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 오늘의 운세

'마음을 털어놓으면
 반응이 있다'



 


탈~






같이 모이면




밥먹어도 편하고
술마셔도 편하고
놀러가도 편하고
말해도 편안하고
말한해도
편안하다









"1818 만만세!"





푹죽이 터지던
어느 날
남포동에 갔다





'자갈치 축제'였던 것 같다








불꽃 쳐다보고 박수치고
 



어느 백화점에 들려
이름 모를 쇼도 관람하고




맨손으로 자동차 끌던 객기도 부려보고



말빨 글빨 스타일빨~ 여전한

'가난한 날의 행복' 김소운의 조카님은
아이스크림을 퍼 나르고




서로 거울인듯 나이들어가면서도
청년의 청춘인줄 알고






 


시시껄렁 놀기도 하고




커피 마시고




모여앉아 킬킬거리고






광복동 거리를 싸돌아 다니기도 했다.
근데, 어느 날인지 모르겠다.

죽어라 하고 일하다
어느날 퍼져 "노니 좋다."






일년에 한번을 만나도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난듯한 벗이있다
눈이 크고 눈물이 흐를 때 시선은 멀다


가을볕 차갑게 지는 시간,
쥐눈이 콩 노랑조 참깨 들깨 흑임자
감 대추 쪽파 무 호박죽 가을빛깔들

추수한 알곡을 
밀양의 가을들녘을 통째로
바리바리 한 달구지 싣고왔다


때론,
그녀의 깊은 눈을 바라볼수가 없다
당기는 눈빛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 비해 순수하지 못하다
그녀에게 너무 빠져들까
일부러 딴청을 부리며
시선을 피하기도 한다


우리집 거실에
붙박이처럼 둘이 앉아
어둠이 내려앉도록
삶의 나락들을 풀었다


그녀는 분명 알곡들만 들고 왔는데
풍구를 돌리지않아도
왠 쭉정이 같은 삶이 겉돌고 있는지...
마주보며 눈물로 콧물로 한참을 걸러냈다.


나는 늘
혼자 바쁜 세상을 다 사는 척, 
누구에게 나 자신을 오릇이 다 내어주지 못한다

내가 누구에게 깊이 다가가는 것도
누가 나에게 깊이 다가오는 것도
몸을 사린다
얼마나 이기적인가.


그녀가 내손을 물꾸러미 바라보다

 

"바쁘셨나 봐요,
여태...
봉숭아 꽃물도 못 들이셨네요"


소소한 여유를 잃고 사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달력이 두장 남았다
'그래, 류창희!
너 지금 뭐하고 있니?'











11월 중순,
바람부는 깊은 밤에
마음까지 붉게 물들였다










천경자 그림 속의 <소녀>를 닮은 그녀

말안해도 눈빛 속에
그녀 있다


그녀는
붉은 봉숭아빛이다.
그리움을 물들이는...







"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
누님은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사진 : 호수아빠





학운(學運)



오전 남구 문화원에서 논어 수업이 끝나고, 잠시 쌈지도서관에 올라가 서류 좀 살펴보고, 어진샘 문학수업으로 이동하기 직전 <봉창이 칼국수> 집에 갔다.


그곳은 언제나 손님이 북적인다. 나는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고민하지 않고 반찬 따로 밥 따로 집어 먹는 시간을 아끼려고 간단하게 김치만두를 한판 시켰다.


어제 밤늦은 시간 메일로 첨부해온 원고를 퇴고하고 있었다.


퇴고라는 것이 그렇다. 정신집중을 하고 그 사람의 삶 속에 끼어들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작업이다. 그 글을 쓴 이의 언어습관, 생각, 숨 고르는 쉼표 하나도 그 사람 그 상황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아마 나는 바짝 긴장하여 몰두했었나 보다. 5~10분 주문한 만두가 나오는 짧은 시간 동안, 글 속에 푹 빠져 빠른 속도로 빼고 넣고 줄 치고 연필춤으로 그야말로 '몰입지경'이었다.


옆 테이블에 30대 여인과 60대쯤으로 보이는 여인은 모녀지간같다. 언뜻 눈이 마주쳐 얼떨결에 목례를 건넸다. 옆의 사람들도 나에게 시선 집중을 하고 있다. 나는 혹시 아는 사람인가 싶어 다시 얼른 인사를 하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다.



60대쯤으로 보이는 여인이 내게 묻는다.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

“연세도 있으신데…”

‘연세’ 아니다. 나는 아직 연세가 아니라 나이다.

“대단하십니다.”

"..."

혀를 내두르는 모습에서 내 꼬락서니의 강도가 얼마나 한심했었나를 생각했다. 만두도 벌써 내 옆에서 식고 있다. 맨날 밥도 제대로 못먹으면서 하는 짓이다.


나는 멋쩍어 얼렁뚱땅 궁색한 대답을 했다.

“공부는 때가 있더라고요. 부모가 공부 하라 하라 할 때, 안 했더니 지금 벌 받고 있는 중입니다.”

우스개 멘트를 날렸다.

이것이 내게 뒤늦게 찾아온 학운(學運)이다.

나를 쳐다보던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는 어색한 눈인사를 건넸다.

마침내 나도 사람들도 먹는 일에 집중했다.


 





추석카운트다운, 이틀 전




시댁까지는 30분 거리
오늘 일정은
도우미 아주머니처럼 9시 출근하여 일하고
저녘에 집에 돌아오는 거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또 가고 또 돌아오고
이렇게 사나흘이 지나면 명절이 지나간다
막 길을 나서는데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 늦게 11시쯤 와라"
졸지에 얻은 짜투리시간,
주차장에서 나와 아파트를 한바퀴 돌았다




풍경 1

여덟살쯤 되는 사내 아이가
제법 큰 중닭 한마리를 안고 걸어온다
웬거냐고 물으니 집에서 키우는 거란다
병아리 때부터 키우는데 밥도 먹고 과자도 잘 먹지만
특히 면을 좋아한다고 한다
밖에 나와 개미나 지렁이를 먹도록 해주며
산책도 시킨다고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목소리 톤까지 높혀 신바람나게 설명한다





풍경 2

중앙공원 가로수 길에
자매인듯한 작은 소녀 둘이 머리를 맞대고
숟가락 만한 꽃삽으로 땅을 파고 있다 
소꿉놀이인가 싶어 끼어들어 보니
몇 알의 강낭콩을 심고 있다.
이슬보다 서리가 가까운 계절에 싹이나 틔울지…
내가
물을 흠뻑 주라고 하니
수줍게 “예” 인사하며 분무기로 솨솨 물총을 쏜다.





풍경 3
두세 살 되는 사내아이가 너덧 살 되는 형을 쫓아간다.
뭐가 신이 나는지 까르르 까르르 짓이나 웃는다.
내가 손을 흔드니 걸음을 멈추고
‘빠이빠이~!’ 하며
또 까르르 웃는다.
뒤에 또 한 아이가 뒤뚱대며 뛰어간다.
키도 얼굴도 옷도 똑같다.
쌍둥이 형제들이다.
아이 어미가 까불다 넘어진다고 소리친다.





풍경 4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꽃송이들처럼 오색 빛으로 모여 있다.
한 여자 아이는 색동저고리를 입었고
또 한 여자아이는 당의를 입었다.
사내아이는 새신랑 같은 한복에 마고자까지 입고
또 한 사내아이는 도령 모자는 그런대로 맞는데
바지가 껑충 올라갔다.
가슴은 꼭 여몄지만,
배꼽이 보일 정도로 저고리가 짧다.
아마 지난해보다 한 뼘은 자란 것 같다.
유치원 버스가 오니 조르르 달려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배꼽 인사를 한다.
명절예절교육 시키려나보다.


희망풍경이다.




서비스


각 도서관이 가을학기 개강을 했다.
신세를 지면 자유를 잃는다.’라는 말이 있다.
손발이 고단하기는 해도 ‘내 손이 내 딸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각반의 대표를 선정하여 한 학기 수업할 교재 프린트를 맡긴다.
대표들은 공부하러 왔다가 느닷없이 봉사를 하게 된다.
그분들께 늘 미안하다.


혼자 잘해 볼 것이라고
복사 집에 《논어》《명심보감》교재를 맡겼다.
찾으러 가니 일금 40만 원이다.
당장 그렇게 많은 현금이 없다.
카드 결제는 안 한다고 했다.


은행에 갔는데 신용카드가 없다.
집에까지 왔다 가자니 늦다.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S 백화점 S 카드’를 넣어 작동을 해보니
만원짜리 돈이 차르르 차르르 40정 나왔다.
어찌나 신통방통하던지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늦은 저녁, 남편에게
“여보, 세상 참 좋데요”
은행카드 없어도 돈을 찾을 수 있으니,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라고…
카드 여러 개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경쾌하게 ‘자랑질’을 했다.


멀찌감치서 듣고 있던 남편이
‘버럭!’
그게 바로 현직대통령이 말하는
대기업이 서민들에게 사채놀이한다는 것이란다.


나는 억울하여 제법 똑똑하게
“아닌데요!” 반박했다.
그게 바로 ‘서비스’라고.
카드에서 어찌 내가 잔액이 있는 것을 알고
나의 신용을 믿고
‘서비스’ 해주는 것이라고,
분명히 나는 <현금서비스>라는 곳을 눌렀다고 말했다.


몇몇 사람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말을 하니
“그까짓 한달해봐야 이자가 몇 푼이나 된다고” 그냥 놔두라는 사람이 있고
“뭐하러 그런 걸 미주왈 고주왈  남편에게 말하느냐?”라는 이도 있고
“지금, 당장 전화해서 갚으라”라는 사람도 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어느 분이 자판기 커피를 빼서
“오늘 개강 날이라 커피서비스는 내가 할게요.” 한다.
아하! 저것이 바로 서비스다.


집에 오자마자
메모지에 <9월 6일 11시 59분 400000만 원>을 적어놓고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전화했다.
계속 1번 눌러라, 2번 눌러라, 기계음이 6번까지 말한다.
몇 번을 거듭 들어도 뭘 눌러야 할지 난감하다.
순서대로 누르며 진땀을 빼다가
겨우겨우 사람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하루 사이 \1485원 이자가 붙었다.


난, 도대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옆에 사람들이
가르쳐주고
이끌어 주고
도와주어도
날마다 사건 사고를 친다.



뭐니뭐니 해도...


찜통 같은 더위가 온 지구촌을 데우듯 펄펄 끓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부산도 LG메트로 시티도.
태풍 ‘곤파스’가 아침에 빠져나간 저녁이었다.

우리 식구는 저녁을 먹고
아들은 다음 날 일본으로 가려고
앞 베란다에서 짐을 싸고 있었다.
(아들이 앞베란다에서 들으니 이웃에서 딱총소리가 나고 화약냄새가 났었다고 한다)
남편도 자기 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TV를 보고 있었다.

“띵동띵동~~~”
현관 화면에 나타난 얼굴과 목소리는
펄펄 끓는 라면 냄비처럼 급하다.
아랫집 아주머니 선화샘이다.
한마디로 "살려달라"는 말이다.
문을 여니, 맨발의 란제리차림이다.
우리 집 남자들보고 빨리 도와주라 하니 너무 급하여 그냥 뛰어 내려가려 한다.
아비와 아들이 둘 다 시뻘겋게 웃통을 벗고 어쩌자는 말인가.
옷부터 입으라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랫집, 집안이 온통 뿌옇다.
연기가 가득하다.
불이 난 것이다.
나의 남편과 아들이 방독면도 없이 연기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선화샘이 부엌에서 밥인지 설거지인지를 하고 있는데,
방에서 갑자기 “탁탁”소리가 나며 폭발을 했다고 한다.

컴퓨터가 혼자 열을 받아 불을 냈다.
너무 놀라 우선 물을 들고 가서 끼얹었다고 한다.
그 순간에는 전화나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급한 김에 뛰어 올라왔다고 한다.

이미 불은 꺼진 상태,
그 조그만 컴퓨터가 타는데 연기는 집안 가득이다.
나의 남편과 아들은 용감하고 무식한 행동대원들이다.
남편은 직업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수질관리와 열관리 기사자격증이 있다.
아들은 국가대표 운동선수이니 겁날 게 없다.

아무도 없는 남의 불난 집에 뛰어들어가
온 집안의 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려 연기를 빼내고 있었다.
사방에서 삽시간에 불자동차 소리가 아파트 전체를 진동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119차, 앰블런스, 경찰차, 물을 실은 소방차 한대는 위를 향해 서있고,
아파트 단지가 워낙 크다 보니
진입로를 못 찾은 소방차 두 대는 엉뚱한 곳에서
“잉아 잉아~” 죽도록 울어대고 있다.
누군가 잽싸게 소방서에 신고를 했던 모양이다.

나는 처음 알았다.
그렇게 소방관계제복이 많은 것을,
119구조대 주황색 옷만 있는 줄 알았더니, 감색 회색 모자도 기구도
각자 다른 분야의 다른 모습으로
계속 제복 입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올라온다.
중앙공원 바로 옆이라 주민들도 볼거리가 생겨 바쁘게 모여든다.
예로부터 원래 구경 중에는 싸움구경도 재미있다지만
그중, 뭐니뭐니 해도 ‘불구경’이 으뜸이라고 하더니…

아랫집 남자선생님은 저녁 산책으로 이기대를 갔다가 내려오는데,
이기대까지 진동하는 긴급 소방차소리에 괜히 마음이 켕겼다고 하신다.
자기 집에 불이 나면 잡아당기는 텔레파시가 있는 모양이다.

온 아파트가 진정되고 아랫집도 우리 집도 열기가 일단 진압되었다.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람을 쐬러 나간 나의 남편이
팥빙수 여섯 개를 사 들고 왔다.
아랫집 분들이 얼마나 놀랐겠느냐고 오지랖을 편 것이다.
불난 집의 부채질이라더니, 불난 집에 팥빙수다.
하기야 귀신쫓는데는 붉은 팥이 최고다.
액을 다 태우고 福들어 올일만 남았다.

이사하면 불같이 일어나라고 성냥을 사가던 풍습이 사라졌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한여름 밤의 ‘운수대통’의 사건이었으니
더불어 신바람이 났다.

나는 여름생일이라 복숭아를 좋아한다.
그러나 비싸서 내 평생 한 번도 상자로 사먹어 보지 못했다.
근데, 아랫집 선화샘이 굵직한 복숭아 상자를 들고 올라왔다.
뭐든지 사주고 싶단다.
이다음, 퇴직해서 연금타서도 사줄 거란다.
(각서 써서 공증받아 놔야 하는데…)
참 좋은 이웃 맞지 않나요?


* 제가 진짜 하고픈 이야기는요.
이 사건을 빌어서
정품 컴퓨터를 사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코드를 빼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화재보험 보상도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요즘 빈집에 불이 나는 사례는
주범이 바로 '조립용 가전제품'이랍니다.

그리고 전기로 불이 나면 물은 절대 끼얹지 말고 (감전 위험)
소화기를 먼저 찾으라네요.

소화기 어디 있는지
지금 당장 확인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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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바쁠까?


누가 제 아무리 바쁘다 해도
지가 제일 바쁘다


오늘, 아무 스케즐이 없어도
밥먹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무엇 때문인가








무엇 때문인가







자신이
가장 바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