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오르는 길 양지바른 곳이 있다.
길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은 다 보이는 곳이다.
아직 쑥은 어리다.
돌아가신 그 분들은 성정이
붓꽃처럼 조붓하고 양지꽃처럼 따뜻하셨었나 보다
쑥을 뜯었다.
조개나물 군락을 이루는 무덤가
한 보름쯤 지나면 보랏빛 꽃천지 될것이다.
그때 가서 또 놀아야지
쑥 뜯으며...봄속에서
여고 동창회
1월 어느날,
어느 여고 동창회에 초대를 받았다.
한시간 정도 <명심보감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난 아직 한번도 여고동창회라는 곳에 가본적이 없다.
간혹, 부부동반하여 남편 동창회에 쫓아가보면
회장단 이취임식을 하거나
자랑스런 선후배 소개를 한다음
여흥으로 춤과 노래, 또는 경품권행사를 한다.
여흥을 즐기고
한아름 경품이나 들고오는 기쁨을 마다하고
ㅇㅇ여고에서는
축제행사에 고리타분한 고전을 택했다.
이례적이다.
기념 행사해야 할 경우,
가수를 부르거나 와인강좌등을 듣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동창회 문화도 바뀌는 모양이다.
연배가 비슷한 (나보다 2년정도 선배님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으며
또, 어떤 분위기일까.
호기심이 더 컸다.
더구나, 말로만 듣던 최고의 명문여고가 아니던가.
번화가 높은 'L호텔 42층'
'신년하례' 연회장의 무대에 섰다.
눈부신 전등빛 아래
오십여명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고급스러운 차림새와 교양있는 분위기
강사 프르필의 소개가 끝나자
박수소리와 함께 밴드가
"쿵쾅"거리는 화려한 음악을 울렸다.
나는 그 악기 소리가 어쩐지 낯설었다.
한시간이 어찌 지나 갔는지 ...
압도된 분위기 속에 횡설수설
몇번의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리에 마음은 놓였으나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몇군데 놓친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또, 끝나는 음악의 반주에 맞춰
박수를 받으며 집으로 왔다.
돌아오는 길,
혼자 조금은 외로웠다.
역시, 나에게는 명문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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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졸업도 못한 정교(분실)초등학교
포천 그곳에서
때마침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친구들 2월21일 윷놀이대회
고모리 권오인농장 10시
회비3만원 흑돼지잡음'
연락바람
촌스런 문구에 괜히 콧날이 시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