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국화꽃 그늘에 빌려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


호미   2008-12-03 15:30:19
아직도 국화 꽃 그늘아랜
- 남들은 들국화라고하고 저는 쑥부쟁이라고 하는 꽃그늘에
짧은 미련의 고비를 쥔 가을이 숨어있는 산길에
철없는 개나리가 엷은 햇살을 이고 노오란 꽃을 달았다.
못난 놈, 저러다가 정작 봄이 오믄 지는 뭘 피울라꼬?
개나리의 노랑빛에 시비거는 남편의 미운 입심에 공연히 발끈해진다.
"저놈은 암만 그래사도 내년 봄에도 또 노랗게 피는 재주가 있능기라."
지는... 그라고, 나는....
한번도 제대로 못 핀 아감지만 달고 있어면서....
늙어간다는 게 세상사 모든게 샘나고 억울하기만 하다니
얄궃어라.얄궃어라.참, 얄궃어라......

내 마음 그늘아랜 살다가는 모든 것이 서러웠던가보다.
빙호   2008-12-04 02:48:19
국화꽃 그늘을 빌리거나 아니면
붉디붉은 사람의 마음을 임차해
살아가는 처지라서
삶이 더 힘들고 벅찬지도 모른다.
이젠 제 몫의 빚을 상환해야 할 날이
점점 가까워져오는 우리는
하루하루가 불안한 빚쟁이가 아닐까.
류창희   2008-12-04 19:25:42
호미님 잠시 피었다지는 꽃들이

'花落花開開又落 錦衣布衣更換着~'
꽃이 떨어지고 꽃이 피고, 피고 또 떨어지고
비단옷을 입고 베옷을 입고 다시 바꾸어 입는 것이라

피고지고지고피고
사계절 계절마다 피는 꽃을 따라 완상할 수밖에...
저 꽃이 바로 나려니...
그리하여 또 피려니 ^^*
빙호   2008-12-05 09:09:08
기억하고 말고요. 저는 아직도 장석남 시인을 좋아합니다.
우선 시인의 목소리가 크지 않으면서 대단한 것을 말하는
그 차분한 어조엔 긍정적이면서도 따스한 사랑이 흘러넘치는 것이
지천명을 지난 지금도 제 마음은 흔들리고 있지요.
그래서 장석남시인의 근황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보랏빛의 신비로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설레이는지도 모릅니다.
류창희   2008-12-05 17:45:08
막, 50의 숫자가 내게로 올때
아직 '장석남'이 누구인지 모를 때

"생각나세요?
빙호님께서
이 시를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그때 '오동꽃'을 받을
흰수건을 마련하여 레이스 뜨게를 하였지요.
거뜬히 인생의 5월을 맞이하여
지금 '화양연화' 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동꽃>

장석남

다른때는 아니고,

참으로 마음이 평화로워졌다고 생각하고 한참 만에

고개를 들면 거기에 오동꽃이 피었다.

살아온 날들이 아무런 기억에도 없다고,

어떡하면 좋은가... 그런 평화로움으로

고개를 들면 보라 보라 보라

오동꽃은 피었다 오오

무엇을 펼쳐서 이 꽃들을 받을 것인가.
류창희   2008-12-05 17:51:21
빙호님 오타를 고치려고 하니
삭제가 되며
다신 시도하니 순서가 바뀌는군요.

금요일은 아버님과 식사하는 날이잖아요.
오늘 날이 갑짜기 추워
보일러 빵빵 때놓고
최유라 조영남 '지금은 라디오시대'들으며
맛있는 집밥 준비하면서 ... ㅎㅎ
막간을 이용해서^^*
은하수   2008-12-05 19:26:12
맛있는 집밥...
울 신랑이 제일 좋아하는 말인디...
전 맨날 맨날이라 맛있는 다른 집밥이 먹고파요.
잘 드셨는지요.
류창희   2008-12-06 09:30:10
ㅋㅋㅋ 남자들 다 그래요.

다만, 내집 굴뚝에 연기 안피우고
내 손끝에 물 안무치고 ...
그래서 비닐 장갑끼지요.

국화꽃은 아니더라도 남편그늘을 빌려
나도 집밥이 맛있어요^^*





문태준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니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호미   2008-12-03 15:17:15
목구멍이 따갑도록 가슴아프고 .........
눈이 아리도록 먹먹한 안타까움.........
우야꼬?
우야꼬? 우야믄 좋노......
가재미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어라.
아까운 내사람을 놓지 못하는
시퍼런 칼날같은 이 미련을 우야노 ........
류창희   2008-12-04 19:59:35
어느 일간지에서
<가재미>를 처음 읽던 날
가슴이 미어지면서
아~ 이런 것도 시가 되는구나

시는 뭔가 막연하여
국어선생님 도움없이는
참고서 없이는
나 같은 사람은 못 읽는 것이 시인줄 알았더니...
시에 대한 '친근감'
'나도 시를 읽을 수 있구나'

그리고 문태준의
<<수런거리는 뒤란>>으로 들어갔습니다.




08년 11월 24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대연회장

해마다 파라다이스 고객을 위한 <시와 음악의 축제>가 열린다
호텔의 주인인
수필가 전숙희씨와 그의 동생 전낙원씨가 베푸는 행사이다.
구상 조병화 등의 기라성 같은 시인들이 거쳐갔다.
부산의 문학팬들을 위해서라는데 ...

전낙원씨가 작고하고 나서는
정작, 문학인들은 거의 없다.
순수 문학인들이 명품관을 드나들기는
어렵기 때문일까.

한번도 초대장을 들고 간적은 없다.
초대장을 받을만큼 갖춰진 것이 없음이다.
어느 해는 초대장이 없다는 이유로
디너쇼에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었다.

그곳에 가면 볼거리가 상당하다.
파라디아 명품관 고객들의 패션이다.
머리 하얀 6,70대의 화려한 여인들
또는 새파란 새댁들과
귀한집 미혼 따님들의 모습이 그러하다.
빨간스타킹
어깨끈 드레스
안이 훤히 보이는 레이스 스커트
어깨선에서 흘러내리는 쇼울 등이 그러하다.

난 말했다.
"저런 건 줘도 못입는다"
옆에 있는 친구가 다시 말했다.
"난 줘도 안 입는다"
후후~
누가 주기나 한다나 ㅋㅋㅋ



문정희 시인이 <남편>이라는 시를 읽고 있다

 

 




그곳에서 몇년동안
양희은, 김중만, 최성수, 이주헌 등을 만났다.
그날은
우리팀 박진남씨가 초대장으로 초대했다.
째즈에 익숙하지 않아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찻집으로 줄행랑~
남자들 빼놓고 우리끼리
'문정희'님의 시를 빙자하여
오빠도 아닌 아빠도 아닌
남편들을 우려 마셨다.

쓰고 진한 '에소프레소' 맛에
"오~이맛이야 "
"오~ 이맛이라니까~"
진남씨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

난 촌스러워
잠을 핑계로 요쿠르트 얼린 하얀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나의 남편, 그윽하게 진하진 않아도
오직, 나에게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다.
ㅎㅎㅎ 근데 나이가 들어가는지
차가운 맛도 달콤한 맛도 ...
있는듯 없는듯 무맛이 좋다.




문정희

남편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이미자   2008-12-03 21:57:18
선생님 참좋아보이세요.....남편이란 시 잘읽고갑니다 꾸우벅
류창희   2008-12-04 20:01:31
어! 남편이랑 읽으면 안되는데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ㅋㅋㅋ
잘 지내시지요?
하오하오   2008-12-29 15:39:28
남편들이 문제이군요
어디가서 교육받았는지
가르쳐주시 않아도 똑 같아요.
점점 귀찮게 하지요 아내들을 ...
류창희   2008-12-30 09:22:05
ㅋㅋㅋ 배냇속에서 부터
결국 어미들이 문제인것 같아요.
어미뱃속이 아닌 아비뱃속에서 자랐다면
홀로서기를 했을지도 ...
아내를 모성으로 여기는 남자들!
난 엄마가 아닌 "여자다"
--- 촛불시위!------
류창희   2009-01-03 23:45:04
'실패한 사랑은 대중가요 가사에 남고,
이뤄진 사랑은 결혼사진으로 남는다'
사랑이 이뤄진다는 그때, 그러니까 결혼의 순간 사랑은 생활이 된다.

집에 가구처럼 있어야 할자리에 있는 사람,
연인이라기보다 가족이나 혈연으로 느껴지는 사람,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처럼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하는 사람,
그렇게 부부는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낯설어진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eco versity 선포식및 2008 캠퍼스 음악회
부경대학교 대학극장







만약 남편들이
'최정원'에게 핸드폰 카메라 들이댔다간
벌써 어딘가 잘렸을거다

난 '유열'이
수영선수 '최윤희' 남편 맞느냐고 물었다가
열광펜들에게 '혼쭐'났다.

유열은 순수 총각이란다.





안지환 교수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거문도 뱃노래' 도 좋았지만

그거
그거
'안지환 & 박현정'
"미야움~ "
"미야움~"
'고양이 2중창 (Duetto Buffo due GattI)'
힘있는 숫컷과 교태스런 암컷의
"미야움~ 미야움~"
온동네 지역주민
그날 밤
집집마다 방방마다 '고양이 2중창' 불렀으리라





캠퍼스 음악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에
'부경대학'이 있다
근처에 외국어대학 동명대학 경성대학 ...
처음 분양을 받아 이 동네로 이사올 때
젊은이들이 지나가는 모습과
레온싸인 불빛의 생동감이
우리들의 것이 될줄은 몰랐다.

아파트 단지에 같이 사는 친구부부들과
대학가에 침입해서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파전도 먹고 영화도 보고
연구실에 들어가 언손 녹여가며
금방 뽑은 에스프레소 맛
뜨겁고 진한 우리들의 맛이다.

벚꽃비가 내리거나 노란 유채가 피는 날
눈(비)이 오거나 크리스마스날은
머리에 서릿발 내려앉은 우리들
산타넥타이 매고 대학가를
다리가 아프도록 밤새 싸돌아 다닌다

우리 일당중에
부경대학 가족이 있어 속속들이
더 많은 캠퍼스 문화를 즐긴다.

작년에는
노래 얼굴 몸매 특히,
엉덩이가 예쁜 뮤지컬배우 <최정원>이 와서
우리 남편들의 군단 '휘휘 휙~' 휘파람 불고 신이 났었다.
올해는 총각가수 <유열>이 와서
'오늘 같은 밤'으로
여자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오늘 같은 밤' 지속되기를 ....

(그들이 제안했다. 우리 년말모임에 교복입고 만나면 어떨까?  
캬캬캬 여학생들이야 몸매가 되지만
저 속알머리 남학생들 ... 우야꼬? )


호수아빠   2008-12-01 17:29:34
ecology+university = eco'versity?......지난번 학교 총무과에 있는 후배 얘기가 축제때 이효리에게 노래부탁을 했는데 매니져가 1회 출연에 5장 이라고 해서 5백만원을 준배 했는데....글쎄 5천만원 이었다는 군요. 효리왈 "그냥 학점으로 주세요"라는 통 큰 말을 남겼다는데. 유열은 요즘 학생들은 아는 사람도 없을텐데......ㅋㅋ. 아무튼 가까운데서 문화생활 즐길 수 있는 한 많이 즐기세요. 한겨울 남은 세금 쓰느라 아스팔트, 보도블럭 새로 까는 공사보다는 대학에서 하는 뭔 말인지 잘 모르는 행사가 지역주민과 더불어 정착될 수 있게끔 파수꾼 역할도 하시구요....
류창희   2008-12-01 20:43:54
호수아빠
우스개소리
우리 맨날 만나 노는 모임에서 남자들이
여자들 닉네임을 하나씩 지어주었는데,
저 위에 사진 속의 여자분들
'동래의 비너스' '용호동 전지현' '럭키의 채시라' 등등
그중 난 용호동 '효리'거든.
우리 아이들이 주책이라고, 어디가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하던데...

내가 누군지 까막득하게 까먹고 있었거든.
한번에 5천만원이라니,
'돈빨'받아 이름이 번쩍 생각나는구만 ㅋㅋㅋㅋ

세상사람들이여!
"나 비싼여자다 만세! 만세! 만만세! ㅎㅎㅎ "
이미자   2008-12-03 22:01:22
저도진작알았더라면 갔을텐데여....일하다보니 문화생활은 ~저만치..........
선생님 용호동 효리하세요~ㅋㅋ
류창희   2008-12-04 20:04:49
깊어가는 가을 밤
돈 안들이고도 찾아보면
문화행사 많아요.
가족끼리 가장좋아하는 시 한편씩 뽑아서
또는 노래 한 가락씩 뽑아서
효리 춤추면서 놀아보세요 ㅎㅎㅎ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겨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즐겁지 않으면 어떤 일도 힘이듭니다.
상을 주며 시켜도 안하죠.
즐거울 '락'자
다리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글자가 마구 춤추며 꿈틀거리지 않나요?

살아있다는 것,
결국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 누구 한사람
단 한 사람이라도 마주 앉아주는 그대를 위하여 ...
2008년 후반의
나의 '화두'는
'락'이었다.



길게 길게
오래도록
즐거움이여!
장구하라
'장~~~~~락'


* '장락'은 이기대의 햇살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베란다에서.




류창희   2008-11-19 19:08:44
오늘 처음 수업에 오신 중년의 남자분^^
가을학기 다 끝나가는데,
어떻게 오셨는가 한 말씀 여쭈었더니,
논어 한두 구절에 감동하는자
논어를 읽고 손과 발이 움직여 저절로 기뻐 춤추는 자를 예로 드시며
요즘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 힘든데,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닦아 볼까 오셨다며

'知之者 好知者 樂之者' 를 말씀하셨다.

우리반 공부 즐겁게 하는 '낙지니즘' 인걸 어찌아시고...
착한 여학생들 열렬한 박수로 환영했다^^*
호미   2008-11-19 20:13:42
유난히 "낙"자가 마음에 듭니다.
단 하나의 글자가
글자 너머의 의미로 전해지는 감동!!!

이담에 저 글을 뺏으러 쌤댁에 가볼까요???
류창희   2008-11-21 20:56:56
글쎄 글자가 즐거운 것인지
내 마음이 즐거운 것인지.
웃으려고 즐거우려고 체면 걸듯 노력한답니다.
그랬더니 정말 웃음이 나네요.
웃음도 즐거움도 습이 되어야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정수경   2008-12-07 22:12:11
호호호 푸하하하!!^^
류창희   2008-12-10 19:30:27
푸하하하!! 푸하하하하~~~
웃음도 설사처럼 쌀 수가 있구먼
한태순   2008-12-13 20:30:20
아이고 선생님 너무나 재미 있구만요~~!!!
류창희   2008-12-13 22:01:56
한태순 님은 '재미니즘'이시군요.
저는 '낙지니즘'인데 ...
'락'자 보고 글 안 남기시는 분들은
'귀차니즘' 들 이시죠.
"만사가 귀찮아`"


화양연화(花樣年華)

내 나이를 만약 꽃에 비유한다면,
손쉽게 딸 수 없고 꺾을 수도 없지만 그냥 멀찌감치 바라만 봐도 좋은 꽃.
한자리에서 세파를 몸소 겪고 저 높은 곳에서 조롱조롱 보라 빛 레이스를 펼치는
오월의 오동꽃이라면 좋겠다.
확대경을 들이대고 가까운 사람을 참견하기보다는 심안으로 보자.
생리 이전의 주름치마 펄럭이며 옥양목 블라우스를 입던 소녀시절로 돌아가자.
철이 좀 없으면 어떤가.
까만 분꽃 씨를 손톱으로 쪼개어 분을 바르고 울타리 밑 봉숭아꽃을 손톱 위에 얹는 멋이 좋다.
깊고 진한 맛이 산만큼 우러나오는 관능마저도 그윽하고 아름다운 지천명의 나이.

류창희의 <화양연화> 중에서





'꽃다운 시절'
'화양연화'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블루밍   2008-12-03 21:37:39
선생님!
넘넘 예쁘시고 아름다우세요.
선생님 ^홧팅^
류창희   2008-12-04 20:12:12
예쁘게 봐주시니 그래요.
그렇지만,
예쁜사람 눈에는 예쁜사람만 보이지요 ㅋㅋㅋ
^^*
한태순   2008-12-13 20:38:19
너무나 예쁘시고 맑고 밝고 아름다우세요...!!!
많이 많이 행복 하세요...^^*
류창희   2008-12-13 21:59:25
한태순님
우리 화양연화 같이 누려요.
'꽃다운 시절' 여기서 멈춰
그냥, 세상 모든 것 아름답게 보면서...
누가 뮈래도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



화양연화(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그와의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
그는 지나간 날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였다...
사라져 버린 세월은 한 무더기 벽과 같다...
먼지 쌓인 유리벽처럼...
볼수는 있어도 만질수는 없다...
그는 줄곧 과거의 모든것에 사로 잡혀 있었다...
만약 그가 먼지 쌓인 벽을 깨뜰릴 수만 있다면...
그는 이미 사라진 세월로 되돌아 갈수 있으리라...

화양연화  시작과 끝에 나오는 자막입니다.

* 영화 화양연화의 장면을 떠 올리면
장만옥과 치파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은
저 가슴 속까지 쿵쿵치는
단조로운 배경음악입니다


호미   2008-11-19 20:11:19
저도 저 영화를 두번이나 보았어요.
사랑하면서도 쉬이 다가갈 수 없는 두 사람의 애절한 눈물이
손잡을 듯 잡힐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번지던.....
어두움속에서도 빛나던 주연 배우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함께 오래 기억이 되네요.
함께 쓴 글을 읽으며 행복해하던 미소랑.....
류창희   2008-11-21 21:02:24
저도 몇번 봤는데요.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른답니다.

청춘이 스러지기 전에 근사한 치파오입고
우두운 골목길 쿵쿵 음악에 맞춰 걸어보고 싶네요.

지나간 추억말고 미래에...


인의예지

元亨利貞은 天道之常이요
仁義禮智는 人性之綱이니라.
원형리녕은 천도의 떳떳함이요
인의예지는 인성의 벼리이다.


孟子曰 惻隱之心은 仁之端也요
羞惡之心은 義之端也요
辭讓之心은 禮之端也요
是非之心은 智之端也니라

맹자가 말하기를
측은해 하는 마음은 仁의 실마리이고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義의 실마리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禮의 실마리이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은 智의 실마리이다.


*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할때
義堂 선생님이
맹자의 인의예지에서
<仁智>라는 이름으로 호를 지어주셨다.

지극히 유학적인 이름이 부담스러워
누가 '인지선생'이라고 부르면
깜짝 놀라 숨어버리고 싶다.
실천하고 살려면 나의 삶이 너무 버겁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호회 사람들과 한학을 같이했던 도반들은
나를 '인지'라고 부른다.

위의 글씨는
청진동에서 서예를 전수해주던
'죽봉 황성현' 선생께서
'인지서당' 개원 할때
예서체로 휘호를 해 보내주셨다.


호미   2008-11-19 20:06:26
인지 선생님!!!
쌤의 호를 인지하였으니
가끔은 그렇게 불러드릴께요.
류창희   2008-11-21 21:06:22
제가 민체 한글을 쓰고
무자년 봄 인지 류창희 라고 적고 낙관을 찍으면
어느 분이 꼭 한 말씀하신답니다.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언제인지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호학' 이란 글자 위에 떡허니 자리잡은
저 스승님
늘 나를 감시 단속하고 있는 'CCTV' 랍니다.

보이지요?
'죽비' 한자루
여차하면 나의 게으름을 후려친답니다.



호학
子曰 君子食無求飽하며 居無求安하며 敏於事而愼於言이오
就有道而正焉이면 可謂好學也已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먹는 것에 배부름을 구하지 아니하며,
거처하는 것에 편안함을 구하지 아니하며,
일하는 데에는 민첩하고 말하는 데에는 조심하며
道가있는 사람에게 나아가서 자신을 바로잡는다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이를 만하다"

논어 학이편 14장 문장



류창희   2008-11-14 07:52:53
시민도서관 님들
요청하신대로
'호학' '개조심' '인의예지' '화양연화' 올렸습니다.
아들'子'자가 춤추고 있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저렇게 신명나는 일이 아닐런지요.
논어를 읽는 우리 모두는
'好學者'들입니다^^*
은하수   2008-11-16 21:45:39
好學 !!!
제가 넘 좋아하는 단어이지요.
셈을 만나고 공부하면서
더욱더 배우기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무엇이든지 나이에 상관않고 배움이란
참 좋은것지요.
항상 감사합니다.
류창희   2008-11-19 17:45:57
은하수님
있지요.
오늘 어느 도서관에서 가을학기 마무리를 하면서
관청에서 '개근상'으로 '도서상픔권'을 줬어요.
상품권은 3장인데 한번도 결석 안하신 분은 10분이었어요.
전, 너무도 곤란하여 한명씩 결석 안한 소감 발표를 시켰어요.
어느 분은 말도 없이 눈시울이 붉어져 우리 다 같이 따라서 벌개졌죠.

어느분은 논어를 읽으면서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면서 감사하고
어느 분은 논어구절이 좋아 매일 아침이면 한 구절씩 쓰고 실천하신다는 분도 계셨고요.
어느 분은 청강생으로 이름도 못 올리고 살짝 들으려고 왔는데... 개근까지
한번 결석에 '아차상'감으로는 20분 정도는 될거에요.
그중 제일 예쁜(?) 개근상파 어느 분은 제 목소리가 듣고 싶어 온다나요.
저 날난척 으시대는 목소리 아시죠.

한문수업에 오시는 님들
한 분 한 분
'호학자' 아닌 분, 한분도 없죠.
전 우리 호학자들과 함께 하는 복이
제가 태어난 이유같아
여러분들 보다
더 淸福 더 幸福 하답니다.
류창희   2008-11-19 19:37:05
이름 불러줄 때 꽃이 된다는데,
수업하기 바빠 개강날과 종강날만 출석체크를 했답니다.
반성하는 의미로 <수요일 오전반> 출석부릅니다.
개근 : 김호자 박경란 김민영 김미진 오막선 이회정 박수연 진윤정 김도선 김미정님 (10명)
아차 : 조정남 김윤정 최정숙 윤명아 이근성 정영주 김옥경 곽인수 심동자 박수정
최은심 양유미 김영순 이경숙 김은미 김순임 왕일심 김현진 김명희 김희신
정남옥 이옥선님 (22명)
아아차 : 강인자 빈경희 조민숙 김현주 이경숙님 (5명)
08년 가을학기 동안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아직 보강 2주 남았습니다.
유종의 미를...
호미   2008-11-19 20:03:28
글의 의미는 쌤이 가르쳐 주셨기에 너무 좋은데
춤추는 글씨의 의미는 너무 어렵네요.
춤추듯 즐겁게 공부하자구요?

공부가 즐거우면 쌤께서 죽비를
턱하니 놓아두셨을까요???

아마, 어쩌면 저도 기냥 쌤이
신나게 즐겁게 가르치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손잡고 웃으며 "호학"하는 길끼라.....
류창희   2008-11-21 21:10:52
그러게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역시 공부는 어려운 것 같아요.
힘든 시간에 대한 댓가로 즐겁게 춤추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한꺼번에 춤추면 몸살나니
한 단락마다 조금씩 팔다리 움직여 춤춰야겠어요.



'개조심'
우리집 거실에 걸려있는 그림.
예술에 문외한인 남편이
처음으로 분양받아 온 작품이다.

시커먼 개 한마리,
한참을 들여다 보고있으면
개가 점점 아름다워진다.
개의 입에서
개의 오줌에서
개의 똥꼬에서
멍멍
졸졸
뿅뿅~
꽃을 피워낸다.


'개조심'의 작가

김성계
65년 부산에서 태어나
진주, 대전 서울 등 여러곳을 옮겨다니며 살았다.

본직은 디지털과 아니로그를 통한글자(typorphy)를 다루는 것이나
텍스트(text)와 역사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고
같은 대학의 강사등을 거쳐
지금은 부산대학교 디자인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 내가 보는 김성계씨 그는
조금은 수줍어하고
조금은 어눌하다.
학교에 있지않으면
집에서 류(아들)를 돌보고 있는
착한 사람이다.

내책
[매실의 초례청] 표지를 디자인 한
표지작가이다.


이미자   2008-11-13 17:48:37
선생님책 서점에가면 있나요?
류창희   2008-11-13 21:05:37
지금은
책방에도 출판사에도 없어요.
다시 궁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은하수   2008-11-16 21:40:27
수업중 셈께서 보여주고 상상한것보다
엄청 진짜로 아름다움(?)있네요.
꽃밭에서 춤추는 ...
류창희   2008-11-19 18:35:34
제가 칠판에 그렸던 개는
예술을 표현할 수 없어서요.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리지요.
<아름다운 개조심>
호미   2008-11-19 19:58:39
때로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나를 잊어버릴 때가 간혹있는데....
이번은 확실히 아니군요.
작가의 의도를 설핏 읽어서는 가늠이 어렵지만
그래도 웃으며 눈길을 모아 봅니다.
쌤의 혜안이시니....
걔중에 제일 나은거라굽쇼???
ㅋㅋㅋ
류창희   2008-11-21 21:18:15
전 처음에 '개조심'이라는 글자만 보고
개를 못찾앗어요.
개는 엎드려있어야 개다운데
사람도 아닌 것이 고개 쳐들고 서있으니.
액자를 뉘어놓고 보니 개더라구요.
어른들께서 저희집 방문하시는 날은
얼른 다른 액자를 걸어요.

소중한 가족사진 안 걸고 '개' 걸어놓았다고.
뭐라 하실것만 같아서요.
빙호   2008-11-25 11:49:22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대도 컹컹...
개 짖는 소리!
아주 가까이서 들립니다.
뉘집 개지?
액자가 조용히 유리문을 열고
바깥을 향해 귀를 곤두세우지만
제 울음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모양입니다.
생의 변두리에서 자주 목격하는
슬픈 풍경 입니다.
류창희   2008-11-28 19:09:59
자신의 목소리를 모르고
누군가를 지키겠다고 보초를 서는군요.
'개조심'은 저를 겁나게 한답니다.

글 한편으로 말릴 생각은 진작했는데
개밥그릇인 막사발이 골동품이 되듯
개조심이 예술로 -_-
알밤나무   2008-12-03 11:09:32
진짜로 정말로 아름다운 개가 맞습니다요^_^ 호학은 다시한번더 가슴에새기구요. 락자는 춤추게해서 좋구요.화양연화는 새로운 젊음을 주셔서 좋았습니다....쌤예 ...내일 만남은 우연이아니죠??.....ㅋ이기대에서 룰루^^*~~~
알밤나무   2008-12-03 11:15:26
아들놈이 3분의 여유도 주지않는다에 공감 한표 +한표 더 던집니다.....()**
류창희   2008-12-04 19:15:07
알밤나무님, 원래 '樂'자 자리가
'개조심' 자리인데요.
어른들 오신다고 장농위에 얹었어요.

오늘
바람불어 좋은 날,
이기대
오륙도
화로궁식사
가을을 만끽하면서 종강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우리 '고전의 향기' 논어반
화이팅!
블루밍   2008-12-04 21:00:09
쌤~~~
오늘 넘넘 고마웠구요.
또 즐거운 하루였답니다.
선생님께 민패를 끼치지 않았나 싶구요.
다정다감하시고 .
장미꽃같이
밝고 해맑은
아름다운 심성같이
오늘하루 바람불어도
좋은 하루였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담 학기때까지 건강하세요...^!^***
류창희   2008-12-04 22:01:58
블루밍이 그분인줄 오늘 알았죠.
와주셔서 고마웠고요.
엽서한장 방에 '바람불어 좋은 날'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봄학기까지 안녕히 ^^*
하오하오   2008-12-29 16:45:05
개가 개 안 같아요.
꽃으로 장식된 개는 개답지 않아요.
개는 묶어놔야 할것만 같은데...
저는 개보다 <개조심>이라는 말이 더 무서워요.
대문 앞에 개조심 써 있으면
커다란 개일 것만 같이 막 도망갔어요.
재미있는 소제입니다
























































업무분장 : 등록 옥외행사 공시행사 기타회의실 사이드이벤트 부대시설 야외광장& 전시장 국제통상과 홀매니저 수송 공식탐방 영접 사이드이벤트 경호 안전 실내전시장 숙박 사무국 식음료 지역회의 경상남도 습지 홍보관 창원시안내 특별행사 등등

주요업무 : 등록데스크 비표관리 프레스룸 한국전통문화마당 컨벤션홀 부스운영 김해공항 버스탑승 공식탐방및 비상팀 기념품판매부스 인천공황 CECO입구통제 카페테리아 CECO주차관리 구정원배속 전시장운영 호텔상주 거점호텔안내데스크 자원봉사관리 문서배포대 인터넷라운지 야회행사 습지IT홍보봔 기획단사무실 김해공항 전시등록 의료실 휴대품보관소 도홍보관 탄소상쇄기금 롯데마트 제작물 등등

자원봉사 332명이 업무분장에서 주요업무를 수행하던 곳곳.



호수아빠   2008-11-10 17:05:13
수만년 전부터 자연은 늘 그 곳에 있었는데, 사람들은 늘 없어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찾아 헤메지요. 건강한 습지, 건강한 수계...화분에 어항에 담아 지키고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생활이 있듯, 인간은 본성으로 돌아가 가끔은 자연과 함께 그냥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른 아침 안개낀 논둑길을 걷다 이슬맺힌 거미줄이 종아리에 닿는 그런 느낌.... 도시생활(유리상자) 안에서는 느낄 수 없지요. 값진 경험으로 거듭나사길......
류창희   2008-11-11 09:11:33
'이른 아침 안개낀 논둑길을 걷다
이슬맺힌 거미줄이 종아리에 닿는 느낌'

그리움의 대상은 분명한데
창호지 문구멍으로 손가락 내밀며
춥다고 엄살떠는 삶을 살고 있는
내모습 겹쳐보이며
'구호'와 '실천'이 다른
이중성 내 마음 들킨것 같네.

정말,
거듭나고 싶어
람사르가 썩어 잘 삭아서 거름이 되기까지 ^^*