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어느 멋진 날>
노래가 그립더니
벌써 마지막 날이다.
금요일 아침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색다른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카메라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꼬깔모자를 쓴 사내아이
요정같은 여자아이들이 나타났다.
할로원 아이들이다.
사하도서관에 도착했다.
가을학기 중간 점검이라며
백설기 떡과 음료수를 준비하고
우리반 분들이 기다린다.
대표를 맡으신 如松선생님의 배려이다.
마음 훈훈한 인정.
잘해야 하는데 마음만 앞서
횡설수설 정중한 인사를 놓쳤다.
더구나, 여러분들이
<매실의 초례청>
책을 구입했다며 싸인을 부탁한다.
글쓰는 이이게 싸인을 부탁하는 것만큼
달콤한 것은 없다.
생각지도 못한 기쁨에
또, 흥분부터 했다.
'섹스폰소리에 가을이 젖고
내마음도 젖고
어쩌자고 가만둬도 눈물이 주책없이 흐를 것만 같...'
문자 한통이 날아왔다.
22층에서 내려다보니 소리만 들릴 뿐 보이지않는다.
트레이닝복장에 슬리퍼 끌고 나갔다.
컴컴하여 잘 보이지 않지만
'시월의 마지막 밤'
아파트 중앙공원에서
섹스폰 연주회를 하고 있다.
중년의 섹스폰 연주자들이 심금을 울린다.
섹스폰 종류에 알토 소프라노 테너 등의
다른 소리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봄에 하는 '메트로 음악회'보다 운치가 있다.
벌써 둥그렇게 많은 주민들이 모여있다.
잊혀진 계절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여자의 일생
숨어우는 바람소리
...
...
가을 속에
한 마음으로
한시간 반 동안
박수치고 환호하고
추억 속에 잠겼다.
분위기 무르익어
끝날 즈음
이리 뛰고 저리뛰어 다니던 아이들
한명씩 나오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짓이 났다
음률을 탄다
빠르면 빠르대로
느리면 느린대로 ...
연주자들 앞에서
가장 솔찍한 몸의 표현
그 아이들 모습이 더 감동스럽다.
서로 모르는 아이들일텐데
금새, 모양새까지 통일하는 것이
음치에 몸치까지 갖춘 나는
그 즉흥적인 모습이 부럽다
중앙공원 벚나무 잎들도
얼굴 붉히며
주민들을 내려다보며
섹스폰 소리 듣고 있다.
나뭇잎들인들 붉은 사연이 왜 없겠는가.
잊혀진 계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나를 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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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 따라
흥얼거려보니
뒤 늦게 눈물이 삐직거리며
나오려고 하는 군요.
빛깔고운 와인한잔 하고 싶어요.
오늘 같은 날은
독하게 마셔도 되는데 ...
같이 마셔줄 사람이 없네요
집안의 세 남자들
오늘 따라 다 바다로 나갔어요.
BUSAN MATCH RACE
세계요트대회가 부산요트장에서 열리고 있거든요.
나름대로 각자 일인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나요.
뱃사람의 가족으로써
그들이 하는 일에
혼자, 응원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더 멋진
11월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