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rchessay.com/bbs/data/diary/sSNV13113.jpg)
모임이 있을 때,
"부산에서 왔는데요" 말하면
사람들의 첫번째 질문은
"무엇을 타고 왔나" 를 묻는다.
KTX를 타면 한나절이면 도착해
하루일정을 보고 돌아올 수 있는 거리인데도
아주 먼곳에서 온것 처럼 반겨준다.
부산 덕을 혼자 다 본다.
| ![](http://rchessay.com/bbs/data/diary/sSNV13114.jpg)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08.jpg)
원로 선생님들은
'부산' 이라고 말하면
우선 눈을 지그시 감으며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아마도 피난민 시절을 회상하시는가 보다.
그러면서 꼭 부산의 안부를 묻는다.
40계단이 있었는데....
부두, 국제 시장, 미문화원, 광복동, 자갈치 시장 등등
40계단 근처를
테마거리로 만들어 놓았다.
물지개를 진 소녀의 동상
무엇이든 이겨낼 의지가 온몸에 충만하다.
눈빛이 살아있다.
그 시절 소년소녀들.
지금
우리 전후 세대가 존경하는
원로선생님들 세대가 되어
곳곳에서 '불굴의 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그때 우리 언니 오빠들을 업고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40계단을 오르던 어머니들.
그분들은 대부분 선진조국을 못보고 돌아가셨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11.jpg)
20계단쯤 오르면 숨이 차다.
잠시 걸터 앉아
단추 하나만 누르면
아코디언을 들고 있는 거리의 악사가
'경상도 아가씨'를 연주한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15.jpg)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24.jpg)
내가 처음 부산으로 왔을 때만 해도
'성바오르도 출판사'가 있었는데
건물도 새로 짓고
맨 윗층에는 잠시 용두산 공원을 내다볼 수 있는 쉼터도 있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30.jpg)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29.jpg)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31.jpg)
불타던 미문화원이
근대역사관으로 이름바꿔 부산을 지키고 있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34.jpg)
아이들 어렸을 때는
용두산 공원을 자주 찾았다.
한쪽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고
한쪽은 돌에 새긴 시비가 줄지어 있다.
나무 그늘이 무성하여 산책하기 좋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35.jpg)
부산에 하나밖에 없던
잘나가는 미화당백화점 이었다.
저 붉은 건물 한번 들어가려면
우선, 잘차려입고
지갑이 두둑해야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벗어야 들어가는 찜질방이 되었다.
그뿐인가.
지은 죄 없이도 불가마에 들어가
땀 뻘뻘 흘리는 찜질을 당해야 한다.
그래야 죄가 사해져
온몸이 시원하다.
옛 영화롭던 시절 상상하기 힘들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36.jpg)
용두산 공원
비들기가 모여있고
아이들이 꿈동산처럼 여겼는데,
곳곳에 바둑두는 노인들과
일본만 중국말 동남아 축소판 같다.
관광지 역할만 한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37.jpg)
광복로
우선 불빛이 환하다.
아이스케키를 한 바구니씩 팔던
'석빙고'집이 없어졌다.
'원산면옥'은 아직 골목에 그대로 있다.
국제시장쪽으로 거슬러 가는길
유명하다는 족발 집도 많다.
서울 명동처럼 가장 번화한 거리였는데
서면으로
광안리로
해운대로
부산의 명소를
차츰 빼앗기고....
그래서 다시 새롭게 단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거리 한산하다.
식사하고 나왔을 때는 지나는 사람들 서로 어깨가 부딪혔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49.jpg)
유나 백화점 앞
일년에 한 두번
주로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이 앞에서 배회하면
상당한 문화를 누린듯 했었는데
백화점 흔적도 없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너무 젊기에
내 짝지와 난 까불고 놀았다.
쭈글스럽다고?
아무도 우리 따윈 안 쳐다본다.
광복동 풍경화속에 스쳐지나갈 뿐.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52.jpg)
'부산'하면 떠오르는 '자갈치 아지매'
그 아지매들의 삶의 터전
자갈치 시장이다.
퍼대앉아
구수한 사투리로
횟거리 호객행위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현대식 건물로 새롭게 맞이한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53.jpg)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64.jpg)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그곳의 사람들과 어우러져 자라야
그곳 사람이다.
부산생활 26년차
더구나 아이낳고 살림하면서
자주 외출했을 리 없다.
느닷없이
남편이 시내한번 나가볼까 하는 바람에 따라나섰다.
남포동은 한 10년 만이다.
부산 사람들 떠난 자리에
객이 와서 정착해
부산 시민을 둘이나 낳았으니
내가 바로 '부산지킴이'다.
| ![](http://rchessay.com/bbs/data2/diary/sSNV13161.jpg)
자갈치 시장 뒤에 부산영도 다리가 보인다.
눈 앞에 불빛이 가득한데
그곳이 '영도'라고 한다.
바닷물 출렁거리는 방파제 앞에
조명등들이 예쁘다.
| | |
반 나절 동안
운동화 신고 부산을 싸돌아 다니다.
6월 7일 | |
에세이스트 답글
김병기- 와따 마 창희 쌤 덕분에 오랜만에 시내 구경 잘 했심더....지는 부산서 태어나서 잠시 역마살로 돌아 댕기다 다시 돌아와 사는데도 시내 거리는 거의 대학 초기에 끄넜덩거 가타예^^ 이유는 엄꼬 지가 노는 데가 주로 서면여서 그랫는지...몇 년 전에 아이들 구경시켜 준다고 밤에 함 갔었지예...그리고 아아주 가끔 아이들 헌 책 구입 땀시 보수동 살짝 스쳐가고.... 솔직히 시내란 곳은 일부러 놀러 가려고 하는 것 아닌 차 가지고 업무로 가는 경우는 제대로 몬 보지예...류 쌤이 저보다 훨씬 낳네예 이참에 부산홍보대사로...^^;; 귀한 사진 잘 보았슴미더...역시 멋쟁이셔... 08.06.20 09:50
류창희- 김병기 선생님은 '서면' 세대, 저희집 아이들은 '광안리세대' 요즘은 '해운대세대' 노는 물이 다르지요. 저희 남편도 서면세대입니다. 아버님들 세대는 '광복동세대' 그분들은 어려웠던 '피난민세대'들이죠^^* 08.06.24 18:05
류영하- 20대중반 친구와 둘이서 부산에 다녀오고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별반 가보고 싶지 않더라고요.자갈치시장의 습한 공기와 냄새가 싫었던 모양입니다.친정아버지 술 드시면 부산피난가서 천막학교에서 공부하신 이야기며 뭐.그리 명쾌한 분위기가 아니여서 그런가봐요. 이제는 저도 변하고 도시도 변하였으니 마음먹고 찾아가보아야겠어요. 08.06.20 10:37
류창희- 천막학교 이야기 하시는 분들은 우리나라 가장 엘리트라고 알고 있어요. 그분들이 우리나라를 이만큼 선진조국으로 이끌어주셨죠. 부산은 아주 역동적이지요. 도시와 바다와 파도를 닮은 사람들의 생활, 조금은 투박해도 전 부산 남자들 좋아한답니다. 남편과 두 아들. 꼼짝없이 뿌리 내렸지요^^* 08.06.24 07:52
돈오(이재선)- 님을 에세이스트 부산 특파원 겸 리포터로 임명합니다. 김종완 쌤의 마음을 추측으로 대신하여...^^* 08.06.20 12:34
류창희 -부산에 대한 한 50년 전의 오래된 향수를 가지신 분들이 찾고 싶어하는 길목들이라, 저희도 익숙하지 않아요. 주차하기도 어렵고, 일부러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발품팔아야 하는 어른들 추억속의 장소, 아직도 북적여요. 08.06.24 07:56
정승미- 반나절 동안 발품 파신 덕에 에세이스트 동네 사람들 구경 한번 잘했습니다. 부산은..고2 겨울방학 시작하던날 친구랑 둘이서 밤기차를 타고 처음 가봤습니다..그리고 그후에도 기차를 타고 몇번...무궁화를 토요일밤9시쯤 타면 일요일 새벽 6시엔가 도착했던거 같습니다..하루종일 실컷 해운대.태종대 싸돌아다니다 일요일밤 9시에 출발하면 월요일새벽6시 도착 그리고 바로 출근..많은 추억이 묻어있는 곳입니다... 08.06.20 14:05
김병기- 똑 가튼 밤 침대차를 애용했는데도 목적은 완연히 다르군여^^ 히 홀홀단신 서울 생활 할 때 처메는 낮 차 타다 운이 없능거 가타서(이뿐 여자 여페 같이 가길 기대했었는데 괴로운 파트너만 걸려서리 아예 포기하고 ...) 침대차를 즐겨 이용했져. 처음 설 갔을 때 새벽에 갈 대가 엄서서 청량리의 어느 다방에서 코피 한 잔 시켜 노코 추위에 떨며 잠시 날이 밝은 때 까지 졸았던 기억....참 이뿐 승미씨가 침대차를 이용하니 내 옆에 이뿐 아가씨가 앉을 턱이 있나 ^^'''' 08.06.23 14:38
류창희- 승미선생님도 철도에 돈 많이 깔았구나. 호호. 저도 7년동안 연애하면서 비들기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처음에 연애할때 완행열차 12시간 걸렸는데.... 지금 KTX 2시간 30분 걸려요. 일일 생활권이지요. 편리함은 있는데요. 담배연기 신문지깔고 퍼대앉는 것. 사이다 계란장수 기타소리 간이역... 운치는 많이 없어요. 그래도 기차탈때마다 설렘의 감정은 늙지를 않아요. 철없죠? 08.06.24 08:02
류창희- 김병기 선생님! 청량리 역옆에는 '장미다방' 이었던 것 같은데.... 08.06.24 08:04
정승미 -지금은 시간이 많이 걸리면 아까운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오래오래 가는 그 시간도 너무 즐겁고 소중했었어요. 그래서 완행열차를 자주 애용했었는데...기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옆에 앉아갈 사람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을 주지요...특히 강촌 가는 기차는 신문지를 안 깔아도 털퍼덕 앉아서 처음 만난 그대들과 함께 노래하며 어울릴 수 있었던 최고의 까페였어요^^ 저 아직 ktx 타 본 적 없는데...기차 여행이 땡기네요...갑자기~ 08.06.24 09:45
류창희- 승미선생님 정말 '강촌가는 기차' <에세이스트 까페> 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단했지요. 기차에서 내려 강을 건널 때 너무 좋죠. 가평도 좋고, 청평도 좋고, 대성리도 좋고, 저는 걸스카웃트라 마석 캠프장 참 많이 갔어요. 물론 춘천도 좋았구요. 특히 강촌에는 야외미팅하러 많이 갔었는데.... 차안에서 누가 기타치고 노래하면, 한칸 전체 젊은 사람들이 같이 노래했어요. "토요일밤 토요일 밤에~" "해도 잠든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 08.06.24 17:57
정호경- 1951,2년 부산 돗떼기시장에서 염색한 미군군복을 사 입고, 동대신동의 천막친 피난대학에서 곰부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 무렵에 유행했던 대중가요 '물방아 도는 유래'를 들으려고 하루에 몇 번씩이나 다방을 들락거렸지요. 또한 그 무렵에 발표한 김동리의 단편 <蜜茶苑時代>, <興南撤收> 그리고 안수길의 <第三人間型> 등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적십니다. 6.25와 포성과 부산항과 뱃고동 소리는 나에게 여원한 흑백사진으로 남을 것입니다. 류창희님, 그런 부산을 다시 그림으로 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08.06.21 22:05
류창희- '영원한 흑백사진' 사진첩 속에 있지요. 저는 행사때 손광성 선생님을 뵈면, 눈시울 촉촉해지시며, 염색한 미군군복 말씀을 꼭 하시는 거에요. 그러면서 "40계단이 있었는데..." 같은 학교 출신들의 공감대인 것 같아요. 그때 선생님들이 계셔서 한국의 문화도 수필가들도 왕성한 주역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부산에 계셨던 것 고맙습니다^^* 08.06.24 08:11
황귀자 -부산을 떠난지가 하 오랜 세월이 되어 낯설기만 하네요.그저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던 나이에 떠났기에 지금쯤은 많이 변했을 것같아요. 부산은 류선생님이 지키시겠다기에 안심하고 서울에 눌러 앉아 있답니다. 부산 잘 지켜주이소.-_-;; 08.06.24 06:48
류창희- 제가 지키겠다고 큰소리 빵빵 쳐놓고, 제 가정도 못지키고 자꾸 돌아다니니... 제가 성장한 서울도 늘 가고 싶지요. 다른 사람들 보다는 자주 가는데, 볼일 보고 돌와와 부산역에 내릴 때, 공기가 따뜻하고 온 몸 근육의 긴장이 풀어지며 편안해지는 거에요. 그럴 때마다, 아~ 나는 이제 '부산사람이로구나' 실감한답니다. 08.06.24 08:15
김범송- 부산에 연고가 없어서인지 한번도 못가봤지요. 부산 이야기를 들으면 그 곳이 가고싶었지요. 사진을 보니 올 안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경 잘 했습니다. 모델이 예뻐서 더욱~ 08.06.24 10:25
류창희- 촌 사람들이 서울 못 가본거나, 서울 사람들이 부산 못와 본거나, 촌스럽기는 마찬가지죠. 여행은 연고하고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여기 소개된 곳은 어른들 장소고요. 태종대 해운대 바다 파도 불꽃축제 모래축제 달맞이 언덕 .... 오죽하면 부산서 뼈를 묻을 생각을 하겠어요. 당연히 오셔야합니다. 환영^^* 환영^^* 부산 08.06.24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