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화성시 전곡항에서 열린 월드매치레이싱투어 코리아매치컵에 출전한
부산매치팀의 스키퍼(선장) 김성욱(왼쪽)과 그가 탄 요트. [세일코리아 사진]
바다와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세계 최고의 요트 선수들이 8일 경기도 화성에 모였다.
화성시 전곡항에서 열린 월드 매치레이싱 투어(WMRT) 코리아매치컵 국제요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바다의 F1’으로 비유되는 이 대회 참가팀 중 눈에 띄는 팀은
부산 사나이들로 구성된 부산매치 팀이다. 12개 참가팀 중 유일한 한국 팀이다.
부산매치 팀은 5월 열린 프로암 대회에서
한국 팀 중 1위를 차지해 코리아매치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부산매치 팀을 이끄는 스키퍼는 5명의 팀원 중 막내 김성욱(27)이다.
앳된 얼굴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요트를 탄 경험 덕분에 스키퍼라는 중책을 맡을 수 있었다.
스키퍼는 바람을 읽고 항로를 결정하는 선장으로 팀의 대표 역할을 한다.
김성욱은 “팀원이 주는 정보를 듣고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냉정한 성격의 선수가 좋은 스키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팀원이 모두 나를 믿고 따른다. 책임감이 무겁다.
원래 성격이 다감한데 냉정해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요트를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가 지인과 함께 돈을 모아 요트를 샀다.
많이 오해하는데 요트를 배우는 데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주말마다 요트를 즐긴 김성욱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각종 대회에서 입상했다.
그는 주변의 권유로 중학교 2학년 때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2년 전부터 매치레이싱으로 전향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열정은 뒤지지 않았다.
김성욱은 “매치레이싱이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배울 곳이 많이 없어 팀원과 함께 자비로 뉴질랜드까지 가서 특훈도 받았다”고 말했다.
특훈의 성과로 부산매치 팀은 지난해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매치레이싱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김성욱은 “매치레이싱은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팀원이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치레이싱의 매력을 설명했다.
코리아매치컵은 한국에서 제작한 ‘KM36’ 요트를 가지고 경기를 치른다.
참가팀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김성욱은 8일 열린 예선전에서 3경기를 내리 졌다.
아직 세계와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김성욱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경험을 더 쌓아 세계 최고의 요트대회인 아메리카스컵이나
볼보오션레이스에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요트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피터 길모어(51·호주)도
“한국에서 앞으로 5~10년 내에 WMRT에서 우승할 선수가 나올 것이다.
김성욱도 잠재력이 큰 선수”라고 칭찬했다.
WMRT는 아메리카스컵과 세계를 일주하는 볼보오션레이스와 함께
3대 요트대회로 꼽힌다.
코리아매치컵에 참가하는 12개 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예선전을 갖고
상위 8개팀이 토너먼트를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총 상금은 3억원이다.
화성=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