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강의실이나 큰 강의실이나
열사람이거나 오십명이거나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딱 한번인 수업,
쌓인 세월 십수년 되어도
남학생들이 주로 많은 수업은 갈수록 어렵다.
내가 기력이 쇠하는 것도 있겠으나, 지독스레 말을 안 듣는다.
뺀돌뺀돌 특히 교장선생님 출신들은 질문도 모범생이다.
몰라서 묻는 것은 절대 없다.
한수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師道정신이다.
집에 어머님이 입원해 계실때, 노인병동의 풍속도가 생각난다.
할머니들은 가장 힘 들었던 세월을 몸으로 기억한다.
식판만 들어오면 '저 사람 가고 난 다음 밥먹자'는 사람은,
한끼 끼니가 어렵던 시절, 밥상만 차리면 이웃이 숟가락들고 먼저 앉아 있는 꼴만 본 사람이다.
화장실 갈때, 호미들고 밭매는 시늉으로 걷는 할머니는
아침부터 눈만 뜨면 보리밭이나 콩밭만 매던 사람이다.
일으켜 앉혀만 놓으면 베틀짜는 흉내만 내는 사람은,
분명, 남편은 바람따라 떠돌고 모진 시어머니 모시며
침침하고 습한 방에서 홀로 베만 짰던 사람이다.
논어문장을 두번 읽고 두번 해석하라고 하면,
남학생들은 꼭 한번만 읽고 구경삼아 나만 쳐다보고 계시다.
누구를 탓하랴!
선생인 내가 뒷태까지 예쁜 것이 화근이다.
뒤에서 지켜보는 눈길이 부담스럽다.
칠판 한가득 빠른 속도로 판서하는 손이 KTX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속도감에 마음이 바쁘고 속에서 멀미가 난다.
오늘, 겁을 주며 나는 말했다.
여러분들은 나와 함께 오래 오래 살아야한다고 ...
그리고 나를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내가 만약 치매에 걸린다면, 분명 쎄가 빠지게 판서하는 흉내만 낼것이고.
선생님들은 분명, "子 - 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만 외우실거라고 ...
이렇게 세월의 더께를 머리에 하얗게 뒤집어쓰며
검은머리 파뿌리 되어가고 있다.
세월이 간다.
사월도 다 가고 있다.
류창희 < 논어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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