지 한달이 넘었군요.

밖에서 혼자 점심먹으며 거리 이동할 때는

'집밥'이 그립더니
칼국수라도 좋으니
외식이 그립군요.









한겨울에

빨간 딸기가 쳐 들어왔다


















나의 남편 촛불 앞에서
목청껏 신나게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박수치며 노래했다
























나는 쳔년약속 한병 마시고
ㅋㅋㅋㅋ

메리크리스마스^^





--  * *

옆구리 찔러서
영화한편 보고 왔다
20대 30대 40대 50대 여배우들 다 제치고
















하필, 60대 그녀에게 필이 꽂혔다
오로지 60대만 내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이다.
나 너무 멀리 왔나?
















2009년 반갑다 친구야
<동창회 콘서트>

부산시민회관 대강당

09년 12월 19일








 
7880 맴버들의 열정적인 그룹사운드
건아들

70세대들의 노래는 알겠는데
80세대의 노래들은 도통 모르겠다.
80년도에 난 뭘 하였을까


 





건아들








그때 그 시절,
우린

무아다방에 갔나
부산극장에 갔나
맛나분식에 갔나
양산박 술집에 갔나
장미여관에 갔나
어디로 돌아돌아 갔다가
지금
여기 있는가











잃어버린 우산, 사랑의 슬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직도 너를

 





짚시여인
장미
한동안 뜸했었지

며칠 후면 사랑과 평화 
60이 된다고 하던데
윗옷까지 벗고 땀 흘리는 모습
저 모습 속에
내 모습 있으려니,

그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주어진 시간에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살고 싶은 욕구가 팍팍 솟는다.








종이학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아직도 소년 같은 전영록의 모습
세월 앞에 정직하지 않은 것 같은 만년 소년이다.










형광막대기 들고 흔들고 싶었는데 ...
1개 3천원, 2두 5천원이라 해서
조금 비싸도 그래도 살걸 ...
아쉽다.


처음엔 모두 점잖은척 하더니
중간엔 어색하게 따라부르더니
나중엔 다 벌떡 일어서서
"이것참 야단났네~"







고래고래 고래 잡았다







몸과 행동 속도감 조금 굼떠도







1층 2층 가득메운7080 세대들
모두 동창생이 되었다.



 
그 열기 가시지않아
노래방으로 장소이동
우리 일행들
2부 공연했다
"앵콜앵콜" 외치며

 







폼은 그럴싸 하지만
나의 한계는 <개똥벌레> 한곡이상을
벗어날 수가 없다.

가지말아
가지말아
가지말아라

아무리 마이크대고 외쳐도
그래도
한 해가 가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등 등
소속된 동창모임이 없다.
아직, 동창회라는 곳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매번
남편쪽을 따라다닌다.
오늘 모임은 일년에 한번 부부동반 연말모임을 한다.
모임에 나가면
만나자마자 밥먹고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둘러앉는다


몇년에 한번 보는 이들도 있다.
서먹서먹 겉도는 이야기들 구경삼아 쭈볏거리다 오면
눈앞에 보인 상황만 크다.
어쩐지 그랬었다.


남자들끼리는 친한 친구들이지만
할 수없이 따라나간 어부인들
입고 갔던 옷도
이야기주제도 
어느 것 하나 편한 것이 없다.
대부분 그 분위기 뒷수습이
불협화음이 되기 일쑤다.



그런데 공연보니
서로에게 크게 신경 안써도 된다.
다 같이 즐겁기 바쁘다









지난해에 <난타>를 다 같이 쳤다는데
일년에 한번
'그때 그시절' 공유하는 
부담없이 좋았다.



올 한해,
나는 정말
누가뭐래도 열심히 살았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열심히 살아졌으면 좋겠다.



즐겁게
당당하게
자신에게 박수치며
공연 같이 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